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건립한 쉐도파고다
미얀마 군부가 건립한 쉐도파고다
한 장의 사진에 미얀마를 꿈 꾸었다. 황금색 파고다가 있는 사진이다. 처음에는 이 사진이 쉐다곤파고다인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황금색 파고다는 쉐도파고다(Swe Taw Myat Pagoda)였다. 미얀마어로 ‘쉐’는 황금을 뜻한다.
꿈은 이루어졌다. 마침내 2018년 12월 31일 미얀마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2주 가량 미얀마에 머물렀다.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에서 13일을 보내고 귀국하기 전에 1박2일 동안 성지순례를 했다. 그 중에 하나가 쉐도파고다였다.
마음속의 파고다
쉐도파고다를 본 순간 “바로 이 파고다이구나!”라며 마음 속으로 외쳤다. 사진으로 봤던 것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에서는 남녀가 양산을 쓰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평화로워 보였다. 황금색 첨탑을 배경으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은 신심 깊은 불자가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늘 잊혀 지지 않았다. 마침내 그 사원, 그 계단 앞에 선 것이다.
쉐도파고다는 언제 건립된 것일까? 역사가 무척 오래 된 줄 알았다. 쉐다곤파고다 정도 되는 역사를 가진 줄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1997년에 건립되어서 고작 24년 밖에 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독재시절 ‘딴 쉐’ 장군의 뜻에 따라 건립된 것이다.
예로부터 미얀마에서는 통치자가 국민들을 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고다를 국가프로젝트 중의 하나로서 건립했다. 미얀마인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가바아예파고다는 1952년 우 누 수상이 건립했다. 세계불교도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쉐다곤파고다도 과거 통지자들에 의해 건립되었다.
미얀마에서는 거대한 파고다를 볼 수 있다. 역대 통치자들은 국민통합과 통치이념 확산을 시킬 목적으로 건립했다. 그 결과 오늘날 미얀마에서 보는 파고다는 이제 세계적인 불교성지가 되었다.
늘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쉐도파고다의 역사는 고작 24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군부독재시절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치이념을 확산시키기 위해 건립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쉐도파고다는 미얀마 군부독재시절의 유산이나 다름없다.
비록 쉐도파고다가 미얀마 군부 최고통치자가 건립했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훼손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고다 중의 하나이고 무엇보다 미얀마사람들과 세계불교도들이 즐겨 찾는 성지가 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요즘 미얀마 군부쿠데타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미얀마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연 미얀마 군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사람들마다 나라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주저없이 미얀마라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수행기와 순례기를 작성했을 때 미얀마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다.
미얀마는 한번밖에 가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미얀마에 대한 환상은 있었다. 책으로 보아서 알고 있었고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있었다. 탁발이 있었다. 부처님 가르침 그대로 살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오래 전에 잊고 살았던 것을 보는 것 같았다. 마치 길 떠난 나그네가 고향집에 온 것 같았다. 니까야에서 보았던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은 나의 조국이다. 당연히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그 다음으로 사랑하는 나라는 미얀마이다. 미얀마에 가면 부처님 나라에 가는 것 같다.
베자얀따 궁전을 보는 듯
미얀마의 파고다를 보면 이곳이 불국토임을 실감하게 하는 것 같다. 경전속의 장면을 묘사해 놓은 것 같다. 미얀마 사원을 보면 경전에 나오는 천상을 보는 것 같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베자얀따(vejayanta) 궁전일 것이다.
맛지마니까야 ‘갈애의 부숨에 대한 큰 경’(M37)을 보면 베자얀따 궁전에 대한 아름다움이 묘사되어 있다. 신들의 제왕 제석천은 목갈라나 존자에게 “존자 목갈라나여, 이 베자얀따 궁전의 아름다움을 보십시오.”(M37)라며 말했다. 베자얀따 궁전은 어떤 모습일까?
베자얀따 궁전은 신들의 제왕 제석천이 지은 것이다. 삼십삼천에 있는 궁전이다. 이 궁전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그 베자얀따 궁전에는 백개의 첨탑이 있고, 하나 하나의 첨탑에는 칠백 개씩의 누각이 있고, 하나하나의 누각에는 일곱선녀가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선녀에게는 일곱 하녀가 있습니다.”(M37)
베자얀따궁정은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 화려한 궁전이다. 미얀마의 사원을 보면 마치 경전속의 베자얀따 궁전을 묘사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쉐다곤파고다, 가바아예파고다, 쉐도파고다를 보면 천상의 첨탑을 보는 듯하다. 사원의 건축물을 보면 베자얀따 궁전의 첨탑과 누각을 보는 듯하다. 응아타지 사원이 그렇다.
양곤시내에 응아타지 사원이 있다. 높이가 14미터에 달하는 대불이 있는 곳이다. 이는 맞은 편에 와불이 있는 차욱타지 사원과 하나의 쌍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응아타지 사원의 건축물을 보면 천상의 건축물을 표현해 놓은 것 같다는 것이다.
응아타지 사원에서 베자얀따궁전의 모습을 보았다. 마치 백개의 첨탑과 백개의 누각이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누각을 보는 듯하다. 충만한 마음으로 한참 지켜보았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불교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다. 그 옛날 삼천리 방방곡곡 불국토 아닌 곳이 없었다. 오늘날 팔작지붕 또는 맞배지붕 형태의 사찰의 전각을 보면 포근하고 안온함을 갖는다. 이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는 불교적 정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불교를 접하고 나서 부처님 당시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했다. 초기경전에 묘사되어 있는 전각은 오늘날 미얀마에서 볼 수 있다. 이는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첨탑과 누각을 말한다. 미얀마에서 볼 수 있는 황금색 파고다와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는 누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첨탑과 누각을 보면 천상에 와 있는 듯하다.
미얀마는 마음의 고향
요즘 미얀마불교가 흔들리고 있다. 외도들은 미얀마불교만 무너뜨리면 불교는 무너진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쿠데타까지 발생했다. 이는 누구나 바라지 않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악인악과라는 것이다. 불법쿠데타는 진압되게 되어 있다.
불교는 마음의 고향이다. 또 하나의 마음의 고향이 생겼다. 그곳은 미얀마이다. 처음 가 본 곳이었지만 마치 오래 전에 와 보았던 것처럼 익숙했다. 황금빛 첨탑과 누각을 보면 천상에 있는 것 같다.
미얀마는 부처님 가르침이 살아 있는 곳이다. 탁발의 전통이 남아 있는 것이 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미얀마불교는 불교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이다. 미얀마 가면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미얀마는 마음의 고향이다.
2021-02-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