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개나리 가지 꺽는 것은 무죄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24. 12:39

개나리 가지 꺽는 것은 무죄

 


남녘에서 꽃 소식이 전해 온다. 매화가 피고 동백이 피었다. 그러나 중부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때 꽃구경을 하고자 했다.

개나리가 피면 봄이 오는거다. 어떤 이가 올린 자료를 보니 부산은 3월 10일이고 서울은 3월 20일이다. 개나리를 보려면 아직도 3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학의천에서 개나리 가지를 꺽었다. 천변 남사면에는 개나리가 군락을 이루어 천과 함께 달리고 있다. 준비한 닙퍼를 이용해서 몇 가지 꺽어 왔다.

 


산에서 나뭇가지를 꺽어서는 안된다. 돌맹이 하나 가져와서도 안된다. 하천 변에 있는 개나리를 꺽는 것도 죄가 되는 것일까?

초기경전을 보면 식물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했다. 디가니까야 계온품을 보면 "그는 종자와 식물을 해치는 것을 삼갑니다."(D2.41)라고 했다. 이것은 수행자의 계행이다. 이렇게 본다면 천 변의 가지를 꺽어서는 안될 것이다.

식물은 잘라도 다시 자란다. 자른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가지치기를 해 주면 오히려 열매가 잘 맺는다. 열매가 많으면 속아 주기도 한다. 식물을 자르는 것은 살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청정한 삶을 살기로 다짐한 수행승은 식물을 해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범부는 식물로 살기 때문에 식물을 해칠 수밖에 없다. 농사 지어 먹고 사는 사람은 식물과 함께 산다.

일반사람이 식물을 해치는 것은 무죄이다. 식물은 잘라도 다시 싹이 나기 때문에 살생에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학의천 변에서 개나리 가지 몇 개 꺽었다고 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

 


아파트 거실에 개나리 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계절적 봄은 아직 멀었건만 우리집에는 봄이 왔다. 매화보다도 동백보다도 더 반가운 꽃이다.

2023-02-2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