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카야자 분갈이를 하며
아레카야자 분갈이를 하며
해가 점점 짧아 지고 있다. 스멀스멀 짧아 지더니 요즘 7시나 되어야 밝아 지는 것 같다. 그에 따라 일어나는 시간도 연장된다. 생체리듬도 해의 길이에 따라 변해 감을 알 수 있다.
해가 짧아진 것은 사무실에서 실감한다. 이른 아침 부리나케 사무실로 달려오는데 햇볕이 머무는 시간은 너무 짧다. 창측 방향이 북동인 영향이 크다. 창에서 관악산이 보이나 약간 동쪽으로 틀어져서 북동동이라 볼 수 있다. 불과 한시간 비추고 끝났다.
여름에는 해가 꽤 비친다. 오전 11시까지는 가는 것 같다. 그러나 겨울에는 한시간도 가지 못한다. 이럴 때 “사무실이 남향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남향이면 식물이 잘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실에는 식물로 가득하다. 북동향이라는 악조건임에도 이십개가 넘는 화분이 있다. 모두 열대성 식물이다.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 것들이다. 길게는 사무실 입주와 한 것도 있다. 십삼년된 것이다. 이밖에 십년된 것, 칠팔년 된 것 등 다양하다. 분명한 사실은 안죽고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실패한 것도 많다.
오늘 아침 분갈이를 했다. 페트병에 수경재배한 아레카야자를 화분에 심는 것이다. 블로그에 올린 기록을 보니 10월 9일에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한달 십일만에 화분에 옮겨 심은 것이다. 그러나 뿌리가 내리지 않았다. 뿌리가 수북이 내리기를 기대 했으나 빗나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흙에 옮겨 심기로 한 것이다.
화분 두 개를 준비했다. 다이소에서 산 것이다. 한 개에 2천원이다. 화원에서 사면 훨씬 더 비싸다. 요즘 다이소가 있어서 일단 다이소로 간다. 다이소에서 없으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입한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흙도 준비했다. 대로 건너편에 있는 화원이다.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 단골이 된 듯하다. 꽃 파는 아저씨는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흙 한포대에 3천원이다.
본래 아레카야자는 한뿌리였다. 아마 칠팔년된 것 같다. 서울대공원 식물원에서 천원에 산 작은 식물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수십배 커졌다. 마침 분갈이 필요성도 있었고 또한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한 분양의 목적이 있어서 세 개로 나눈 것이다. 오늘 마침내 두 개의 화분을 만들었다.
사무실에 있는 화분은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난방이 잘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겨울에 중앙난방이 되어서 얼어 죽을 염려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햇볕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생명은 경이롭기도 하고 불가사의하기도 하다.
토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와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신다. 혼자만의 공간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계산해 보니 하루 2만원가량 된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풀가동하고자 한다. 밤낮으로 있는 것이다. 주말에도 놀리지 않는다. 눈만 뜨면 해만 뜨면 부리나케 달려오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오로지 한 장소에 내리 13년 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나온다. 다만 해외성지순례나 집중수행 갔을 때는 예외이다. 그래 보아야 2주를 넘지 않는다.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울 때는 식물의 상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법정스님의 ‘무소유’책에서 난초화분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오래 자리를 비울 때는 물을 주고 간다.
사무실에는 갖가지 식물로 가득하다. 책상을 중심으로 사방에 식물이 있다. 사무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식물이 반겨 주는 것 같다. 정신기능이 없는 무정물이지만 유정물 같을 때가 있다. 자주 대하다 보니 익숙하다. 더구나 자란 과정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애착이 있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러나 매일 새롭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다. 그것은 글쓰기가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어제와 변함없지만 어제와 다른 글쓰기를 하면 변화가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멈출 날이 있을 것이다.
2020-11-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