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설구화를 아시나요

담마다사 이병욱 2023. 4. 30. 07:09

설구화를 아시나요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이 오면 피는 꽃이 있다. 불두화이다. 부처님의 육계를 닮은 꽃이다. 그래서일까 절집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올해도 불두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동그란 공모양의 불두화를 보면 마음이 충만해진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는 것 같다. 옹글진 모양을 보면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 같다.

불두화와 비슷한 것이 있다. 수국을 말한다. 수국은 6월의 꽃이다. 불두화가 지고 나면 수국이 바톤을 이어 받는 것 같다. 수국 역시 불두화처럼 공모양이다. 좀 더 큰 공모양이다. 컬러도 다양하다. 보라색 수국은 매혹적이다. 오로지 흰색 일색의 불두화와 대조적이다.

공주 금강자연휴양림에서 불두화와 유사한 것을 발견했다. 겉으로 보기에 불두화처럼 생겼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수국 모양이다. 그런데 나무에서 나는 수국처럼 보였다. 이름을 마음대로 붙인다면 나무수국이라 말할 수 있다.

 


수국은 나무가 아니다. 수국은 다년생 식물이다. 나무에서 피는 것은 불두화이다. 그런데 나무에서 수국과 매우 유사한 꽃이 피는 것을 발견했다. 대체 이 꽃이름은 무엇일까?

요즘 꽃이름 어플이 있다. 꽃에 대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한다. 꽃이름 어플 중에 '모야모'도 있다.

 


모야모에 사진을 올렸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아 답글이 달렸다. 세 명이 올렸는데 모두 설구화라고 했다.

설구화, 생소한 꽃 이름이다. 설구화는 어떤 꽃일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설구화는 인터넷 검색으로 잘 잡히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짤막하게 일본과 타이완 원산으로 인동나무과에 속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꽃모양은 수국과 불두화의 중간형이다. 꽃 크기는 불두화 보다는 작다.

 


설구화, 처음 보는 꽃이다. 수목원에서 발견했다. 절에서나 공원에서 볼 수 없는 꽃이다. 꽃 모양이 작아서 불두화처럼 육계가 보이지 않는다.

설구화는 작은 수국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설구화는 나무에서 나는 수국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목수국이라 말 할 수 없다. 목수국은 수국이 지고 나면 7월 경에 핀다.

봄에 나무에 피는 꽃들은 대게 힌꽃이다. 겹벚꽃처럼 분홍도 있고 자목련처럼 나무에 피는 꽃들도 있지만 대체로 나무에 피는 꽃들은 흰 것이 많다.

층층나무꽃도 다발을 이루어 핀다. 산딸나무꽃은 팔랑개비 모양의 흰 꽃이다. 공주 금강수목원에서는 미국산딸을 보았다. 이처럼 나무에서 피는 꽃을 찬탄하는 게송이 있다.

"여름날의 첫 더위가 오면,
숲의 총림이 가지 끝마다 꽃을 피어내듯,
이와 같이 열반에 이르는
위없는 묘법을 가르치셨습니다.
깨달은 님에게야 말로 이 훌륭한 보배가 있으니,
이러한 진실로 인해서 모두 행복하여 지이다."(Stn.233)

 

 

라따나경에 실려 있는 게송이다. 게송에서는 부처님의 담마를 찬탄하고 있다. 담마에 대하여 키 높은 나무 가지 끝에 핀 꽃으로 묘사한 것이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다. 마찬가지로 도를 닦으면 과를 이룬다. 부처님의 담마를 실천하면 열반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가지 끝마다 꽃이 핀 것에 대해서 부처님의 담마로 본 것이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나무가지에서 흰꽃을 볼 수 있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이다. 요즘에는 시기가 앞당겨져서 사월에도 핀다.

불두화, 설구화, 층층나무꽃, 산딸나무꽃, 이팝나무꽃은 모두 나무에서 피는  꽃들이다. 그것도 흰꽃이다. 그러나 열매 없는 꽃이 많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봄에 피는 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향기도 없고 열매도 맺지 못하면 불임의 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일까 불교의 꽃은 연꽃이 되는 것 같다.

 


연꽃은 향기도 있고 열매도 맺는다. 더구나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시작된다. 마치 도를 닦으면 과를 이루는 것 같다.

 


불두화, 설구화, 수국이 절집에서 좋아 하는 꽃이다. 부처님 두상과 육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꽃보다 못한 것 같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어야 한다. 도를 닦으면 과를 이루어야 한다.

2023-04-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