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사에서 유튜브채널을
청암사에서 유튜브채널을
평온한 일요일 오전이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현재 날씨는 12도이다. 마치 봄날씨 같다. 엊그제만 해도 추워서 차를 지하주차장에 두었는데 불과 며칠만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요일임에도 사무실에 앉아 있다. 눈만 뜨면 달려오는 곳이다. 집에서 있기 보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커피도 절구질하여 내려 마시고 글도 쓰고 밀린 일도 한다. 나만의 아지트이자 나만의 왕국이다. 하루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풀가동하지 않을 수 없다.
계간 청암 2020 겨울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청암사에서 보내온 것이다. 계간지 ‘청암’이다. 이번 호는 2020년 겨울호이다. 책자는 얄팍하다. 불과 4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개 사찰에서 이렇게 계간지를 발간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도 고품격 계간지이다.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계간지 청암과 인연이 있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은 스님으로부터 기고를 요청받은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매일 의무적으로 쓰는 글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리고 있는데 이를 본 것이다. 그래서 기고문을 요청한 것이다.
올린 글 중에 하나 골라 청암사로 보냈다. 글이 계간 청암 2019년 봄호에 실렸다. 초대석에 ‘빚진 자들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실명과 함께 실린 것이다. 편집자는 “이병욱님은 초기불교 수행자로서 블로그 ‘진흙속의연꽃’을 운영하고 있고, 같은 필명으로 ‘불교이야기’칼럼을 연재중이다.”라고 소개했다. 과찬인 것 같다. 단지 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는 보통불자임에도 대단한 사람처럼 써 놓았다.
올린 글은 ‘빚 없는 행복’에 대한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 ‘빚 없음의 경’(A4.62)을 근거로 하여 쓴 것이다. 글에서 보시를 강조했다. 정당하게 번 돈을 베풀고 나누고 보시하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곁들여 쓴 것이다. 과연 나는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가?
청암사에서 유튜브채널을
계간 청암 2020년 겨울호를 읽어 보았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글이 좋다. 다듬고 다듬은 보석 같은 글이다. 또한 품격 있는 글이다. 일개 사찰에서 이와 같은 고품격 계간지를 철마다 만들어 낸 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먼저 청암사율학승가대학원장 스님의 글을 보았다. 지형스님의 글이다.
지형스님의 글은 계간 청암에서 가장 서두에 실려 있다. 찾아보니 발행인으로 되어 있다. 스님은 글에서 유튜브채널 개설 이야기를 했다. 이름하여 ‘청암사tv’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고품격 계간지를 꾸준히 발행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유튜브채널을 개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스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시대코드에 맞는 전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청암사에서는 유튜브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미래세대 포교활동에 앞장서고자 지난 12월 ‘청암사tv’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계간 청암, 2020 겨울, 4쪽)라고 했다.
청암사tv는 어떤 것일까?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았다. 검색해 보니 청암사tv(https://www.youtube.com/channel/UC0AOjmkkBVp43wpuib1Yx7w )는 현재 구독자가 896명이다. 모두 12개 콘텐츠가 등재되어 있다. 청암사 걷기명상, 스님들이 사는 세상, 인현왕후 관련 애니메이션, 원화스님의 V-LOG 등 다양하다.
조회수도 많다. 천회가 넘어가는 것도 많다. 특히 애니메이션이 그렇다. 지형스님에 따르면 학인스님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교훈적인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청암사tv]애니메이션 남한산성 (https://www.youtube.com/watch?v=tJmUL2VUHNw )’이다.
“찰나찰나, 깨어있으면서”
계간지 청암은 읽어 볼 만하다. 필진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내용이 좋다. 글을 보면 부끄러움을 느낀다. 글이라는 것은 이렇게 써야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글을 막 썼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이 거칠다. 계간 청암 필진들의 유려한 글을 보면 부끄럽고 창피하다.
계간 청암에서 ‘스승의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았다. 청암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혜범스님이 쓴 글이다. 스님은 글에서 석혜능 스님으로부터 들은 법문에 대한 소감을 올려 놓았다. 무엇보다 석혜능스님이라는 말에 반가웠다. KPTS(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번역서를 통해 인연이 있다. 교정을 함께 본 편집자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석혜능스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스님은 율사스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스님은 율장번역에 대한 교정작업에 깊이 관여했다. 또한 KPTS후원자이기도 하다. 금요니까야강독모임시간에 전재성 선생으로부터 스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혜범스님이 석혜능스님으로부터 빠알리율장에 대한 법문을 듣고 올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수행이란 찰나찰나 무상-고-무아로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고 실천하는 일이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런 말을 석혜능스님으로부터 들었는데 마치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 같다고 했다.
혜범스님은 무상, 고, 무아에 대하여 “찰나찰나, 깨어있으면서”에 방점을 찍고 싶다고 했다. 찰나찰나는 순간순간을 말하는데 늘 깨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이를 삼법인에 적용했을 때 그 의미를 절절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 ‘내가 또 걸려 넘어졌구나!’자각하는 순간, 그게 몇 초만 지속되어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계간 청암, 2020 겨울, 17쪽)라고 했다.
혜범스님의 글을 보고서 앙굿따라니까야에 실려 있는 ‘벨라마의 경’(A9.20)이 생각났다. 경에서는 무상에 대하여 “단지 손가락 튕기는 순간이라도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다면, 그것이 더욱 커다란 과보를 가져올 것입니다.”(A9.20)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찰나찰나 무상에 대하여 알아차리면 그 공덕은 어떤 보시공덕 보다 크다는 것을 말한다.
공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보시공덕, 지계공덕, 수행공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수승한 공덕은 수행공덕이다. 이는 벨라마의 경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수행공덕도 수행공덕 나름이라는 사실이다.
수행공덕에는 사마타수행공덕과 위빠사나 수행공덕으로 나눌 수 있다. 경에 따르면 사마타수행공덕보다는 위빠사나수행공덕이 더 큼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단지 스치는 향기처럼 자애의 마음을 닦는 것보다, 단지 손가락 튕기는 순간이라도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다면, 그것이 더욱 커다란 과보를 가져올 것입니다.”(A9.20)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애의 마음을 닦는 것은 사마타수행을 말한다. 무상에 대한 지각을 닦는 것은 위빠사나 수행을 말한다.
혜범스님은 글에서 석혜능스님의 말을 듣고 “찰나찰나, 깨어있으면서”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고 한다. 석혜능스님이 말한 “수행이란 찰나찰나 무상-고-무아로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고 실천하는 일이다.”라는 말을 요약한 것이다.
석혜능스님이 말한 것을 니까야에서 발견 했다. 석혜능 스님은 KPTS본 교정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관련 경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행자로 살면서 무상, 고, 무아를 찰나찰나 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늘 받기만 했는데
청암사에서 때 되면 계간지 청암을 보내 준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소홀했었던것 같다. 모아 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 깊이 반성한다. 더구나 학인 스님은 금요니까야강독모임 멤버이기도 하다. 멀리서 차를 몰고 참석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시기이다. 다음번 모임에는 ‘줌’으로 보기를 기대해 본다.
늘 받기만 했다. 고품격 계간지 청암도 받기만 했다. 받은 것을 보관하지도 못했다. 언젠가는 봉투 채로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번 2020 겨울호를 보면서 깊이 반성했다. 계간지 뒤를 보니 후원계좌번호가 보였다.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계좌이체도 가능하다. 능력껏 보시했다. 계간지는 시간 날 때마다 읽어 보아야겠다.
2021-02-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