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오늘은 물 주는 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6. 13. 08:29

오늘은 물 주는 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특히 젊음이 아름답다. 젊은이들에게서 생명의 충만함을 느낀다. 아이들은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노년이 되면 죽음의 그림자가 보인다. 마치 좀비처럼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암울하다 못해 절망감을 느낀다.

 

이 젊음, 이 건강, 이 삶이 언제까지나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젊음의 자만, 건강의 자만, 삶의 자만에 빠져 있다. 이 몸과 마음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이 몸과 마음이 천년만년 유지될 것이라는 교만이 생겨난다.

 

부처님은 교만에 빠진 자들에게 경고했다. 젊음의 교만에 빠진 자에 대해서는 나는 늙음에 종속되었으며 늙음을 벗어날 수 없다.”(A5.57)라고 자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의 교만에 빠진 자에게는 나는 질병에 종속되었으며 질병을 벗어날 수 없다.”(A5.57)라고 자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삶의 교만에 빠진 자에게는 나는 죽음에 종속되었으며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A5.57)라고 자주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만에 가득 찬 인생이다. 젊음의 자만, 건강의 자만, 삶의 자만이 있다. 이 세 가지 자만만 있을까? 행복의 자만도 있다. 지금 행복하다고 하여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고, 젊음은 늙음에 종속되고, 삶은 죽음에 종속되고, 행복은 불행에 종속되고 만다.”라고 알아야 한다.

 

월요일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여섯시에 나오니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마트 앞에는 회사 출근버스가 도열해 있다. 고급 관광버스이다. 행선지는 어디일까? 기흥K1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반도체공장으로 향하는 차 같다.

 

안양 비산사거리는 교통의 중심지이다. 그러다 보니 아침 일찍 삶의 현장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에게서 삶의 활력을 본다. 노령인구가 많아서 사회가 전반적으로 탄력을 잃어 가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일터에 달려 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심이 된다.

 

 

비산사거리 이마트를 지나 1번 국도, 산업도로를 가로 질러 안양천에 이르렀다. 안양천을 건너면 메가트리아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무려 5천세대 가까이 되는 거대한 단지이다. 십년전에 안양7동의 주택과 저층아파트, 시장 등을 밀어 버리고 그 자리에 삼성레미안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마치 공원처럼 잘 꾸며 놓았다. 돌아서 가야 하나 지름길이기 때문에 통과해서 간다.

 

 

일터에 갈 때는 아무생각없이 가지 않는다. 이십여분 되는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더구나 아침이다. 암송하기 딱 좋다. 빠다나경 25게송을 암송하면서 걷는다. 암송하면서 걷다 보니 천천히 걷는다. 자연스럽게 사띠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암송하면서 걷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 가는 것 같다.

 

일터에 도착했다.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오피스텔 3층에 작은 사무실이 있다. 토요일이건 일요일이건 일터에서 보낸다. 공간을 풀가동하기 위한 것이다.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합하여 하루 이만원 꼴이니 밤낮으로 주말없이 풀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일터로 달려 간다.

 

일터는 아지트나 다름없다. 일터는 암자나 다름없다. 도시에 있어도 깊은 산속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서 자연인이 된 것 같다. 나만의 공간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집은 예외이다. 집을 떠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이 들어간다. 다행스럽게도 일인사업자에는 일이 있다.

 

일감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다. 그러나 사무실 유지만 하면 된다. 나이 들어서 갈 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더구나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자기계발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인지 모른다.

 

 

사무실 중앙에 명상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카페트 위에는 푹신한 방석이 있다. 행선도 하고 좌선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때로 휴식도 취한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졸립거나 나른할 때 잠시 누워서 자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물 주는 날이다. 예전에는 생각날 때마다 물을 주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날자를 정해 놓고 물을 주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은 물 주는 날이다. 난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준다. 행운목, 인도고무나무, 여인초 등 일반 열대식물은 2주일에 한번 준다. 염좌와 같은 다육식물은 4주에 한번 준다.

 

 

오늘은 전체 물 주는 날이다. 아지트에 도착하자 마자 물을 주었다. 모두 물을 흠뻑 주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물을 주어서일까 대체로 잘 자란다. 여인초 자라는 속도를 보면 마치 어린아기가 자라는 것처럼 쑥쑥 자란다. 인도고무나무는 생명력이 왕성한 것 같다. 가지 끝에 흰 대가 삐죽 튀어 나왔는데 생명의 신비를 보는 것 같다.

 

 

식물은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그러나 물만으로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 , , 풍 사대로 자란다고 보아야 한다. 사대 중에 화와 풍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생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식물은 흙과 물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온도가 있어야 하고 공기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주 창문을 열어 둔다.

 

나의 몸은 사대로 이루어져 있다. , , , 풍 사대로 이루어진 몸에 정신이 있어서 나라는 존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식물에는 정신기능이 없다. 있어도 아주 조금 있을 것이다. 무정물에 가깝다.

 

유정물과 무정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물은 유정물이다. 애완동물이 죽으면 슬퍼한다. 그러나 식물은 그다지 슬픈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식물키우기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큰 목적은 생명이다. 식물을 보면 생명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지트에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무려 34개의 화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책상을 중심으로 사방에 생명으로 가득하다. 아지트가 비록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심산유곡에 있는 암자와 다름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름이 없다. 이번 기회에 거처 이름을 지어 볼까?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삶을 꿈 꾼다. 그렇다고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삶, 향상되는 삶, 성장하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글쓰기 하는 것도 공부이고, 게송을 외우는 것도 공부이고, 경을 암송하는 것도 공부이고, 초기경전을 읽는 것도 공부이다. 요즘은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61권까지 만들었다. 앞으로 100권 이상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책부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안될 것이다.

 

항상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하고 있다. 좋은 말씀이 있으면 글로서 공유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자만하지 않은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로 건강의 자만, 젊음의 자만, 삶의 자만에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젊음은 늙음에 종속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삶은 죽음에 종속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행복은 불행에 종속되고야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은 전체 물주는 날이다. 오늘 아침 일찍 아지트에 도착하여 34개에 달하는 화분에 물을 주었다. 오늘도 절구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커피 원두를 절구질하여 만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이다. 손님이 오면 대접한다.

 

 

이런 일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언젠가 끝날 날이 있을 것이다. 젊음은 질병에 종속되고, 건강은 늙음에 종속되고, 삶은 죽음에 종속되고, 행복은 불행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자만과 교만은 죽음의 길이다.

 

 

2022-06-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