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 봄날은 간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9. 4. 14. 11:17

 

, 봄날은 간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날이다. 40년 된 낡은 아파트에 벚꽃이 터널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디카로 찍기에 바쁘다. 오로지 이때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벚꽃축제라 하지만 따로 갈 필요가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다. 자연은 오묘한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년의 벚꽃이 아니다. 해마다 벚꽃은 피는데 올해는 시큰둥하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예전 같지가 않다.

 

화사한 벚꽃이다.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처럼 희고 고운 자태이다. 사뿐사뿐 벚꽃길을 걸어간다. 또다시 봄이 왔다. 봄은 벚꽃과 함께 온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름다운 꽃도 십일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큰 꽃잎일수록 처참하다. 동백꽃은 모가지가 잘린 것처럼 뚝뚝 떨어진다. 벚꽃은 눈처럼 흩날린다. 벚꽃이 지면 봄도 가는 것 같다.

 

또다시 봄을 맞았다.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새소리가 요란하다. 짝짓기 하려나 보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이다. , 봄날은 간다.

 

 

2019-04-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