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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권 진흙속의연꽃 2015 I, 견재가 들어오고 태클이 걸려오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12. 08:18

72권 진흙속의연꽃 2015 I, 견재가 들어오고 태클이 걸려오고

 

 

지금 시각 647, 오늘의 해가 떠 올랐다.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추분도 지났다. 낮의 길이 보다 밤의 길이가 길어지는 음의 기운에 살고 있다. 그에 따라 모든 것이 스러져 가는 것 같다.

 

 

하루 해가 뜨면 어둠은 제압된다. 아침이 되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뜨는 해는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전개될까?

 

매일 하루 해를 맞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판을 치고 있는 일터에서 일년전에도, 오년전에도, 십년전에도 똑 같은 해를 맞았다. 아침이 되면 글을 썼다. 매일 쓰다 보니 수천개가 되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매일 말을 하고 산다. 말은 한번 뱉으면 허공으로 사라진다. 누군가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 살아 있다고 할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잊혀진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수많은 글이 난무한다.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쏟아 놓는다.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글을 모아 두고 있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 버릴 것이다. 한번 뱉은 말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겠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허공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매일 장문의 글을 쓰고 있다. 십년 이상 하는 일이다. 그 결과 블로그는 수천개의 글이 축적되었다. 검색하면 다 볼 수 있는 글이다. 이런 이유로 책을 만들지 않았다. 블로그가 일종의 전자책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그도 믿을 것이 못된다.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든지 영원하지 않다. 지금 견고해 보이는 것도 어느 한순간 사라질 수 있다. 블로그에 있는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다급해졌다. 블로그에 있는 글을 다운 받기 시작했다.

 

책을 낼 목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책을 쓰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매일매일 그날그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다. 그러다 보니 글이 단편적이다. 하나의 주제로 끝나는 것이다. 소설이나 사상서가 될 수 없다. 이런 글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가장 적합한 말은 잡문(雜文)’이다. 인터넷에 쓰기 때문에 인터넷 잡문이 되는 것이다.

 

잡문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제는 다양하다. 그날 글은 그날로 끝난다. 시리즈로 연재되는 것은 드물다. 책을 내기 위한 글을 쓰지 않다 보니 글이 잡문이 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잡문도 카테고리별로 또는 시기별로 모아 놓으면 책이 된다. 현재 다운받아 놓은 글을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책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날그날 쓴 것을 한데 모아 놓으면 책이 된다. 그러다 보니 수십권 되었다. 남들은 한권 내기도 어렵다는 책을 71권 만든 것이다. 이제 72번째 책을 만들려고 한다.

 

72번째 책은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하여 글로서 표현한 것이다. 책의 제목을 ‘72 진흙속의연꽃 2015 I’로 정했다. 2015110일부터 430일까지 4개월간의 기록이다. 목차에는 45개의 글이 있고 465페이지 분량이다. 참고로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부처님은 왜 다른 것을 귀의처로 하지 말라고 하였을까?

2. 스님을 승보로 보았을 때 문제점

3. 동대문에서 본 기괴한 건축물 DDP

4.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5. 유시민님의 글쓰기 강연을 듣고

6. 명상하는 사람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7. 빠알리경전은 부처님의 원음

8.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 날 때 측은지심을

9. 붓다로 살자고? 대승불교와 초기불교의 충돌

10. 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세간적 업자성정견(業自性正見)

11. 미디어붓다에 칼럼을 쓰며

12. 자애와 연민은 어떻게 엮어져 있을까?

13. 양이빨로 식사하는 행복

14. 썩은 보리수는 뽑아내야

15. 장미와 칵테일의 나날

16. 기쁜 마음으로 주기 기쁜 마음으로 받기

17.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 만년 살 것처럼

18. 심신이 지쳤을 때 찾는 우리계곡

19. 미디어붓다에 글을 올리고 나서

20. 신상을 공개하라고 다그치는데

21. 재가자도 수행 해야 하는 이유

22. 일곱권이 한권으로, 통합본 쌍윳따니까야

23. 우리 속의 사자와 초원의 배고픈 사자

24. 가문의 영광인가? 통합본 상윳따니까야에 실린 ‘진흙속의연꽃’

25. 호객하는 스님, 2015 불교박람회장(1)

