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에서 아침산책하면
휴양림에서 아침산책하면
휴양림의 아침이다. 산책을 마치고 아침을 먹었다. 늘 그렇듯이 아침은 라면이다. 라면에 왕새우를 넣고 끓이면 해물라면이 된다. 여기에다 밥과 김치를 곁들이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휴양림에서 차를 마신다. 침향차를 준비해 왔다. 전기포트 끓인 물에 차 잎 네 개를 떨어뜨린다. 잎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여러 배 팽창한다. 침향차 맛이 그윽하다.
여기는 토함산자연휴양림이다. 최초로 연박 해 보았다. 대게 하루밤 머물다 떠나는데 경주에는 볼 것이 많아 연박하기로 했다.
연박하면 이점이 있다. 방청소를 하기 위해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틀 동안 내집처럼 사용한다.
휴양림 유목민이 되었다. 유목민처럼 거처를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3박4일이 되었다. 첫번째 날은 팔공산자연휴양림에서 보냈다. 정식명칭은 팔공산금화자연휴양림이다. 둘째날과 셋째날은 토함산자연휴양림에서 연박했다.
본래 4박5일 일정으로 노마드(유목민)가 되기로 했다.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루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했다. 넷째날 합천 오도산자연휴양림은 포기했다. 통도사와 직지사를 참배하고 귀가하기로 했다.
자연휴양림매니아가 되었다. 2021년 가리왕산자연휴양림에서 보낸 이래 열 번 되는 것 같다. 그때마다 기록을 남겨 두었다.
전국에 걸쳐 국립자연휴양림은 42곳에 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도 있다. 펜션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콘도는 큰 회사에서 운영한다.
집 밖으로 나가면 노마드가 된다. 어디에선가 하루밤을 보내야 한다. 도시라면 호텔이나 모텔에 가야 한다. 펜션이나 민박도 있다. 콘도도 있고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그러나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만 못한 것 같다.
휴양림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숲속의 집과 휴양관이다. 전자는 통나무집이라고도 한다. 숲속에 단독형으로 있는데 외관이 통나무형상이다. 후자는 연립식이다. 연립주택처럼 방이 붙어 있다. 당연히 통나무집이 인기가 좋다.
숙박비는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주말이 다르고 평일이 다르다. 수용인원에 따라서도 다르다. 연립형 휴양관 4인실의 경우 주말은 10만원이고 평일은 절반 가격인 5만원 가량 된다.
휴양림은 공유하는 것이다.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예약만 하면 누구나 하루밤 머물다 갈 수 있다. 주말에는 몇 주전에 예약해야 하지만 평일에는 당일도 가능하다.
숲속의 집이나 휴양관은 집 구조와 비슷하다. 대게 원룸 형태로 되어 있다. 주방에는 거의 대부분 인덕션이 있다. 가스가 아니라 전기로 조리해 먹는다. 냉장고는 기본이다. 전자렌지의 경우 숲속의 집은 기본시설이지만 연립형에서는 공용이다.
침구는 넉넉히 제공된다. 오전 11시가 되면 방을 비워 주어야 한다. 침구가 매일 교체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휴양림에 있으면 돈 쓸 일이 없다. 저녁밥은 시장 본 것과 준비 된 식재료로 해 먹는다. 아침에는 라면 등으로 간단히 때운다. 이동 중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빵이나 김밥 등으로 점심을 먹는다.
휴양림 3년차이다. 2021년 5월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휴양림매니아가 되었다. 이제는 하루 머무는 것이 아니라 2박3일 또는 3박4일이 되었다. 마치 해외여행가는 것 같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노트북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메일 상황은 수시로 체크해 본다. 주문이 오면 가지고 온 노트북을 펼치면 된다. 휴양림이 사무실로 되는 것이다. 노트북이 있으면 움직이는 사무실이 된다.
전국에 국립휴양림은 42곳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것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또는 이틀 머물다 올 수 있다. 내것이 아니어도 내것처럼 쓸 수 있다.
차를 타고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전원주택을 볼 수 있다. 풍광 좋은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보면 강한 소유욕이 발동한다. 그러나 자연휴양림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소유하지 않아도 내것처럼 쓸 수 있는 휴양림이 있기 때문이다.
휴양림에 있으면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멀리 떠나온 것 자체가 힐링이 되는 것인지 모른다. 휴양림 주변에는 천년고찰 산사도 있어서 절에 가는 것도 힐링이 된다. 그러나 아침산책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느 휴양림이든지 산책코스가 있다. 이른 아침 산책하면 저절로 힐링되는 것 같다. 숲속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 되는데 숲속에서 아침기운을 받으면 더욱더 힐링되는 것 같다. 이럴 때 '재벌 부럽지 않다'라는 생각을 한다.
휴양림은 내것이 아니면서 내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휴양림이 있어서 반나절 이내에 어디든지 도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사통팔달 도로가 거미줄처럼 잘 발달되어 있어서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 산간오지에 있는 휴양림도 문제 되지 않는다.
힐링을 위해서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자연인처럼 한장소에서만 살지 않아도 된다. 잘 만들어지고 잘 관리되고 있는 휴양림을 내것처럼 이용하면 된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본래 빈 손으로 왔다. 갈 때도 빈 손으로 간다. 한평생 살면서 소유하면 얼마나 소유할까? 아무리 많이 가져도 산만큼, 강만큼, 하늘만큼 가질 수 없다.
진묵대사의 오도송이 있다. 대사는 “하늘을 이불로 땅을 자리로 산을 베게로 삼고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으로”라고 노래 했다. 무소유 삶의 극치를 보여 준다. 그런데 청정도론에도 이와 유사한 게송이 있다.
“집없는 자에게 어울리고
얻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별들의 보석이 펼쳐지고
달빛이 비추어 빛나니.
노천에 지내는 수행승은
사슴 같은 마음으로
해태와 혼침을 몰아내니
수행락을 누리며 앉는다.”(Vism.2.63)
청정도론에서 두타행에 대한 게송이다. 13가지 두타행에서 노천에서 지내는 것에 대한 찬탄 게송이다. 무소유 수행자의 기상이 느껴진다. 더구나 “하늘에는 별들의 보석이 펼쳐지고 달빛이 비추어 빛난다.”라고 했다.
누구나 소유를 바란다. 그러나 소유하는 순간 한정되어 버린다. 그림같은 집을 소유하는 순간 집에 갇혀 버린다. 별장을 소유하는 순간 별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공공재를 활용하면 소유하지 않아도 내것처럼 쓸 수 있다. 별장이 없어도 전국에 있는 콘도나 펜션이라는 공공재를 활용한다면 내것이나 다름없다.
휴양림은 다음 사용자를 위해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것 다루듯이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또한 흔적을 남겨서는 안된다. 그리고 유목민처럼 다음 행선지로 이동해야 한다. 다음에는 어느 휴양림에 갈꺼나.
2023-05-0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