진흙속의연꽃

그 많던 친구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공과 번영을 축하하는 동기송년회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2. 8. 10:45

 

그 많던 친구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공과 번영을 축하하는 동기송년회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이번 주말은 영하 10도 가까이 될 것이라 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 되려나 봅니다. 이렇게 추울 때 늘 송년회가 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같은 학과 동기송년회 모임날입니다.

 

전철과 지하철을 이용하여 사당역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사당역 주변은 수년째 동기모임이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경사나 조사때 모이고 연말 송년회 때나 보는 동기들은 30여년지기들입니다. 이와 같은 사당역 주변은 늘 활기가 넘칩니다. 교통의 요지여서 모이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 바쁜 것 같습니다. 참석 못하는 사유는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일곱 명이 모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만나면 반갑습니다. 그것은 얼굴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십대 때부터 봐 왔던 얼굴입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눈매, , 입매 등 얼굴형태는 그대로 입니다. 다만 피부가 주름지고 머리가 허옅게 샌 것이 다릅니다.

 

불음주계(不飮酒戒)를 어기고

 

어느 송년회 모임이든지 먹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유쾌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끌벅적합니다. 주변 테이블도 마찬가지입니다. 둘러 보니 대부분 나이가 비슷한 세대들입니다. 흔히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부분입니다.

 



 

동기모임을 가지면 의례히 술과 고기가 뒤따릅니다. 불음주계(不飮酒戒)를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다 술 마시는 것은 아닙니다. 술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어울리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술권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다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건배하며 소주잔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술을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하면 공부에도 집중이 안되고, 일에도 집중이 안됩니다. 흐리멍텅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술을 멀리 하지만 무엇보다 몸에서 받지 않아 고통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동기모임에서는 안주가 좋아서였는지 술이 술술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유쾌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불자로서 불음주계는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동기회와 같은 모임에서는 지킬 수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음주계만 빼고 사계(四戒)만 지킬 수는 없습니다. 이럴 경우 법회에 참석하여 오계를 다시 받으면 됩니다. 불음주계에 대해서는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있는 것에 취하는 것을 삼가는 학습계을 지키겠나이다.”라며 다시 수계하는 것입니다.

 

오계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특히 재가불자들에게는 불음주계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를 어기면 계를 다시 받아 지니면 됩니다. 법회가 열릴 때 마다 삼귀의와 오계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오계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서 평생을 두고 훈련으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오계를 학습계율이라 합니다.

 

그 많던 친구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교를 졸업한지 삼십여년 됐습니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많던 친구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임에 나오지 않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잠수탄다고 합니다.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모임에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형편이 되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이런모임 저런모임을 갖습니다. 그런데 모임은 모여야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모이지 않으면 모임의 의미가 없습니다. 모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득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이것저것 따져 보았을 때 시간낭비, 돈낭비, 정력낭비라 여긴다면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득이 되는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건질 것이 있는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식사라도 제공되는 모임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이득이 되는 모임은 배울 것이 있는 모임입니다. 거기에는 사람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떤 모임이든지 화합을 우선으로 합니다. 불화합 하기 위해서 모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화합의 모임보다 더 수승한 모임은 정진의 모임입니다. 단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임을 넘어 정신적 성장을 가져 올 수 있는 모임을 말합니다.

 

우리 속담에 세 명이서 길을 가면 배울 만한 사람이 있다.’라 합니다. 세 명의 모임에서도 반드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길을 갈 때는 자신보다 낫거나 동등한 사람과 가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애와 연민으로 대하면 됩니다.

 

정진의 모임에서는 뛰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정신적 향상을 꾀하는 모임에서는 뛰어난 사람을 닮고자 합니다. 그와 같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 주게 됩니다. 마치 솥단지에 감자를 넣고 씻는 것과 같습니다.

 

감자를 개별적으로 씻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듭니다. 그러나 솥단지에 감자를 가득 넣고 물을 부어 흔들면 서로 씻깁니다. 정진의 모임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대중생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신적 성장의 길을 가는데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씻겨 주기 때문에 혼자 길을 가는 것 보다 도반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이 더 나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좋은 도반은 인생의 절반이 아니라 인생의 전부와 같다고 했습니다. 이득이 되는 모임이 그렇습니다.

 

서로 성공을 축하해 주고

 

오랜만에 동기들이 모였습니다. 나름대로 다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동기중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친구도 있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서 정부로부터 표창장까지 받았습니다. 어떤 면으로 본다면 애국자입니다. 세금을 많이 내서 애국자이기도 하지만 수십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기 때문에 애국자이기도 합니다. 거의 해외에서 보내는 바쁜 그가 별로 이득 될 것 없는 평범한 동기 모임에 매번 잊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가지 재능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미술이 될수도 있고 문학이 될 수도 있고 운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문을 하면 학자가 되고, 정치를 하면 정치가가 됩니다. 경제에 눈이 밝으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잘 개발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다든가 해당분야에서 성공을 하게 되면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이를 사무량심에서는 함께 기뻐함이라 합니다. 타인의 번영과 성공을 축하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자수성가한 친구의 경제적 성공은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친구는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하여 마치 국가와 동업하는 것 같다.”라 했습니다. 나라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가져감을 말합니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축하해 주었습니다.

 

칠성재(七聖財)를 재산으로 삼아

 

돈버는 재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큰부자를 꿈꾸며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먹고 살 정도면 족합니다. 그 대신 욕심 내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건질만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지난 12년동안 4천개 이상의 글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 니까야번역비교와 관련된 글이 200개 가량 됩니다. 이를 어떤 선생이 요청해서 정리작업 중에 있습니다. 한파일에 모아 놓으니 2,000페이지 가량 됩니다. 하루 중의 반은 글쓰기로 보냈는데 그 글에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것이 나에게는 재산입니다.

 

돈은 없어도 괴롭고 돈이 있어도 괴롭습니다. 돈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빈궁하여 괴롭고, 돈이 많으면 돈냄새를 맡고 달려 드는 사람 때문에 괴로운 법입니다. 그래서 천석꾼은 천가지 괴로움이 있고 만석꾼에게는 만가지 괴로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도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괴로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재물에는 반드시 돈이나 부동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일곱 가지 고귀한 재물이라 하여 칠성재(七聖財)라 합니다. ,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재물은 남이 가져 갈 수 없습니다. 도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칠성재가 재산입니다.

 

로또 당첨되면 나누어 갖기로

 

어떤 모임이든지 이득이 있어야 합니다. 이득이 없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시간낭비, 돈낭비, 정력낭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모임이 이득 있는 모임일까? 그것은 모임의 구성원에 달려 있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모임이 있습니다.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서로가 서로를 찌르는 불화합의 모임은 피해야 합니다. 만나면 반갑고 즐거운 모임이 있습니다. 마치 우유와 물이 섞이듯이 합하는 모임입니다.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모임은 정진의 모임입니다. 모임으로 인하여 정신적 성장과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모임입니다. 이런 모임에는 반드시 닮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있어서 모임에 나가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동기모임을 가졌습니다. 강추위속에서도 일부러 시간 내서 모임에 온 것은 이득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 보냈다면 그것으로 이득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공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모임은 조용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우스개 소리 하며 화기애애 하게 보냈습니다. 남은 돈은 로또를 사기로 했습니다. 로또가 당첨되면 한사람 만 제외하고 서로 나누어 갖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2018-12-08

담마다사(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