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담마의 향연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5. 10:41

담마의 향연
 
 
라일락 꽃 향기가 향긋하다. 라일락만의 독특한 향기가 확 풍긴다. 그러나 이내 사라진다. 향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 바람이 내 쪽으로 불면 좀더 지속될지 모른다.
 

 
꽃들의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벚꽃이 일제히 피었다고 진지 이주일 되었다. 그 바톤을 영산홍이 이어 받았다. 지금 공원에는 붉은 색의 영산홍, 자줏빛의 자산홍, 흰꽃의 백철쭉 천지가 되었다. 이제 아파트 정원에는 모과나무 꽃이 피었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사월이다. 신록이 시작되는 사월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이 꿈 같은 계절에 가만 있을 수 없다. 밖에 나가서 꽃의 향연, 생명의 향연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꽃이 아름답기로서니 담마의 향연만 못할 것이다.
 
매달 두 번 담마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금요일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 서고에서 담마의 향연이 열린다. 어제도 담마의 향연이 열렸다. 2023년 4월 14일 금요일, 이른바 금요니까야모임이 삼송테크노밸리에서 열린 것이다.
 
모임이 열리는 날은 일찍 출발한다. 모임은 저녁 7시에 시작된다. 늦어도 오후 4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세시간 전에 출발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일찍 가는가? 그것은 저녁을 먹기 위한 것이고 모임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 새로운 루트를 개발했다. 이전에는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를 돌았다. 한마음선원에서 시작되는 제2인경인고속도를 타다가 도중에 순환고속도로와 합류한다. 서쪽노선에 해당된다.
 
서쪽 순환고속도로는 부천을 통과해야 한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는다. 더구나 금요일은 주말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혼잡스럽다. 이렇게 빙 돌아 가면 50여키로가 된다. 그러나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를 이용하면 거리와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는 길이가 10키로 가량 된다. 통행료는 2,500원이다. 그러나 통행료는 문제 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경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차는 통행료가 반값으로 할인된다. 무엇보다 시간이다. 서부간선지하도로를 이용하면 10분 이상 단축된다. 거리도 40키로 가량으로 10키로 이상 단축된다. 시간도 1시간 10분 가량 걸려서 부담이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오고 갈 때 서부간선지하도로를 적극 활용한다.
 
금요니까야모임에 갈 때 네비의 목적지는 맥도날도 고양점이다. 맥도날도에서 햄버거를 먹는 낙으로 가는 것도 있다. 모임은 저녁 9시에 끝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저녁을 해결해야 한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10시가 넘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 햄버거만한 것이 없다.
 
맥도날도는 스타필드 고양점 맞은 편에 있다. 삼송테크노밸리와는 삼사백미터 떨어져 있다. 가까이 있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먹는다. 주로 먹는 것은 빅맥이다. 세트로 하여 6,200원이다. 이번에는 바꾸어보기로 했다. 메뉴를 보니 맥치킨 모짜렐라 세트가 눈에 띄었다. 질렀더니 7,200이었다.
 
늘 이등으로 KPTS에 도착한다. 일등은 홍광순 선생이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차를 준비하는 것이다.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보이차 덩어리를 넣으면 그만이다. 대게 6시 반 이전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모임은 늘 유쾌하다. 저녁 7시 정각이 되면 어김 없이 시작되지만 이전에 사람들이 모이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전재성 선생이 독일에 다녀 온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전재성 선생은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8일간 독일에 다녀 왔다. 독일에 간 목적은 페터 노이야르 선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무려 15년만의 만남이라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로지 페터 선생과 7일을 함께 보냈다는 것이다.
 
페터 노이야르는 ‘거지성자’로 잘 알려져 있다. 거지성자는 전재성 선생이 독일 유학시절 페터 노이야르 선생을 만난 이야기를 쓴 것이다. 가난한 유학생과 쾰른 대학 숲에서 사는 사람과의 운명적인 만남이다. 왜 그런가? 전재성 선생은 페터 선생을 만남으로 인하여 빠알리 니까야 경전번역 발원을 했기 때문이다.
 
전재성 선생은 이번에 페터 선생과 7일 동안 함께 보냈다. 함께 자며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15년 만에 만남으로 인하여 회포를 푼 것 같다.
 
전재성 선생은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는 사진을 한장 보여 주었다. 페터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둘 다 도인의 모습이다. 둘 다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도 백발이어서 마치 형제처럼 보인다. 이에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꼭 닮았다’고 말했다.
 
한번 성자이면 영원한 성자일 것이다. 성자이었다가 범부로 되돌아가 가는 일은 없다. 한번 성자가 되면 퇴전하지 않는 것이다. 거지성자 페터 노이야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전재성 선생이 페터 선생을 만난 것은 1982년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이다. 가난한 유학생과 거지성자의 만남이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는 것이다. 모습도 변함 없는 것이다. 건강은 매우 좋은 편이라고 했다.
 
페터 선생 사진을 보았다. 얼굴이 불그스레한 것이 건강한 모습이다. 이제 나이가 82세라고 한다. 요즘 시대 나이로 보아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전재성 선생과 12세 가량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전재성 선생이 페터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페터 선생은 41세였고 전재성 선생은 29세였다.
 
거지성자를 읽어 보았다. 거지성자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되었다. 지금도 삼송테크노밸리 서고에는 거지성자가 가득 있다. 니까야 모임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나 다름 없다.
 

