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벚꽃만 보다 수양벚꽃을 보니, 서울대관악수목원에서
일반벚꽃만 보다 수양벚꽃을 보니, 서울대관악수목원에서
세상은 연두빛이다. 사월의 산하대지에 연한 녹색의 세상이 되었다. 빛나는 사월이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다. 점심을 먹고 우리계곡에 갔다. 결코 지도에 나오지 않는 우리들만의 비밀계곡이다. 고래바위가 있고 암반에 물이 흐르는 천연계곡이다.
수요일 이른 오후이다. 5626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렸다. 관악산 산림욕장이 시작되는 곳이다. 안양에서도 깊숙한 내비산에 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평일 산행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들 일터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행을 감행한 것은 자유인이기 때문이다. 일인사업자의 자유이다.
산마을 주막집에 들렀다. 파전을 시켰다. 계곡에서 먹기 위한 것이다. 김치도 달라고 했다. 막걸리는 준비되어 있다. 오늘 불음주계를 어기기로 했다. 다음에 받아 지니면 그만이다.
산에는 산벚꽃이 한창이다. 흰구름 띠를 보는 것 같다. 울긋불긋 단풍을 보는 것 같다. 벚꽃 구경을 가려면 공원으로 갈 것이 아니라 산에 가야 하리라.
계곡에 이르니 진달래가 지천에 피어 있다. 진달래꽃 하나를 따서 먹어 본다. 씹는 맛이 난다. 계곡 물소리가 경쾌하다. 며칠전 비가와서일까 수량이 풍부하다. 암반계곡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오일전 하루종일 비가 내렸는데 그때 모든 것을 쓸어버린 것 같다.
고래바위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잘 있다. 형상을 보면 틀림없이 고래모습이다. 나 이전에 본 사람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먼 훗날 누군가 보았을 때도 고래바위라 할 것이다.
비밀계곡에는 비트, 비밀아지트가 있다. 마치 칼로 자른 듯한 너럭바위가 있는 곳을 말한다. 자리를 깔고 식사하는 곳이다. 파전은 어떤 맛일까? 오징어가 풍부한 해물파전이다. 한입 가득 물어본다. 김치도 곁들였다. 중국동포가 재량으로 싸 준 것이다. 산 하나 넘어온 피로가 가신다.
물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천둥치듯이 비행기 소리가 난다. 바람은 부드럽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농땡이 친 것 같다. 때로 이럴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계곡은 더 이상 비밀계곡이 아니다. 이제는 관양계곡이라 부른다. 누구 맘대로 관양계곡이라 하는가? 관양동은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인덕원역 가까운 곳에 있다. 어떻게 이곳이 관양계곡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계곡은 안양예술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 산 너머에 있는 관양동과 무관한 곳이다. 그럼에도 관양계곡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우리계곡이다. 이십여년전 아이에게 우리계곡이라 했기 때문이다.
A 는 A가 아니라 그 이름이 A이다.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관악산은 그 이름이 관악산일뿐이다. 관악산이 관악산이라고 이름 붙여 달라고 한적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관악산이라고 분별한다.
우리계곡이든 관양계곡이든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앞에 있으면 앞산이고 뒤에 있으면 뒷산이다. 자유, 평등, 평화는 거창한 구호이다. 이데올로기에 속아서는 안된다.
오늘은 선거날이다. 나와 관련 없다. 요즘 뉴스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언론 보도는 믿을 것이 못된다. 예전에는 반만 믿으라고 했으나 그 반의 반도 안되는 것 같다.
난리 났다고 한다. 유튜브 섬네일 문구를 말한다. 낚시성 글이다. 이쪽 진영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것 같다. 스피커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이상 보지 않는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은 푸르고 산도 푸르다. 봄 바람이 거세다. 사시사철 찾는 곳이지만 늘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이제 계곡 아래로 내려 가야 한다. 볼 것이 있다. 서울대 관악수목원 수양벚꽃이다. 다 지고 말았을까 절정일까?
서울대 관악수목원에 왔다. 수양벚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몇주전 이곳을 지나쳤을 때 아름드리 나무 팻말을 보았다. ‘처진올벚나무’라고 쓰여 있었다. 이를 수양벚꽃나무라고 본 것이다. 사월 개화시기에 맞추어 꼭 보고자 했다. 오늘이 그날이다. 수요일임에도 관악산 산행을 한 것이다.
서울대 관악산수목원은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있다. 옛날 안양유원지를 말한다. 그러나 들어갈 수 없다. 방법은 산길을 우회해야 한다. 들어가는 것은 허용 안해도 나가는 것은 허용한다. 멀리 내비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산을 하나 넘어 우리계곡(관양계곡)을 따라 진입했다. 계곡은 관악수목원까지 연결되어 있다.
과연 벚꽃은 졌을까? 도시에서 벚꽃은 끝물이다. 산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약 일주일가량 시차가 난다. 지금이 적기이다. 일하는 평일임에도 가보기로 했다. 주말에 가면 늦을 것 같았다.
벚꽃은 지지 않았다. 엑스터시! 절정이다. 수양버들처럼 치렁치렁 늘어진 가지에 벚꽃이 피어 있다. 그러나 풍성하지 않다. 일본 수양벚꽃처럼 밀도가 높은 것이 아니다.
수령은 꽤 오래 된 것 같다. 오십년 이상 된 것 같다. 수양벚꽃이 서울대관악수목원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불과 열 구루가량 밖에 되지 않지만 희귀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한국에서 수양벚꽃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일본 쿄토 벚꽃 특집을 보았다. 명소 대부분 수양벚꽃다. 가지가 척척 늘어져 있는데 지탱하기 위한 보조 막대기가 있다. 벚꽃도 풍성하다. 이에 반하여 수목원의 수양벚꽃은 빈약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품격있어 보인다. 일반 벚꽃만 보다 수양벚꽃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2021-04-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