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14. 13:01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꿈의 계절이다. 울긋불긋 영산홍이 절정이다. 공기는 맑고 청정하다.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하다. 이제 막 신록이 시작되고 있다. 여린 잎파리는 연두색이다.
연두의 세상이 되었다. 이런 봄날은 축복받은 계절이다. 가난한 자도 나이 든 자도 살 맛 나는 계절이다. 명학공원에는 하릴없는 노인들이 소일하고 있다.
명학공원과 문예회관을 배회하고 있다. 햇살이 좋아 경행하듯이 거닌다. 영산홍 꽃 속을 거닐면 천상에 온 것 같다. 오로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의 행복이다.
저 멀리 명학공원에서 일단의 사람 무리가 보였다. 문예회관 마당에서 어슬렁 거리다 본 것이다. 어떤 일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릴없는 노인처럼 다가가 가 보았다.
여인들이 가득 있었다. 모자를 쓰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육십이상은 된 것 같다. 등산복에 배낭도 있다. 대체 무엇하는 사람들일까?
그들은 율동을 시작했다. 이삼십대 젊은 여성이 이끄는 대로 따라 했다. 율동은 격렬하지 않다. 마치 라인 댄스를 보는 듯하다.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에 맞추어 가볍게 팔동작을 한다. 자세히 보니 70대인 것 같다.
명학공원에 하릴없이 앉아 있다. 가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이런 봄날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계절타령 하지 않는다. 인생무상타령하지도 않는다.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
2023-04-1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