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난지도 쓰레기산에서 궁산까지 걸으면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3. 20. 13:31

난지도 쓰레기산에서 궁산까지 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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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정진산행은 역사문화기행이 되었다. 또한 생태기행이 되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서울의 서부지역이 대상이 되었다. 난지도로 알려져 있는 쓰레기산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되었다.

한달에 한번 있는 정진산행의 날이다. 한달에 한번 있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 또한 일요일이기 때문에 쉬는 날 개념이어서 별다른 행사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일까? 여러모로 판단했을 때 좋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버스정거장 대기석에 난방이 들어 오는 것도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버스정거장 대기석 바닥이 뜨뜻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 이런 것 하나만 봐도 국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삶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다. 어디를 가든지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알려 준다. 전철과 버스는 연계 되어 있어서 교통비는 절감된다. 나이가 65세 이상이 되면 전철은 프리패스된다. 이런 것만 봐도 살만한 나라인 것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이마트 앞에 걸려 있는 프레카드를 보았다. 국힘에서 내 것 것이다. 가로 현수막에는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라고 쓰여 있다. 아마 다음 총선을 준비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도발한 문구라고 볼 수 있다. 이재명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다. 조국사냥하듯이 이재명을 사냥하는 것이라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번 산행 일정은 난지도 쓰레기산부터 시작해서 양천구 궁산에 이르는 코스가 되었다. 출발은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되었다. 이날 산행에는 산행대장 최연선생을 비롯하여 김광수, 정재호, 이병욱, 임정미 선생 이렇게 다섯 명이 참여했다.

 


서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수도이다.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수도는 전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서울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산들로 둘러 쌓여 산행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전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산행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서울의 서쪽은 산다운 산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성이 따른다. 그래서 동쪽, 북쪽, 남쪽으로 산행을 많이 했다. 이번에는 서쪽으로 산행하기로 했다. 그 출발점은 쓰레기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서울 서부지역은 지형이 대체로 평탄하다. 그럼에도 산이 있다. 매봉산, 대덕산, 덕양산이 대표적이다. 이들 세 산은 높이가 백미터 안팍이다. 그런데 쓰레기산은 이들 산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다.

쓰레기를 쌓아 놓으면 어떻게 될까? 산이 될 것이다. 난지도 인공산을 보면 인간의 배설물로 산을 이룬 현장을 볼 수 있다. 수십년 축적된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을 때 다음과 같은 게송이 연상되었다.

일 겁의 세월만 윤회하더라도
한 사람이 남겨놓는 유골의 양은
그 더미가 큰 산과 같이 되리라고
위대한 선인께서는 말씀하셨네.”(S15.10)

상윳따니까야사람의 경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윤회는 시작을 알 수 없다. 왜 그런가?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되어서 유전하기 때문이다. 한 존재가 한량 없는 윤회 과정에서 남긴 뼈무더기는 산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난지도가 쓰레기산이 된 것은 1977년부터이다. 제방을 쌓은 후 1993년까지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되었다. 1992 11월에 생활쓰레기 반입을 중단하고, 1993년부터는 매립장을 완전히 폐쇄했다.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을 때 악취가 날 것이다. 자연스럽게 혐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쓰레기산은 생명의 산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갖가지 나무를 심어서 생태계가 복원된 것이다.

 


쓰레기산은 이제 공원이 되었다. 공원이 된 쓰레기산을 올라 갔다. 하늘공원까지 모두 292계단이 있었다. 하늘공원은 문자 그대로 하늘에 있는 공원이다. 하늘 아래에 있는 공원에 서니 마치 딴나라에 온 것 같다.

하늘공원은 황량하다. 아직 싹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른다. 이곳이 본래 쓰레기산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러나 새싹이 나면 그린필드로 바뀔 것이다.

 


쓰레기산 정상에 있는 평지 길을 걸었다. 풍경은 황량하지만 대화가 있어서 포근했다.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꽉 막힌 방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탁 트인 공간에서 걸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맛이 났다.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정의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마이클 센델을 말할 것이다. 그가 지은 저서를 들먹이며 정의론을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책에 있는 정의와 삶에서 느끼는 정의는 차이가 있다.

정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저명한 학자의 정의에 대한 책은 읽어 보지 않았지만 하나의 판단기준은 있다. 그것은 대다수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 사람들이 분노한 것이 대표적이다.

요즘 검찰에서 야당대표 사냥을 하고 있다. 조국사태 때와 똑 같은 양상이다. 그때 사람들은 분노했다.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 정의이다. 정의롭지 않은 세력에 저항하는 것이 정의인 것이다. 이번에 야당대표 사냥도 조국사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실에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다.

정의는 먼 데에 있지 않다. 정의는 주변에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불법적인 것에 분노하면 정의인 것이다. 수타니파타에도 정의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수타니파타에바라문의 삶에 대한 경이 있다. 경에 따르면 바라문들의 동물희생제 제사에 대하여 불법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는칼로 소들이 베어지자 신들과 조상의 신령과 제석천, 아수라, 나찰 들은불법적인 일이다.’고 소리쳤습니다.”(Stn.310)라는 가르침으로도 알 수 있다.

누구나 폭력을 싫어한다. 누구나 폭력을 두려워한다. 동물들도 폭력을 싫어하고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고 하여 동물을 살생했을 때불법적인 일이다.”라고 소리친 것이다.

불법적인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담마가 아닌 일을 말한다. 진리나 원리가 아닌 일을 아담마(adhamma)라고 한다. 살생하는 것도 담마가 아니다. 그래서제사지내는 자들은 정의를 파괴하였던 것입니다.”(Stn.312)라고 했다.

