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경을 암송한 힘으로 행선 했을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9. 17. 07:42

경을 암송한 힘으로 행선 했을 때

현재새각 새벽 5시 35분,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행선을 성공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새벽 4시에 눈을 떴을 때 몸이 찌뿌둥 했다. 잠을 자긴 잤으나 숙면은 아니었다. 몸에 찬 기운이 있어서 도중에 깼다고 볼 수 있다. 억지로 잠을 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꿈에서 해메기 쉽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자 했다. 이런 경우 전기찜질기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3주전에 허리가 아플 때 산 것이다. 전기찜질 모드로 하여 등을 대고 있으니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있고 싶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어른들이 했던 것을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전기찜질기 신세를 질 수 없다. 일단 일어나 걸어 보기로 했다. 좁은 방에서 경행을 하고자 한 것이다. 가만 앉아서 좌선하는 것보다는 일어나서 어슬렁 거리는 것이 기분전환하는 것에 있어서는 더 낫다. 그러나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병기가 있다. 그것은 경을 암송하는 것이다.

암송효과는 알고 있다. 직접 체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암송전과 암송후를 보면 알 수 있다. 암송전의 몸과 마음의 상태와 암송후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이런 사실을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에 써먹고자 한 것이다.

빠알리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25개 게송으로 1,800자가량되는 '정진의 경'을 20분가량 암송했다. 뜻을 새기며 천천히 암송한 것이다. 이렇게 뜻을 새기며 암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된다.

암송을 마쳤을 때는 몸과 마음이 이전 상태와 다르게 된다. 집중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경행에 적용하면 행선이 된다. 걷는 명상이 되는 것이다.

마음이 집중이 안된 상태에서 행선에 임하면 잘 되지 않는다. 발을 이동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루하다는 것이다. 그저 가볍게 걷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오래 가지 못한다.

행선은 재미가 없으면 오래 할 수 없다. 재미없는 일은 흥미를 잃기 쉽다. 그래서 도중에 그만 두기 쉽다. 그러나 집중된 마음이 되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발의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흔히 본다고 말한다. 호흡도 보라고 말한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집중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본다는 것은 안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보는 것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선을 할 때 발의 움직임을 본다. 발의 이동과정을 지켜 보는 것이다. 이때 집중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집증이 없으면 아무 생각없이 발을 이동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마음이 집중된 상태에서는 발의 움직임이 보인다. 발의 움직임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집중은 순간집중을 말한다.

보는 것과 아는 것이 일치하면 마음이 집중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6단계 행선을 하면 발의 움직임을 보게 되는데 이는 발의 움직임을 아는 것과 같다. 발의 움직임을 모두 보고 발의 움직임을 모두 아는 것이다.

마음이 집중되었을 때 발의 움직임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오늘 새벽에 그랬다. 이와 같은 집중이 가능한 것은 경을 암송했기 때문이다. 경을 암송하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는데 이러한 집중을 발의 움직임에 적용했을 때 발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행선은 6단계 행선이 효과적이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여섯 단계의 동작을 말한다. 이 과정 자체를 볼 수 있으려면 집중이 있어야 한다. 집중이 없으면 지나치기 쉽다. 경을 암송한 후에 행선을 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오늘 새벽 행선을 하면서 비행기 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발을 밀 때 마치 허공을 가로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허공을 가로질러 "스윽"가는 듯한 느낌이 되었을 때 날아가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지 재미가 붙으면 계속하고 싶어진다. 행선을 할 때 비행기타는 느낌을 받았을 때 이를 즐겼다. 발을 올려서 스윽 밀었을 때 그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유행가 중에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 있네."라는 가사가 있다. 한번 미끄러지듯이 비행기를 타는 것 같자 두번, 세번 자꾸 경험하고 싶었다. 발을 이동할 때마다 비행기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자꾸 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행선에 재미가 붙은 것이다.

행선에도 요령이 있다. 먼저 경을 암송해서 집중된 마음을 만든다. 이 집중된 힘으로 6단계 행선을 하면 미끄러지듯 허공을 가르는 것 같다. 아마 행글라이딩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6단계 행선에서 미끄러지는 시간이 가장 길다. 발 뒷꿈치를 드는 것이 1단계이고, 발을 떼는 것이 2단계이고, 발을 미는 것이 3단계라고 볼 수 있다. 발을 내리는 것은 4단계이고, 발을 바닥에 딛는 것은 5단계이다. 디딘 발을 누르는 것은 6단계이다.

발을 뗄 떼는 뒷꿈치를 먼저 들어야 한다. 발을 디딜 때는 발바닥을 수평으로 해서 딛는다. 이렇게 6단계 행선을 했을 때 미끄러지는 시간이 가장 길다. 발을 미는 3단계를 말한다. 6단계 행선에서 미끄러지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발을 미는 단계인 3단계는 마치 비행기를 타는 것 같다. 발을 뗄 때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과 같고, 발을 바닥에 붙일 때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것과 같다. 비행기가 뜨면 떠서 날아가는 시간이 대부분이듯이 6단계 행선에서도 발을 미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집중이 깊으면 허공에 체류하는 발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발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발의 움직임 전과정을 보고 아는 것이다.

허공에서 발의 움직임을 알고 보았을 때 비행기타는 것 같았다. 행글라이딩을 해보지 않았지만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이런 맛에 행선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하늘을 나는 맛을 보고자 하고 또 하는 것이다. 행선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

행선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행선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 몰랐다. 발을 밀 때 허공을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하고 또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할 것 같았다. 잡념이 일어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중된 상태이기 때문에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져 버린다. 전체를 아는 마음이 되었을 때 어느 것을 해도 장애가 되지 않는것 같았다.

행선을 중단하고 밥을 하고 된장국을 만들었다. 집중된 상태가 유지 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행위를 해도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강한 대상을 만나면 깨질 것이다. 고객의 전화 한통에 산산조각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마음에 번뇌가 없다.

마음이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번뇌가 있을 수 없다. 로바(탐), 도사(진), 모하(치), 마나(만), 딧티(견) 등 열 가지 낄레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한번 좋은 체험을 했으면 다음 번에도 같은 상태로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일묵스님에 따르면 좋은 체험도 사띠라고 했다. 사띠의 본래 의미는 기억인데 이는 수행체험도 해당된다고 했다. 사띠가 알아차림도 되고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도 되지만 체험을 기억하는 것도 사띠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행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마치 고행하듯이 앉아 있는다고 해서 수행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수행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자꾸하고 싶어진다. 오늘 새벽 행선이 그랬다. 경을 암송한 힘으로 행선을 했을 때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나만 그럴까?

2022-09-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