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와다불교

한국 테라와다불교 창립 50주년 기념사진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0. 25. 07:49

한국 테라와다불교 창립 50주년 기념사진을 보고

 


한장의 사진이 많은 생각을 일으킨다. 에스엔에스에 실린 한국 테라와다불교 50주년 기념 사진이다. 페이스북에 어느 스님이 올린 것을 다운 받았다.

한국 테라와다불교가 50주년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에서 테라와다불교가 출범한 것은 공식적으로 2009년의 일이다. 불과 13년 역사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50주년이라니! 참으로 놀랍고 불가사의한 일이다.

 


한장의 사진을 보고 검색해 보았다. 키워드를 도성스님과 한국테라와다불교를 넣은 결과 한 여성 국회의원 블로그와 연결되었다. 국민의 힘 영도구 황보승희 의원 블로그이다. 블로그에는 "한국테라와다불교 50주년 및 도성큰스님 수계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짤막한 글이 실려 있다.

인터넷에서 한국테라와다불교 50주년 기념 관련 글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 국회의원 글이 유일하다. 한국에 테라와다불교가 들어온지 반세기가 되는 역사적 기념일임에도 어느 매체에서도 보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한국에 테라와다불교가 전래된지 50주년 되었을까?

 


한국에 테라와다불교가 전래된지 50년 되었다는 것은 한장의 사진에서 확인된다. 플레카드에 그렇게 써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여당 여성 국회의원 블로그에서 "도성 큰스님 수계 50주년"이라는 말이다. 도성스님 수계가 한국테라와다불교 50주년 역사가 된 것이다.

현재 도성스님(뿐냐산또)은 한국테라와다불교 상가라자의 지위에 있다. 조계종으로 말하면 종정인 것이다. 도성스님은 백세가 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19년에 백세였다. 올해 2022년은 103세가 된다. 그럼에도 한국테라와다불교 50주년 행사 사진을 보면 정정한 모습이다.

도성스님은 백세 이상을 살고 있다. 백세가 넘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 하다.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것은 테라와다불교 수계가 50년 되었다는 사실이다. 도성스님 수계역사가 한국테라와다불교 역사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50년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인터넷에 글을 쓰다보니 이것저것 알게 된다. 어느해인가 마성스님 글을 발견하고 인터넷에 글을 쓰게 되었다. 스님은 한국의 고승들이 태국 율사 스님들로부터 수계한 사실을 썼다. 테라와다식 수계를 한 것이다. 그때가 1973년이라고 했다. 이런 글을 접하자 블로그에 '한국은 테라와다불교국가인가, 1973년 태국고승들로 부터 받은 비구계'(2011-11-30,https://bolee591.tistory.com/m/16155089)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매일매일 글을 쓴다. 어느 것이든지 글의 소재가 된다. 한국불교에서 고승들이 태국 스님들로 부터 계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2011년 미디어붓다에 실렸다. 이를 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그때 당시 종광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한국의 비구계는 엄격하게 말한다면 1973년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1973년 고승들의 태국 비구계 수계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고 있지만, 당시 태국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한다. 한국불교에 그동안 계맥이 끊겨서 비구가 없었는데 우리나라(태국) 스님 10분이 가서 수계를 주었다고 태국언론에 대서특필이 되었다고 한다."(미디어붓다, 2011-11-25)

종광스님이 '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말한 것이다. 한국에서 비구계 역사는 1973년 부터라는 것이다. 태국 율사 스님들을 초청하여 비구계맥이 이어진 것이다. 율장에 근거하여 정식으로 수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불교 1700년 역사에서 진정한 비구계의 역사는 불과 50년 밖에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 전통의 역사이다. 남방 테라와다불교와는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수계를 받으려고 했던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에 대한 마성스님 글을 보면 명백히 드러난다. 마성스님이 불교평론에 기고한 글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다음)

한국불교는 승단 정화 이후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비구라면 구족계를 받아야 하는데 구족계의 계맥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국의 고승을 초청하여 구족계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태국의 고승들이 한국에 와서 남방 전통의 구족계를 수여했다. 이것은 한국불교 교단사에서 크나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한국불교 교단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한국의 승려들이 상좌불교 국가인 태국의 고승들을 초청하여 상좌부 전통의 비구계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태국의 장로들은 한국불교의 승단에 태국의 계맥을 전해 준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세계불교에서의 태국불교(Thai Buddhism in the Buddhist World)》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스님들이 다른 불교국가에서 학업을 추구하도록 파견돼 왔다. 최근 몇 년간 상좌부 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승단은 한국 스님들을 상좌불교 국가들로 보낼 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의 상좌부 수계도 환영하고 있다. 1973(불기 2516)에 태국 상좌부 스님들이 서울에서 수계식을 열기 위해 초대를 받고 가서 약 마흔 분의 한국 스님들을 상좌부 계단에 맞아들였다.