 
2016년 전재성 선생을 홍제동 아파트 거실에서 처음 만났다. 그 때 전재성 선생은 “거지성자를 읽어 보았습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책 이름만 알고 있었지 읽어 보지 않았다. 첫 만남 이후 인터넷 주문해서 읽어 보았다.
 
거지성자를 보면 인상적인 문구가 있다. 그것은 “집없이, 돈없이, 여자없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완전한 무소유의 실천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페터 선생은 쾰른대학 숲속에서 살았다. 나무 밑에서 노숙한 것이다.
 
사람은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살 수 있다. 집없이, 돈없이, 여자없이 산다면 의식주가 해결될 수 없다. 더구나 부처님 당시도 아닌 독일이다.
 
먹는 것이 가장 문제 되었을 것이다. 거지성자 책을 읽어 보면 청과물 가게에서 팔다가 남은 것을 먹었다고 한다. 옷은 어떻게 입었을까? 버려진 옷을 기워 입었다고 한다. 기운 자국이 많아 마치 누더기 옷처럼 보인 망토를 걸치고 다녔다는 것이다.
 
전재성 선생은 15년년 만에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놀라운 사실은 페터 선생이 살아 있다는 것이고,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거처에서 살고 있는데 난방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 놓고 산다고 한다.
 
페터 노이야르 선생은 현재 독일 괴팅겐(Göttingen)에서 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북동쪽으로 200키로 되는 지점에 있다. 전재성 선생 말에 따르면 지하방으로 마치 동굴 같다고 한다. 우리말로 말하면 일종의 토굴 같은 곳이다.
 
페터 선생은 무소유로 살았다. 집없이, 돈없이, 여자없이 산 것은 무소유의 전형을 보여 준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 제자들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페터 선생은 나이가 들어 정부의 보호 대상자가 되었다.
 
독일에서 정부의 보호를 받으려면 주소도 있어야 하고 전화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페터 선생은 이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보호 담당 공무원이 거처를 마련해 주었는데 지하방이라고 한다. 유럽 난민들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페터 선생은 여전히 전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핸드폰도 없다. 전재성 선생은 주소 하나만 가지고 찾아 간 것이다.
 

 
페터 노이야르 선생은 거지성자라 불리운다. 거지성자라는 책이 나오고부터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거지성자에 대한 다큐프로도 촬영되었다.
 
니까야 모임 멤버 중에 어느 도반이 유튜브에서 가지성자 다큐를 발견했다. 2000년에 KBS에서 방영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의 것으로 희귀영상이라고 볼 수 있다. 2000년이라면 상윳따니까야가 처음 번역되어 나오던 때이다.
 
KBS 다큐 제목은 ‘무소유 삶 거리 수행자 페터 노이야르’이다. 유튜브 주소는 ‘https://www.youtube.com/watch?v=35m5m2-MK8k이다. 이 다큐를 보고서 ‘거리성자 페터 노이야르 영상을 보고’(2021-11-10)라는 제목의 글을 쓴 바 있다.
 
니까야모임은 정확히 7시부터 시작 된다. 늘 그렇듯이 예경문, 삼귀의, 오계를 합송한다. 그리고 십분동안 입정에 들어간다. 이때 불을 끈다. 겨울철이 되면 캄캄하지만 여름철에는 훤하다. 지금과 같은 봄에는 어스름하다. 명상은 빛이 있는 곳 보다 어둠 속에서 하는 것이 집중이 더 잘되기 때문일 것이다.
 
4월 첫번째 니까야 모임에는 모두 열두 명 참석했다. 도현스님을 비롯해서 장계영, 홍광순, 유경민, 김경예, 방기연, 이성기, 정진영, 김명준, 박현 선생이 참여 했다.
 

 
김명준 선생과 박현 선생은 처음 왔다. 처음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 해야 한다. 담마의 향연에 온 것을 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온 사람의 소감에 따르면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했다. 그것은 담마에 대해서 토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담마의 향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사월이 되었다. 꽃이 있으면 향기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 아침 아파트 화단에 라일락 꽃 향기가 강렬했다. 향기로 말한다면 자스민이 최고라 하지만 현실에서는 라일락만한 것이 없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전단향도 따가라향도 말리까향도,
그러나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간다.”(Dhp.54)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고 했다. 라일락향기도 그런 것 같다. 지나칠 때 향기가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하다. 왜 그럴까? 이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간다고 했다.
 
향기중의 최상은 자스민향이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다. 바로 코 앞에 있어도 그때뿐이다. 더구나 바람이라도 불면 코를 대어도 향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천후 향내를 내는 것이 있다. 참사람의 향기를 말한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참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른다. 그런 참사람의 향기는 어떤 것일까? 이는 법구경에서“전단향, 따가라향, 웁빠라향 또는 밧씨키향이 있지만, 이러한 향기의 종류 가운데 계행의 향기야말로 최상이다.”(Dhp.55)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참사람의 향기는 계행의 향기이다. 계향이야말로 최상의 향기이다. 계향은 바람을 거슬러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리, 만리까지 간다. 더구나 “계행을 지닌 님의 높은 향기는 실로 천상계에까지 이른다.”(Dhp.56)라고 했다.
 
꽃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삭막하던 아파트 화단에도 온갖 꽃들이 피어 있다. 연두빛 사월은 꿈의 계절이다. 그러나 담마의 향기만한 것이 없다.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금요일 도반들이 모여서 담마의 향연을 벌인다. 밖에서는 불금이라 하여 환락을 즐기지만 담마의 모임에서는 담마의 향연이 펼쳐진다.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이다.
 
 
2023-04-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