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뒤숭숭할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1. 11. 07:45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뒤숭숭할 때


수면의 질이 좋지 않으면 자다 깬다. 꿈의 질도 좋지 않다. 마음은 혼탁해져 있다. 마치 오색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고 이끼 낀 듯하고 흙탕물이 이는 듯하다. 이럴 때는 악하고 불건전한 생각에 지배 받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좌선을 해 봐도 소용없다. 한번 헝클어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 망념이 망념을 부르는 것 같다. 책을 보아야 할까? 책을 보면 문자로 인하여 또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 것이다. 에스엔에스나 유투브는 잔상이 남는다. 이럴 때는 일어나야 한다. 몸관찰 하는 것이다.

일어나서 방안을 거닐었다. 행선을 해보지만 마음이 혼탁되어 있기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 이럴 때는 묘약이 있다. 암송을 하는 것이다. 암송의 효과는 이미 검증되어 있다. 마치 의사가 임상실험을 하여 똑같은 결론을 내린 것과 같다.

빠다나경을 암송했다. 부처님이 마라 나무찌와 싸워 이긴 승리의 게송이다. 마치 장대한 서사시를 접하는 듯 하다. 부처님의 독백을 듣는 듯 하다. 부처님이 나레이션하는 것 같다. 나도 똑같이 따라 해 본다. 역시 효과는 있었다. 마치 구름에 가려진 달이 환히 보이는 것처럼 망념이 사라졌다.

암송을 하면 확실히 효과를 본다. 이것도 삼매에 해당될 것이다. 왜 그런가? 암송은 일종의 법수념 같은 것이다.

수념에는 불수념, 법수념, 승수념, 사수념, 천수념 등이 있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을 때 삼매에 든다. 이는 사마타 수행에 해당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40가지 사마타 수행이 있는데 수념도 해당된다.

경을 암송하는 것은 사마타 수행에 해당된다. 무엇이든지 대상에 집중하면 사마타 수행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암송은 즉각적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마치 약을 먹으면 즉각적 효과를 보는 것과 같다. 조미료를 치면 맛이 즉각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술을 마시면 곧바로 취기가 도는 것과 같다.

암송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이는 라따나경에서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삼매”(Stn.226)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빠알리경을 처음 외운 것은 2011년의 일이다. 그때 중국 성지순례를 갔었는데 순례하면서 라따나경을 외웠다. 경 외우기 시동을 건 것이다. 라따나경 17개 게송을 한달 보름 걸려 외웠다. 다 외우고 난 다음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검색해 보니 그때 기분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
그런 삼매중에 경을 독송하는 삼매야말로 가장 수승한 삼매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삼매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을 외워야 할 것이다. 경을 볼 때만 알고, 들을 때만 아는 일회성 아니라 하루 종일 아는 것이다.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나 후회나 회한의 감정이 생겼을 때 이미 외워 놓은 경을 내용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며 암송할 때 후회와 회환의 마음은 달아나 버린다. 감당하지 못할 권태를 느낄 때, 심심해서 할 일이 없을 때, 온 갖 생각이 폭풍처럼 일어날 때 마다 경을 천천히 암송하면 장애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희열과 행복과 평안을 맛 볼 수 있는데, 한 번 외운 공덕 치고는 매우 과분한 것이라 생각된다."(2011-06-08)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작성된 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느낌은 똑같다. 암송을 하면 확실히 다른 기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행선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때 위빠사나 수행을 알긴 알았지만 암송을 행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암송을 행선에 적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암송을 한 후에 행선을 했더니 집중이 잘 됨을 발견했다. 6단계 행선을 했을 때 발의 움직임이 선명했다. 마음이 호흡을 따라가듯이, 마음이 발을 따라 간 것이다.

암송을 하고 행선하는 것과 암송없이 행선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글을 발견했다. 2019년 미얀마를 다녀와서 후기를 썼는데 찬먜사야도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따라서 그런 경우 멧따수행과 붓다누사띠 수행만을 합니다. 멧따수행으로 여러분은 한 번 또는 두 번의 좌수행으로도 점차적으로 멧따 즉 자애의 느낌에 젖어들어 고요, 침착, 평온, 평화를 아주, 아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헤매는 생각은 사마타 수행으로 얻은 집중에 의해 극복되어져서 다시 위빳사나 수행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위빳사나 수행 28, 412-413p)

 


좌선에 앞서 먼저 사마타 수행하라고 했다. 사야도가 말하는 사마타수행은 자애수행을 말한다. 자애수행을 하고 난다음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 훨씬 더 집중이 잘 될 것이라고 한다.

찬먜사야도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함께 닦을 것을 강조했다. 사마타는 구체적으로 자애수행을 말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자애관은 40가지 명상주제 중의 하나이다.

경을 암송하는 것도 사마타 수행에 해당된다. 부처님을 계속 생각하면 삼매에 이르듯이 가르침을 계속 생각하면 삼매가 된다. 경을 암송하다 보면 몸과 마음 상태가 바뀌는데 이는 집중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야도는 이 집중된 힘을 위빠사나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암송하고 난 후에 행선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암송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집중된 힘을 위빠사나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크다. 부수적으로 따르는 것도 있다. 자애관을 했을 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이를 잘 말해준다.

수행승들이여, 편안하게 잠들고, 편안하게 깨어나고, 악몽을 꾸지 않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비인간들에게 사랑받고, 신들의 보호를 받고, 불이나 독이나 무기가 그를 해치지 못하고, 더 이상 관통할 수 없는 높은 곳인 하느님의 세상에 도달한다."(A8.1)

자애관을 하면 여덟 가지 공덕이 있다고 했다. 편안히 잠든다는 말과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말이 와 닿는다. 또한 천신이 보호한다고 했다. 여기서 하느님 세계는 색계와 무색계 천상인 범천을 말한다.

자애수행을 하면 천신이 보호해 준다고 했다. 이는 부처님 가르침을 수호하는 사대왕천, 그 중에서 특히 북방을 관장하는 벳싸바나 대왕을 말한다. 디가니까야 32번 경에서 수호주문을 외면 천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도 알 수 있다.

암송을 하는 것은 하늘과 소통하는 것이 되는지 모른다. 부처님 당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암송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났다면 감응이 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신들의 보호를 받는다고 했을 것이다.

잠을 편히 자려면 경을 암송하고 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경전에서는 자애관을 하라고 했는데 반드시 자애경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느 경이든지 가능하다. 경을 암송하고 나면 다른 상태가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잠들면 편안히 잘 수 있고 악몽도 꾸지 않을 것 같다.

잠 자다가 깼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뒤숭숭했다. 이럴 때 일어나 경행을 하며 암송하니 전혀 다른 기분이 되었다. 라따나경 게송에서처럼 즉각적 결과를 가져 오는 삼매가 된 것이다. 다시 잠 들면 편안히 잠 잘 수 있을 것 같다.


2022-11-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