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신뢰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12. 09:29

신뢰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야
 
 
유튜브에서 본 것이 있다. 그것은 마일리지 적립에 대한 것이다. 어느 사십대 여성 유튜버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돌아 가셨는데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버지 납골당을 찾지 않는지 여러 해 되었다고 한다.
 
유튜버는 아버지에 대하여 ‘이웃집남자’와 같다고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보호막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마일리지 적립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종종 문자를 받는다. 항공사에서 마일리지 적립에 대한 문자를 받는다. 신고하지 않으면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나가지 않고 비행기 탈 기회가 별로 없어서 신경쓰지 않는다.
 
마일리지적립을 포인트적립이라고 말한다. 비행기를 타거나 물건을 살 때 적립되는 것을 말한다. 마트에서도 적립이 있고, 다이소에도 있고, 동네 빵집에서도 있다. 단골을 만들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에 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긴장과 갈등은 가까운 곳에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간에 문제가 많다. 그래서일까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에 따르면 가족간의 갈등, 즉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 부모자식간의 갈등이 70-80프로를 차지 한다고 했다.
 
가족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화가 단절되었을 때 마음도 멀어진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웃집남자나 이웃집여자가 될 것이다.
 
최근 힐링여행을 했다. 아내가 휴가를 6주 받아서 하게 되었다. 병원진단서가 크게 작용했다. 집에서 푹 쉬는 것이 낫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힐링여행을 떠났다.
 
힐링여행은 모두 4차에 걸쳐 떠났다. 1차는 4월 20일부터 4월 22일까지 2박3일동안 동해안으로 떠났다. 검봉산자연휴양림과 대관령자연휴양림에서 머물렀다. 삼화사와 월정사를 참배했다.
 
2차는 4월 26일 1박2일로 공주금강자연휴양림에서 머물렀다. 마곡사와 갑사를 참배했다. 3차는 5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대구와 경주에 갔었다. 팔공산금화자연휴양림과 토함산자연휴양림에서 머물렀다. 팔공산갓바위, 경주남산 상선암, 불국사, 석굴암, 통도사를 참배했다.
 
4차는 5월 9일부터 5월 1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여수와 남해에 갔다. 여수돌산 성심펜션과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머물렀다. 향일암, 보리암, 해인사를 참배했다.
 
휴양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평일의 경우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 또한 비용은 주말과 비교하여 최대 반값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일임에도 가득 찼다는 사실이다.
 

 
휴양림은 숲속에 있다. 국립 또는 공립 휴양림은 산 높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이 잘 되어 있다. 그 중에서 산책로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른 아침 휴양림을 산책하면 내 것 같다. 아무도 없는 산책길은 마치 나의 정원처럼 여겨진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연두 빛 나뭇잎을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힐링여행은 휴양림에서만 보낸 것은 아니다. 휴양림 주변에 있는 절에도 갔었다. 절에 가면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법당에 가서 삼배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삼배 플러스가 있다. 그것은 명상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절에 가면 주법당에 가서 잠시라도 앉아 있어 보라는 것이다. 주법당은 기가 가장 센 곳이라고 한다. 주법당은 명당중에 명당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서 가만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삼배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오분만 앉아 있기로 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오분 명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발원하는 것이다. 어떻게 발원하는가? 그것은 가족에 대하여 “장수하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건강하기를!”이라고 발원하는 것이다. 이 문구는 법구경 109번 게송에 나오는 말이다.
 
힐링여행하면서 아내와 많은 대화를 했다. 전에 없던 일이다. 이전에는 30분도 대화하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이를 바꾸어보고자 했다. 먼저 나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라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한마음이 될 수 있을까? 이는 “세존이시여, 저는 이와 같이 ‘내가 나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르면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을 따랐습니다. 저희들의 몸은 여러 가지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다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M128)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한마음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버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부관계이든, 친구관계이든, 모임에서든 한마음이 된다. 신체는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모임은 기본적으로 화합의 모임이 되어야 한다. 상가도 화합의 상가이다. 화합의 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내려 놓고 상대의 마음을 따라야 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은 “그러면 아누룻다와 존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내고 있는가?”(M128)라는 부처님의 물음이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눈빛으로 말하는 것이다. 눈빛은 말보다 더 진실한 것이다. 말을 숨길 수 있어도 표정은 숨길 수 없다. 모임에서도 눈빛만 보면 알 수 있다. 부부와 관계와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도 눈빛만 보면 알 수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는 자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지행합일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글로 표현한 것을 실천해 보고자 했다. 가장 가까운 대상으로 해 보고자 했다.
 
부처님 가르침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실천하면 이득이 있다. 실천해 보니 변화가 있었다. 나의 마음을 버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따라 가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변하지 않을 사람 어디 있을까?
 
부부간에 대화가 있어야 한다. 기본대화만 한다면 30분도 채우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열리면 한시간도 좋고 두시간도 좋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대화의 소재가 된다. 이렇게 매일매일 대화를 하면 마일리지가 적립되듯이 신뢰가 쌓여 간다.
 
부부간의 대화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자식과의 대화이다. 부모자식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의 기회를 자주 만든다면 마일리지 쌓이듯이 신뢰도 쌓여 나갈 것이다.
 
아내와 약속한 것이 있다. 절대 가족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했다. 블로그 초창기때 다짐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슬쩍슬쩍 쓰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자랑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교훈적인 이야기라면 써도 될 것 같다.
 
아내 휴가가 이번주로 끝난다. 6주 휴가기간동안 전국을 무대로 이곳저곳 돌아 다녔다. 그것도 평일에 다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노트북이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시간 낼 수 있는 것이다.
 
가족간에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 마일리지 쌓는 것은 신뢰를 쌓는 것을 말한다. 신뢰의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으면 이웃집남자나 이웃집여자가 된다. 부부간에도 신뢰의 마일리지를 쌓아야 하고, 부모자식간에도 신뢰의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 한두번 대화한다고 해서 신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기회만 되면 대화해서 마일리지를 쌓아 놓아야 한다. 모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임은 모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임에 자주 나오지 않으면 신뢰의 마일리지를 쌓기 힘들다. 어쩌다 한번 나온다면 이웃집아저씨나 이웃집아줌마나 다름 없을 것이다. 자주 얼굴을 내비치고 자주 대화해야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을 상중하로 나누고 거기에서 다시 상중하로 나누었을 때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게 된다. 여기에서 중중이하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고쳐 쓰기 힘들다. 왜 그럴까? 비도덕적이고 아상이 강하기 때문에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상이상의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도덕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변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고쳐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가르침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주옥 같은 가르침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변하지 않을 사람 어디 있을까?
 
아내는 평생동반자이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지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친구사이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절친이다. 그런데 절친에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밀을 털어 놓고, 비밀을 지켜주고, 불행에 처했을 때 버리지 않고, 목숨도 그를 위해 버립니다.”(D31.16)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부부사이에도 실현 했을 때 절친과 같은 아내, 절친과 같은 남편이 될 것이다.
 
부부사이는 사랑도 좋지만 우정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대화와 실천을 통한 신뢰의 마일리지가 적립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부부사이는 동지적 관계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미묘한 것이다. 한번 아닌 것은 아닌 것이 된다. 마음속에 아닌 것이 되면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럴 때는 신뢰의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 부부와의 관계, 부모자식간의 관계,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와의 관계, 모임에서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신뢰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야 한다.
 
 
2023-05-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