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난 파는 할머니에게 황룡관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1. 17:27

난 파는 할머니에게 황룡관을

 

 

이번주 들어 모처럼 여유를 찾았다. 이번주 갑자기 일감이 밀려 드는 바람에 처리하기에 바빴다. 오늘 오전 중으로 다 처리하고 나자 오후에는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밀린 글도 썼다. 마치 숙제를 다한 기분이다. 이럴 때는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무조건 걸었다. 행선지는 자연스럽게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다섯 정거장 거리에 있는 중앙시장은 걸을 만하다. 따사로운 햇살에 바람은 부드럽다. 확실히 봄이 왔다.

 

중앙시장에 가고자 한 것은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시장에 가면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무언가 살 만한 것이 걸릴 것 같았다. 가다 보니 난을 파는 할머니가 생각났다. 오늘은 나와 있을까?

 

지난번 중앙시장 갔었을 때 난 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대로변 게이트 입구 인도에서 늘 보는 노점상이다. 지난번 발견하지 못해서 다육식물 염좌를 산 바 있다.

 

현재 염좌는 두 개로 나누어 분갈이 했다. 만원 주고 산 것인데 무척 크다. 화원에서라면 오만원이 넘을 것 같다. 그러나 시장 길거리에서는 저렴하게 파는 것 같다. 염좌 다육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유튜브를 보니 염좌는 아프리카가 원산이라고 한다. 모잠비크 사막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물과 친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꽃집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물을 주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사온 다음 날 분갈이 할 때 이미 물을 준 상태였다.

 

다육은 물 주면 죽는다고 한다. 이에 물을 말리는 작업을 했다. 흙을 하루 밤 비닐 위에서 펼쳐 놓으니 물기가 말랐다. 여기에 새로 사온 흙과 혼합했다. 그리고 다육을 두 개로 분리해서 각각 화분에 심었다.

 

뿌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절대 물을 주지 말라고 했다. 물을 주지 않았음에도 염좌는 싱싱하다.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건조지대 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난은 어떠할까?

 

난 키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물을 주기가 어려움을 말한다. 어떤 이는 물을 자주 주지 말라고 한다. 유튜브를 보니 난은 자생지 환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염좌와는 달리 수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대야에 담구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중앙시장에서 난 파는 할머니에게 난을 샀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난 종류는 네 종류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에 마음에 든 것이 있었다. 다른 난 보다는 품위가 있어 보였다. 마치 잎파리가 금테 두른 것 같다. 이름을 보니 황룡관이다.

 

황룡관 난은 얼마일까? 가격을 물어보니 35천원 달라고 한다.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구멍에서 3만원에 달라는 소리가 나올려고 했다. 그러나 그만 두었다. 그것은 난을 팔아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상품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 마트에서는 정찰제이기 때문에 깍을 수 없다. 그러나 길거리에서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특히 길거리 난 같은 경우가 그럴 것이다.

 

난 파는 할머니는 네고를 생각해서 불렀는지 모른다. 그러나 네고를 요청하지 않았다. 마치 콩나물 값 깍듯이 난 가격을 깍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부르는 대로 주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난을 건네 주면서 연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왜 미안하다고 했을까? 사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미안하다고 한 것은 네고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팔아 주어서 만족한 마음이 들었다.

 

일감이 들어오면 먼저 견적서를 작성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정한 금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업체에서는 네고를 요청한다. 이럴 때는 네고를 들어주어야 한다. 보통 10% 네고를 해 준다.

 

네고 가격을 제시할 때 10% 해 주는 것은 업계 관행이다. 네고를 감안하여 10% 올려서 견적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설계가는 네고 요청을 하지 않는다. 설계는 물건 파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수정할 때 무상으로 해주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자신이 설계한 것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진다. 이런 이유로 양산될 때까지 무상으로 수정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시장에서 물건 깍듯이 설계가를 깍으려 한다면 이는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황룡관은 잎파리가 금테 두른 것처럼 품위 있어 보인다. 난 파는 할머니에 따르면, 황룡관을 화원에서 사면 10만원은 갈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검색해 보니 할머니 말이 틀림없다. 최하가 10만이고 20만원짜리도 있다. 승진, 취임, 영전, 이전 때 선물로 주로 사가는 것 같다.

 

중앙시장에서 황룡관을 35천원에 샀다면 주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화분이 볼품없다. 플라스틱으로 된 재배용 화분이다. 분갈이를 이야기했더니 꽃이 피고 난 다음 하라고 한다.

 

 

섣불리 분갈이 하면 난이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있다. 그것은 기존 고급 화분에 플라스틱 화분을 통째로 넣는 것이다. 죽은 난을 걷어 내고 새화분을 넣으니 감쪽 같다. 마치 10만원짜리 화분이 된 것 같다. 책장 위에 올려 놓으니 기품이 있어 보인다.

 

 

 

2022-04-0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