현정부는 정적을 제거하고 있다. 그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만하면 여당대표이든 야당대표이든 가리지 않고 있다. 조국사냥하듯이 사람을 잡는 것이다. 마치 동물을 살생하여 제사 지내는 타락한 바라문들을 보는 듯 하다. 정의가 파괴된 것이다.

지도자가 정의롭지 않으면 밑에 있는 사람도 정의롭지 않게 된다. 국민들도 정의롭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소들이 강을 건너는데, 우두머리 황소가 잘못 가면 지도자가 잘못된 길로 가기 때문에 모두가 잘못된 길을 따르네."(A4.70)라고 했다. 오늘날 이런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가 망가져 가고 있다. 그래서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가면 모두 따라가게 되어 있다. 궤도를 이탈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이 잘못도는 것과 같다. 궤도가 바뀌면 재난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이념보다 우선한다.

이번 산행은 걷기 모임이 된 것 같다. 서쪽은 평탄한 지형이고 높이가 백미터 안팍이어서 트래킹이 되었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걸었다. 걷다 보니 난지 한강공원에 이르렀다. 처음 와 보는 곳이다. 가양대교 바로 옆에 있는 생태공원을 말한다.

 


난지 한강공원에서 간식시간을 가졌다.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떡이 가장 맛있었다. 임정미 선생이 늘 가져 오는 떡이다. 간단하게 먹고 난 다음 한강다리를 건넜다.

한강다리를 도보로 건너기가 쉽지 않다. 도보로 건널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리 건너 탑산과 궁산을 가려보니 도보로 건너지 않을 수 없었다. 한강다리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광은 또 다른 멋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서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에 오래 산 사람들도 서울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가양대교 건너편에 있는 탑산과 궁산은 매우 생소한 곳이다. 처음 와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유적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탑산에도 전설이 있다. 허준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설이 있는 곳이다. 허준이 동의보감을 지었다는 굴도 있다. 그래서일까 탑산은 오늘날 허준근린공원이 되었다.

 


이번 산행은 역사문화기행이 되었다. 박물관이 있으면 들어가 본다. 탑산에 있는 허준박물관에 들어가 보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올 일이 없을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 신체 해부도에 대한 것이다.

동의보감 신체해부도를 보면 서양의 것과 다르다. 서양의 해부도가 분석적이라면동양의 해부도는 종합적이다. 병을 고치는데 있어서 어느 한 부분만 치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고미숙 선생의 동의보감 강연에 따르면병이 올 때는 병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함부로 대하면 안되요. 손님처럼. 나를 괴롭히는 불청객처럼 대하면 안되고 친구처럼 스승처럼, 그게 바로생명과 우주는 하나다라는 원리에서 나온 거에요.”(고미숙, [TV특강] 동의보감의 지혜와 삶의 비전 고미숙 고전평론가)라고 했다.

사람들은 탑산을 지나 궁산으로 향했다. 버스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다. 산길이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지만 도심에서 걷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역사문화 기행이 되었기 때문에 탈 것으로 이동도 가능한 것이다.

 


궁산에 가면 양천향교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 지하철 9호선 노선에 양천향교역이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유일한 향교라고 한다.

향교는 열려져 있다. 그러나 내부는 닫혀져 있다. 마치 절 구조와 유사하다. 절의 대웅전에 해당되는 명륜당이 있는데 들어가 볼 수 없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궁궐을 보는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사는 절과 대조된다.

 


향교 뒤에 궁산이 있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경치가 일품이다. 겸재 정선이 이곳 양천 현령으로 5년 있으면서 수많은 그림을 그렸는데 그 중 하나가 소악루에서 바라본 목멱산 그림이 있다.

중국에 악양루가 있다. 중국 호남성 동정호에 있는 명루이다. 그런데 이곳 양천 궁산에도 악양루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한강을 동정호로 보고 누각을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양천 악양루는 없어지고 그 대신 조선 영조 때 소악루라는 이름의 정자를 만들었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로 유명하다. 겸재가 양천현령으로 부임 했을 때 목멱산(남산)에서 일출 장면이 환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에 그의 친구 이병연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병언은 어떤 풍광인지 매우 궁금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겸재가 이곳 소악루에서 본 목멱산 일출 장면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병현은 그림을 보고서새벽빛 한강에 떠오르니 언덕들 낚싯배에 가린다. 아침마다 나와서 우뚝 앉으면 첫 햇살 종남산에서 오른다.”라며 시를 지었다.

 


양천 궁산 소악루에서 바라본 남산의 일출장면은 환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장면을 정선은 그림으로 남겼고 그의 친구 이병연은 시로 남겼다. 그러나 오늘날 소악루에서 바라본 남산은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거대한 쓰레기산이 가로막고 있다. 또한 수많은 고층빌딩이 들어서 있어서 옛날의 정취를 느낄 수 없다.

 


궁산에는 겸재박물관이 있다. 이곳 양천이 겸재의 고향은 아니지만 5년동안 양천현령으로 있었다는 것을 근거를 들어 박물관을 만든 것 같다. 이런 것도 오늘날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문화사업을 벌이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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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정진산행은 역사문화기행이 되었다. 서울학교와 고을학교 교장이기도 한 최연선생이 시종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런데 산행 때마다 해 준 이야기는 모두 책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하나 사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했다. 최연 선생이 지은이야기가 있는 서울길이다, 1권과 2권이 있는데 모두 주문했다. 다음 번 산행 갈 때 들은 이야기와 책에서 본 것을 참고하여 후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다음달 4월 정진산행은 검단산이다.


2023-03-2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