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창연 선암사, 남도기행 8
고색창연 선암사, 남도기행 8
선암사를 향해서 차를 몰았다. 화순 고인돌공원 김영동 선생 처소에서 순천 송광사까지는 50분가량 걸렸다. 가까운 거리라도 움직였다하면 사오십분 걸리는 것 같다.
본래 계획은 오전 중으로 남해도 김재상 선생 꾸띠에 도착하여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반대 방향으로 가다 보니 계획이 틀어 졌다. 더구나 한시간 이상 머물다 보니 더욱 늘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선암사로 출발한 것이다.
선암사에 가고자 한 것은 단순하다. 가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암사가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것도 이유에 해당된다. 근처에 작은 절도 있다. 호젓한 분위기의 산사도 있다. 그럼에도 관광지 같은 분위기가 나는 큰 절에 가고자 한 것은 볼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3월 14일 오전 정오가 거의 다 되어서 선암사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받았다. 어른의 경우 3천원이다. 김진태 선생과 선인화 선생은 조계증 신도증이 있다. 그러나 신도증은 무력화되었다. 태고종 소속의 사찰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 거리는 꽤 되었다. 부지런히 20여분 올라 갔다. 과연 듣던 그대로 고색창연한 골동품을 보는 듯하다. 비교적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로 알려져 있다.
일정이 너무 급했다.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웅전 앞에서 합장 삼배 하는 것으로 예를 갖추었다.
3월 휴일을 맞이하여 선암사에는 내방객들로 붐볐다. 코로나시기라고 하지만 무풍지대인 것 같다. 모두 예외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날씨는 포근하고 봄기운은 완연했다. 잘 가꾸어진 가람과 함께 사람들은 전통사찰에서 여유를 갖는 듯하다.
어느 사찰이든지 스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해설사도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는 어디에 쓰는 것일까?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 대부분 절에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절에 왜 가는 것일까? 부처님을 뵈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무나 돌, 쇠붙이로 만든 부처님을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 그분 가르침을 배우고자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법문을 들어야 한다.
일요일 관광지화된 사찰에서 법문을 접하기 힘들다.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일요일 오전과 오후에 야단법석을 여는 것이다. 불자이든 관광객이든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법문을 해주는 것이다. 이른바 무차법회(無遮法會)를 말한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종교에 의지한다. 절에 가는 것도 고단한 삶을 보상 받기 위한 것인지 모른다. 이런 때 사구게 하나라도 알려 준다면 힘을 받을 것이다.
불교에는 법문할 거리가 넘쳐난다. 당장 법구경만 해도 423개의 게송이 있다. 각 게송 마다 인연담이 있어서, 이 인연담을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법문이 된다. 일요일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사찰에 야단법석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2021-03-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