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지식인들은 왜 연금개혁에 침묵하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25. 06:15

지식인들은 왜 연금개혁에 침묵하는가?


계곡 물소리가 세차다. 여기는 고래바위 계곡이다. 오늘 일요일을 맞이하여 고래바위 계곡을 찾았다. 지난 20여년동안 매번 찾는 비밀의 계곡이다.

오늘 일요일 오전 일을 마치고 계곡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목적이 있다. 도시탈출하기 위한 것도 있고 건강을 위한 것도 있다. 일요일 오후 집에서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여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이다. 습도는 높다. 장마철이기 때문일 것이다. 5625번 버스를 타고 내비산 종점에 내렸다. 목적지는 고래바위계곡이다.

땀을 비오듯 흘렸다. 여름에는 땀을 흘려야 한다. 여름은 여름답게 보내야 한다. 그래야 면역력이 생긴다. 산을 하나 넘으면 고래바위 계곡이다.

 


고래바위는 여전히 그대로 있다. 돌고래처럼 생겨서 고래바위 계곡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지도에는 관양계곡으로 나온다.

고래바위 계곡은 비밀계곡이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잊혀진 계곡이다. 몰라서 못 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비밀의 계곡에 사람들이 많다. 오늘 일요일을 맞이하여 피서 나온 것일까? 이곳저곳 사람들이 있다 보니 더이상 비밀의 계곡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힘든 일을 하면 보상심리가 발동된다. 오늘 오전 일요임에도 일터에 나가 일했다. 오늘 고래바위 계곡, 비밀의 계곡에 가는 날에 땀을 많이 흘렸다. 보상이 필요했다. 점심 먹는 것으로 보상심리를 잠재우고자 했다.

점심밥을 준비했다. 김치와 고추장, 마늘을 준비 했다. 여기에 막걸리도 준비했다. 오계를 지키는 불자의 입장에서 불음주계를 지켜야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타락해 보기로 했다.

안주가 필요했다. 이마트에서 소세지를 샀다. 시식용 소세지가 먹음직해서 두 개를 얻었다. 서비스상품과 맞바꾼 것이다. 톡톡 터지는듯한 식감이 집에서 해먹는 것과 달랐다.

식사를 끝냈다. 앞에서 왁자지껄 떠들던 일단의 무리들도 떠났다. 계곡에는 세찬 물소리만 들린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풍부하다. 물살이 폭포가 되어서 흘러간다.

쓰고 싶은 것이 있다. 산을 오르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그것은 기득권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은 왜 기득권에 저항하지 않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또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이 기득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희망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 갇힌 노동자에 대한 사건을 말한다. 에스엔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희망버스를 타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들보다 처지가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천적 지식인들이 있다. 그들은 정의감에 불타서 약자를 돕고자 한다.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 투쟁한다. 대학교수, 시인, 작가, 활동가 등 이땅의 양심세력들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 같다.

사회적 약자는 노동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계급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비정규직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노동자들은 양반계급에 속한다.

오랜세월 자영업자로 살았다. 일인사업자로 살다 보니 혜택 받는 것이 없다. 국민연금은 100% 자부담 했다. 건강보험료도 100% 자부담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직장에서 50% 부담해 준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는 노동자보다 못한 신세 같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식인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더 좋은 것은 기득권을 타파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무원연금 같은 것이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수혜 대상자이다. 매달 일정 금액이 통장에 꼽히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에 비하면 반토막도 되지 않는다. 1987년부터 34년 부었지만 너무나 차이가 난다.

이번 대선 때 안철수는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후보 중에 유일 했다. 타후보들은 표를 의식해서 말을 아꼈다. 안철수는 굥정부 아래에서 연금개혁을 할 수 있을까?

실천적 지식인들은 노동자들 삶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과 같은 기득권층의 특혜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혹시 그들도 기득권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새로운 카스트가 형성되어 있다. 공무원을 정점으로 하는 카스트를 말한다. 공무원 아래에는 정규직이 있고, 정규직 아래에는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이 있다. 그 아래에는 돈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그러나 좀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마치 부자가 몸조심하는 것과 같다. 공무원 연금이 그렇다. 여기에는 사학연금도 포함되고 군인연금도 포함된다. 그 액수를 보면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를 낙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공무원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을 정점으로 한 카스트에서 공무원의,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나라가 되었다. 죽을 때까지 고액의 연금을 타먹는 것이다. 법을 만든 것도 그들이고, 법을 집행하는 것도 그들이고, 수혜를 받는 것도 그들이다.

단체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다. 휴게소에서 그분은 14,000원짜리 갈비탕을 10여명에게 샀다. 그 사람은 공무원으로 정년퇴직 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로 나가지 못하다 보니 돈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도서관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한 사람이 있다. 연금이 월 3백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어느 부부가 있다. 남자는 교수로 정년 퇴임했고 여자는 교사로 정년퇴임 했다. 연금을 합치면 얼마나 될까?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연금귀족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누군가 공무원연금개혁 이야기하면 백안시 할 것이다. 누군가는 말해야 한다. 안철수에게 기대해 본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연기금은 고갈되어 갈 것이다. 이대로 가면 어떤 파국을 맞을 것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실천적 지식인들도 침묵하고 있다.

결국 젊은 세대들이 떠 받치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젊은이들은 희망이 없다. 그래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기성세대에게 복수하는 것인지 모른다.

불합리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30-40년 전의 조건과 지금의 조건은 같지 않다. 그럼에도 표를 의식하여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언젠가 분노가 폭발하게 될 것이다. 가장 피해 보는 젊은 세대에서 목소리가 먼저 나올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희망버스는 출발해야 한다. 지식인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더 훌륭한 일은 기득권의 과도한 수혜를 타파하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왜 공무원연금에 대해서 침묵할까? 그들도 수혜자라서 그런가? 지식인들이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위한다면 기득권 포기 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고래바위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있으니 신선놀음 하는 것 같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여 덥지 않다. 이제 서울대 수목원 방향으로 하산해야겠다.


2022-07-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