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행합일

선업공덕 지을 기회를 준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7. 14:18

선업공덕 지을 기회를 준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

 

 

무엇이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보시도 그렇다.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다. 추석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제 선물을 받았다. 택배사 문자를 받고서 누군가 택배를 보낸 것으로 보았다. 문자를 받았다. 택배를 보낸 사람이다. 익숙한 필명이다. S선생이 보낸 것이다. 잊을만하면 선물을 보낸다. 이제까지 네 번 이상 받은 것 같다.

 

S선생은 한번도 대면한 적이 없다. 에스엔에스에서만 접했을 이다. 열심히 공감해 주고 때로 댓글로 격려 해준다. 받기만 한 것이 미안해서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보낸 바 있다.

 

S선생이 택배를 보낸다고 했을 때 막을 수 없다. 이미 보내 놓고 통보하는 것이되었기 때문이다. 감사히 잘 먹겠다고 문자를 날렸다. 일을 마치고 밤 늦게 집에 가니 아파트 현관 앞에 포도 한박스가 있었다.

 

지난 일요일 조계사에서 W선생을 만났었다. 역시 에스엔에스에서 인연 맺은 선생이다. 나이가 작고한 어머니뻘 된다. W선생은 돈을 주었다. 오만원짜리 두 장을 준 것이다.

 

돈을 받지 않는다. 글을 쓴 대가로 돈을 받지 않는다. 이는 시를 읊은 대가로주는 것을 향유하지 않으리.”(S7.9)라는 가르침도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바라문에게 가르침을 알려 주었는데 그에 대한 대가로 음식을 주려 하자 거부한 것이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 하는 사람은 아니다. 생계를 이어갈 만한 전문 생업이 있기 때문에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돈을 주었을 때 거절 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든 어머니 뻘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받았다.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까? 맛 있는 것을 사먹어야 할까?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사야 할까? 어제 S선생으로부터 포도를 받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선물을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선물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 오른 사람들이 있다. 오피스텔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이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하루도 빠짐 없이 일터에 가는데 늘 보는 사람들이다.

 

경비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주차타워에 주차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루에 두 번 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시간에 집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도 도움을 준다.

 

며칠전 한 경비원에게 이야기 들은 것이 있다. 어느 입주 사무실 사람이 주차타워 경비원에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지하주차장이 가득 차서 주차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비원은 지하주차장과 무관하다. 주차타워만 관리한다. 그럼에도 그 입주자는 경비원이라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경비원이 될 수 있다. 내 친구도 경비원이다. 한다리 걸쳐서 들은 것이다. 그는 대기업에 다녔었다. 그러나 나이가 있다 보니 마땅히 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 회사 경비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신성한 일이 된다. 미화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청소원이다. 세상을 깨끗이 한다며 일을 했을 때 신성한 일이 된다. 누군가는 해야 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오피스텔 미화원들도 건물을 깨끗이 하고 있다.

 

오피스텔에는 경비원이 다섯 명 있고 미화원이 세 명 있다. 최근 일년 사이에 대부분 바뀌었다. 일년전에 있었던 사람들은 각각 한명만 있을 뿐이다.

 

경비원들과 미화원들 얼굴을 잘 알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마주치는 사람들이다. 특히 미화원과 잘 마주친다. 그럴 경우 내가 먼저 인사를 한다.

 

이번에 새로 온 미화원은 비교적 젊은 사람이다. 많이 배운 사람처럼 보인다. 겉보기에 교양 있어 보이는 것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친구가 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내가 청소 일을 한다고 했다. 사회 친구는 김대중 정부시절 잘 나가던 벤쳐 회사 사장이었다.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살고 있다.

 

목표는 정해졌다. 실행만 하면 된다. 점심식사를 끝낸 후에 곧바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안양농산물시장이다. 안양권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이다.

 

 

안양농산물 시장에 가면 자주 가는 곳이 있다. 하나청과를 말한다. 한번 두번 이용하다 보니 자주 이용하는 단골이 되었다.

 

농산물 시장에는 활력이 넘친다. 추석을 나흘 앞두고 있어서일까? 선물용 과일로 넘쳐난다. 포도를 선물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송산포도 여덟 박스를 샀다. 한박스에 2만원이다. 포도는 지금이 제철이라고 한다. 추석이 지나면 철이 끝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 나온 것이 먼저 나온 것보다 알이 더 굵고 달다고 말한다.

 

 

포도 여덟 박스를 차에 실었다. 999씨씨 경차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뒷좌석에 쌓았다. 운전중에 포도향기가 났다. 오피스텔로 가는 길에 기분이 산뜻 했다.

 

 

경비원에게 다섯 박스를 전달했다. 새로온 경비는 선물을 보자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에도 선물 했다고 말했다.

 

지하 2층에 미화원 휴게실이 있다. 노크를 하니 새로 온 미화원이 어리둥절해 했다. 작년에도 있었던 미화원은 알아 보았다. 아마 눈치 챘을 것이다. 벌써 세 번째 선물 박스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보시에도 타이밍이 있다. 아무 때나 보시할 수 있지만 명절을 앞두고 선물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실행하게 된 동기는 어제 S선생으로부터 포도 한박스를 택배로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요일 W선생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금강경에서는 무주상보시를 말한다. 상이 없는 보시를 말한다. 쉬운말로 티내지 말고 보시하라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티를 내고 있다. 블로그와 에스엔에스에 알리는 것이다. 무주상보시에 위배되는 것이다.

 

무주상보시는 깨달은 자들이나 가능한 것이다. 왜 그런가? 무주상보시는 출세간적 보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맛지마니까야 보시에 대한 분석의 경에 실려 있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알 수 있다.

 

 

탐욕을 떠난 자가 탐욕을 떠난 자에게

행위의 과보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여법하게 얻어진 것을 흔쾌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그 보시는 세간적 보시 가운데 최상이라고 나는 말한다.”(M142)

 

 

부처님은 탐욕을 떠난 자가 탐욕을 떠난 자에게 보시하는 것이 최상의 보시라고 했다. 왜 최상의 보시인가? 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에 대한 욕망과 탐욕이 없이 보시를 했기 때문이다. 아라한이 아라한에게 보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 어떤 보시도 보시하는 행위는 세간적인 것이 된다. 그럼에도 아라한의 보시에 대하여 출세간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과보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기능적 행위(kiriya)만 있을 뿐이다.

 

출세간적 보시는 기능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보시를 해도 과보를 낳지 않기 때문에 기능이라고 하는 것이다. 행위를 해도 어떤 과보를 낳지 않는 것에 대하여 끼리야, 즉 작용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끼리야찟따(kiriya citta)에 대하여 작용심(作用心)이라고 한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보시는 세간적 행위에 해당된다. 세간에서 사람들은 보시를 하면 과보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서 보시한다. 윤회하는 중생에게서 선업공덕을 쌓기 위한 좋은 방법은 보시하는 것이다.

 

윤회하는 삶속에서 보시하는 행위는 선업공덕이 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받아 주면 나의 공덕이 된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마음으로 받겠습니다.”라며 거절한다.

 

누군가 선물을 하고자 했을 때 거절하지 않는다. 무언가 이익을 바라며 뇌물을 준 것이 아닌 한 받아 주는 것이 좋다. 그 사람에게 선업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 송산포도 한박스씩 선물했다. 흔쾌 받아 주어서 마음이 충만했다. 선업공덕 지을 기회를 준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2022-09-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