위의 인용문 내용과 같이 한국불교계에서 태국의 고승들을 초청하여 비구계를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도성(道成) 스님(전 해인사·대흥사 주지, 현 부산 태종사 회주·한국테라와다불교 상가라자)의 증언에 따르면, 1973 3월 말경 양산 통도사에서 남방 구족계 수계식이 거행되었다. 이때의 수계는 계첩을 발부하지 않았으며, 수계식 기념사진도 촬영하지 않았다. 다만 수계의 증표로 남방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았다. 수계를 받은 정확한 숫자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도성 스님은 당시 수계를 받은 스님들의 명단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통도사의 홍법·상우, 부산 선암사의 석암, 쌍계사의 고산, 송광사의 보성·학산, 해인사의 혜암·도견·일타·종진·운산·현우·도성, 대구의 수산, 법주사의 혜정 스님 등이 받은 것은 확실하게 기억하지만, 고암과 경산 스님은 계를 받았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이때 천축사의 천장 스님은 한 발은 계단 안에 한 발은 계단 밖에 두고 수계를 받았다는 일화도 전한다.

한편 그 이전에도 개인적으로 남방불교의 비구계를 받은 스님들이 있었다. 일각 스님은 인도에 가서 받았으며, 거해 스님은 태국에 가서 비구계를 받았다. 이때를 상좌불교의 도입 시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상좌부의 장로들로부터 구족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한국불교계에서는 이때 받은 수계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수계 받은 사실 자체를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 실정이다.

(
한국불교와 상좌불교의 만남의 역사와 과제 / 마성, 불교평론 2011-9-6)

마성스님에 따르면 1973년에 비구계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1972년이 맞는 것 같다. 도성스님의 불교방송 인터뷰에 따르면 "1972년 태국 방콕 벤자마보핏 사원에서 프라담마 딧띠소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종광스님이 1973년이라 말한 것은 아마 마성스님의 불교평론 글을 참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리하면 도성스님은 1972년에 태국에서 계를 받았고, 한국불교 스님들은 1973년에 받은 것이다.

계를 어기면 파계상태가 된다. 오계를 어겼을 때 다음 법회에 참석하여 계를 복원시켜 놓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불교에 계맥이 단절되었다면 복원시켜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태국 율사스님들을 초청한 것으로 본다.

한국불교는 정화운동이후 종단이 새로 생겼다. 그 역사가 십년 가량 되었을 때 수계를 받은 것이다. 아마도 대처종단과 차별화를 의식해서 태국 율사 스님들로부터 수계를 받았을 것이다.

태국은 테라와다 삼국 중에서 계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계율에 철저한 태국불교는 스리랑카에 비구계를 복원시켜 주기도 했다. 스리랑카에서 계맥이 단절되자 대양을 건너 계맥을 잇게 한 것이다.

한국의 신생종단에서도 계맥을 복원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결과 태국 율사로부터 비구계 수계를 받게 되었다. 그 숫자가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명단을 보면 고산스님, 보성스님, 일타스님 등 방장이나 조실급이다. 그런데 수계를 받은 스님들은 이런 사실을 쉬쉬하며 숨겼다는 것이다.

한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2022 10 22일 부산 영도구 태종사에서 도성스님 수계 50주년 행사가 열렸는데 이를 한국테라와다불교 50주년으로 본 것이다. 한국테라와다불교 역사가 반세기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테라와다불교 계맥이 전승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때 당시 수계받은 고승들은 수계 받은 사실을 숨겼다. 심지어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소승불교 수계사실을 부끄러워한 것이다. 그때 수계받은 스님들의 계맥이 지금까지 전승되어 왔다면 한국불교는 계행이 청정한 교단이 되었을 것이다.

 


단 한분의 스님이 계를 오늘날까지 지켜 오고 있다. 뿐냐산또 마하테라(도성스님)에 의해서 테라와다불교 계맥이 전승되어 온 것이다. 그결과 2009년 한국에서 테라와다불교가 창립되었다. 올해 세납 103세 노스님의 황색가사가 한국테라와다불교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내년이면 한국불교에서 테라와다불교 비구계를 받은지 50주년 되는 해이다. 과연 한국불교에서 이런 사실을 발표할까? 수계 받은 스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숨기려 할 것이다. 그런 사실이 있었던 것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할지 모른다.

 

현재 도성스님은 생존해 있다. 스님이 입적하고 나면 1973년 수계 사실을 부인할지 모른다. 한국불교가 태국의 비구계맥을 이어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불교에 계행이 무너진지 오래 되었다. 일부 스님들의 행보를 보면 반승반속, 비승비속이다. 계율이 무너진 이때 새로운 불교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1973년 그때 테라와다불교 비구계를 받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자랑할만한 일 아닐까?


2022-10-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