26. 행위에 따라 신분이, 2015 불교박람회장(2)

27. 카톡방에서 침묵하다 슬며시 퇴장하는 사람

28. 축생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29. 진리가 우리를 고귀하게 만든다

30. 청사만 점거 하면 된다고? 1998년 참담하고 참혹한 종단사태

31.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

32.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바른불교 재가모임의 삼귀의제창

33. 새벽은 희망의 전조, 해남기행(1) 땅끝에서 본 해맞이

34. 두 갈래의 길에서, 해남기행(2) 미황사와 달마산

35. 인생의 그윽한 향기 품고 새출발, 해남기행(3) 친구의 서혼식

36. 불자들을 화나게 하는 승려들

37. “석가 그대에게”라고 쓴 도법스님

38. 권승들의 범죄행위를 보며

39. 신도를 서열화 하는 조계종

40. 왜 음식절제를 해야 하는가?

41. 내일아침 후회하지 않으려면

42. 그러려니 하며 살자

43. 자비심에 바탕을 둔 사회참여

44. 자급자족의 노후공동체를 꿈꾸며

45.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 고이면 썩고 축적하면 타락한다

72권 진흙속의연꽃 2015 I_221012.pdf
6.41MB

 

나에게 2015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매일매일 가장 인상깊었던 일을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알 수 있다. 편집하면서 빠른 속도로 스캔해 보았다. 그때도 치열하게 살았음을 알 수 있다. 무언가 삶을 흔적을 남기려고 애쓴 것이다. 그것이 이제 책이라는 결과물로서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글에서 나에게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은 경전을 읽기로 약속한 것이다. 상윳따니까야 통합본을 선물받고 느낌을 기록한 것이다. 목차에서 22번째 글에 있는일곱권이 한권으로, 통합본 쌍윳따니까야’ (2015-03-11)가 바로 그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선물 받는다. 예기치 않게 받은 것도 있다. 그것은 쓴 글이 암시가 되었을 때 그렇다. 통합본 상윳따니까야도 그런 결과 받은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통합본 상윳따니까야가 출간 되었을 때 글을 하나 썼다. 이를 보고 어느 법우님이 선물로 보내 주겠다고 했다. 쓴 글이 결국 암시가 되어 버렸다.

 

통합본 상윳따니까야를 받고 글을 하나 썼다. 글에서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이 머리맡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머리맡에 두고 항상 보는 것이다.”라고 썼다. 아침 저녁으로 머리맡에 놓고 읽겠다고 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행되고 있지 않다. 언젠가는 머리맡에 놓고 마치 소설읽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볼 것이다.

 

글은 자랑이 되기 쉽다.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감추기 쉽다. 아마도 인기 관리하는 사람이나 이미지 관리하는 사람이 그런 글을 쓰기 쉽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하루 인터넷에 잡문을 쓰는 블로거에게는 남에게 잘 보일 일이 없다. 마치 골방에서 자신과 대화하듯이 글을 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에 공개되자 견재가 들어오고 태클이 걸려 왔다.

 

글은 솔직하게 쓰고자 한다. 감추거나 숨기지 않는 글쓰기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단점도 쓰게 되고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이야기도 쓰게 된다. 성찰하는 가운데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모함도 받게 되었다. 악의적인 비난과 비방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무시했다. 그러나 없는 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했을 때는 참을 수 없었다. 달빛 소나타라는 필명을 가진 여인이 대표적이다. 목차 22번째 신상을 공개하라고 다그치는데’ (2015-03-10)라는 제목의 글에 실려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필명으로 썼다. 이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다. 오로지 글로서만 소통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인지 매우 궁금했었던 것 같다. 달빛 소나타라는 필명을 가진 여인도 그랬던 것 같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스님으로 본 것이다. 그 결과 댓글에 갖은 욕설과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이런 것도 글을 써서 공개했다.

 

인터넷에 잡문 쓰는 것은 일종의 일기라고 볼 수 있다. 그날 인상 깊었던 것을 사진을 곁들여 설명해 놓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개인사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시대에 대한 것도 잊지 않았다. 나중에 역사적 사료로 남을 것으로 생각해서 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런 기록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의 72번째 책이다.

 

 

2022-10-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