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리플리 증후군이 일어나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2. 19. 08:48

리플리 증후군이 일어나는 것은


리플리증후군, 조웅천 의원이 사용한 말이다. 야당후보 부인에 대해 리플리증후군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은 무엇일까?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사전을 찾아보니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설명되어 있다.

리플리증후군은 의학용어로는 '공상허언증'이라고 한다. 자신이 만든 상상속의 세계를 사실로 믿는 것이다. 컴플렉스가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을 가질 수 있다. 학력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학력을 사칭하는 것도 해당된다. 신분사칭하는 것도 해당된다. 깨달음 사칭도 그렇다.

깨달음 사칭은 승단추방죄에 해당된다. 이를 율장에서는 '인간을 뛰어 넘는 상태 (uttarimanussadhamma)'를 사칭한다고 하여 엄격하게 금한다.

"
구족계를 받은 수행승은, ‘나는 빈방에서 고독을 즐긴다.’라고 생각할지라도 인간을 뛰어 넘는 것을 사칭하지 말아야 한다. 수행승으로서 악한 욕망을 가지고 탐욕으로 가득차고 존재하지 않고 실재하지 않는 인간을 뛰어 넘는 상태 즉, 선정이라든지 해탈이든지 삼매이든지 성취이든지 길이든지 경지에 이른 것을 사칭한다면, 그는 수행자가 아니고 싸끼야의 아들도 아니다."(Vin.I.97)

인간을 뛰어 넘는 상태에 대한 것은 많다. 선정도 그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 누군가가 선정체험 했다고 말하면 그에게 존경심이 일어날 것이다. 왜 그런가? 자신에게 그런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일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말한다면 거짓일 수 있다. 그가 선정 체험했다고 말하지만 그의 마음 속은 알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그는 거짓으로 선정체험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근이 들었을 때 어떤 탁발승은 자신을 성자의 흐름에 든 자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보시하고자 할 것이다. 복전에게 공양하면 커다란 과보가 기대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거짓말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이 속으면 상습적으로 거짓말하게 된다. 자신을 깨달은 자라고 사칭했을 때 자신도 믿게 된다. 이렇게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사칭하는 것도 리플리증후군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칭하는 것은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학력을 속이는 것도 이득이 있기 때문이고 경력을 속이는 것도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후보부인은 학력과 경력을 속였다. 그런데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 두 번 통용되자 상습화되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어느 것이 거짓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요즘 종종 허경영 전화를 받는다. 02로 시작되는 낯선 번호가 뜰 때 망설인다. 혹시 고객에게 온 전화일지 몰라서 공손하게 이름을 댄다. 그러나 "허경영입니다."라며 녹음된 음성을 듣는다. 그 순간 김이 팍 샌다.

사람들은 허경영을 허언증환자라고 말한다.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것은 현실화된 것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황당무계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번 이렇게 생각하면 여간해서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다.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 전화를 황급히 끊어 버리는 이유에 해당된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대개 나홀로 고립되어 사는 사람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의 차이가 큰 것이다. 그럴 때 "? 생각대로 안되네?"라고 말할 것이다.

생각대로 안된다. 그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망상속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하는 것과 실제는 다를 뿐만 아니라 차이가 많이 날 때는 망상속에서 사는 것이 된다.

생각과 실제와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간격이 크면 망상속에 사는 것이 된다. 간격이 좁으면 현실적으로 사는 사람이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이상과 현실이 일치하는 삶이다. 지혜로운 자가 그렇게 산다.

부처님은 여러 가르침을 설하셨다. 그 중의 하나가 '현실직시의 가르침'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려면 자신을 배제해야 한다. 오온이 나의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오온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한다. ,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라는 거짓된 자아를 진실이라고 믿는 것과 같다. 이렇게 본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리플리증후군이고 허언증 환자라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의 현실직시 가르침에 따르면 오온은 내것이 아니다. 그래서 초기경전을 보면 도처에서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는 정형구가 주문처럼 나온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사견에 빠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원주의와 허무주의를 들 수 있다. 이는 양극단이다. 사람들이 양극단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기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양극단을 떠나 연기법을 설하셨다. 연기법이야 말로 제대로 알고 보는 것이다. 연기의 생성을 관찰하면 허무주의는 거짓이 되고, 소멸을 관찰하면 영원주의는 거짓이 된다.

생각과 현실의 갭을 좁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다. 이를 야타부따냐나닷사나(yath
ābhūta ñāadassana), 여실지견(如實知見)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자작시가 있다. 2018년에 쓴 '생각과 실제'라는 제목의 시이다.

생각과 실제

"
? 이거 생각대로 안되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돈도 생각대로 잘 벌리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망상가가 되어 갑니다.
실제의 삶에서 멀어져 갑니다.

생각대로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맞아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생각이 실제에 근접한 사람에 대해
지혜로운 자라 합니다.

나홀로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접촉을 끊고
고립되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매우 위험한 사람입니다.

고립되어 살면 생각과 실제 사이에
괴리감이 클 수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습니다.
망상속에 살면 실제를 보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울려야 합니다.
일어날 힘만 있으면 나가야 합니다.
종교이건 단체이건
모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모임에 가면 대화 할 수 있습니다.
초면은 어색하지만 구면이 되면 반갑습니다.
유익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모임에 가서 만나야 합니다.
만나면 악수를 합니다.
반가우면 포옹 합니다.
접촉하면 친밀감이 극대화 됩니다.
모임에 나가 접촉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가야 하고
만나야 하고 접촉해야 합니다.
나홀로 고립되어 살다보면
우울과 망상속에 살기 쉽습니다.

생각과 실제는 다른 것입니다.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정신건강이 달려 있습니다.
현자는 생각과 실제에 차이가 없습니다.
(2018-07-06,
진흙속의연꽃)

2018
년 불교TV(BTN)에서 전현수 선생 강좌를 듣고 자극 받아 쓴 것이다. 그때 당시 필명은 '진흙속의연꽃'이었다.

홀로 사는 것은 위험하다. 망상속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현실의 괴리감이 클 때 허언증이 되기 쉽다. 부처님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지 못해서 허언증이 된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것을 현실로 믿어 버렸을 때 사칭하는 자가 될 수 있다. 학력사칭, 경력사칭, 깨달음사칭도 생각과 실제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고 보는 자가 현명한 사람이다.


2021-12-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