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데
자꾸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는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책을 보내 주겠다고 한다. 종교관련 책이다. 책 제목을 보니 불교와 관련 없는 것이다. 한국 민족종교를 표방하는 종교의 책이다. 그런데 이번이 한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어느 분으로부터 이와 유사한 메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정중하게 거절해야 한다. 거절도 기술이다. 그래서 “불교인입니다. 성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늘 지켜 보아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신을 보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보아야할 책이라 생각되어 올립니다.ㅎ”라고 써 놓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자비심으로 받아야 할까?
그분은 계속 물었다. 어떤 방송을 아느냐고 질문했다. 잘 아는 방송이다. 유튜브에서 많이 보았다. 이에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많이 보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메시지보다는 본문 글에 대한 의견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쯤 했으면 물러 설 줄 알았다.
그 사람은 책을 꼭 발송해야겠다고 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이쯤 되면 손절해야 될 때가 된다. 그럼에도 자비의 마음을 내어서 “저는 부처님 경전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부디 마음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쯤 해서 진짜 마지막일줄 알았다.
그사람은 계속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는“다음에 혹 책 보고 싶으시면 문자주십시요~”라고 했다. 이쯤 되자 약간 오버했다. “더 이상 괴롭히지 말기 바랍니다. 부탁입니다.”라고 답신했다. 이후 다시 메시지는 오지 않는다.
종종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는다. 친구신청을 받아 주면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나마 친구로 한정해 놓아서 덜한 것이다. 이전에는 모두 오픈해 놓았기 때문에 메시지 공해에 시달려야 했다.
메시지를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사람에게는 본문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한다. 대부분 수용한다. 그러나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손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불쾌한 메시지를 받았다. 외국인이 보낸 것이다. 놀랍게도 자신의 성기 사진을 올린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알고보니 그룹에서 보낸 것이다. 한국인이 만든 그룹이다. 그룹에 가입해 달라고 요청해서 가입했던 것 같다.
시도 때도 날아오는 메시지를 보면서 최대한 인내하려 한다.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내는 사람은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면 큰 의미를 두었을 것이다.
이번 종교메세지를 접하면서 되돌아보았다. 나도 혹시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모두 거짓이다.”라는 도그마를 가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보고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교의 유행자들은 눈이 멀었고 눈이 없어서 이익을 알지 못하고 무익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가르침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하므로 ‘이러한 것이 진리이고 이러한 것이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은 진리가 아니고 이러한 것이 진리이다.’라고 싸우고 다투고 논쟁하면서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른다.”(Ud.66)
2021-01-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