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천장사 도반들과 우정어린 부처님오신날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3. 5. 28. 06:05

천장사 도반들과 우정어린 부처님오신날을

 


오늘은 부처님오신날, 어디로 가야 할까? 동쪽으로 가야 할지, 북쪽으로 할지, 남쪽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동쪽은 큰 절이다. 큰절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군중속의 고독이다. 관불식 하고 오면 그만이다.

북쪽은 작은 절이다. 작다 보니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 가족적 분위기이다. 그러나 아는 사람들이 몇 명 없다. 자주 다니지 않다 보니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비빔밥만 먹고 올 가능성이 높다.

남쪽은 멀리 떨어져 있다.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끌리는 것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있다. 끈끈한 우정의 관계를 말한다.

남쪽으로 가기로 했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 곳에는 정이 있다. 우정을 말한다. 천장사에 가기로 했다.

아침 6 20분에 시동 걸었다. 서산 연암산까지 9시 이전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러나 서서울 톨게이트에서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정체가 시작된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이 토요일과 겹쳤다. 더구나 월요일은 대체 휴일이다. 그래서일까 연속 3일의 휴일이 되었다. 여기에 비까지 왔다. 그래서인지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었다.

서해대교까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평소같으면 50분 걸리는 거리이다. 오늘 오전은 무려 4시간 걸렸다. 너무 지루해서 유튜브를 보았다. 서해대교에 진입하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천장사에 11 40분에 도착했다. 무려 5시간 걸쳐 도착한 것이다. 법요식은 끝났다. 점심공양시간이었다.

 


점심공양을 마친 사람들 상당수는 내려갔다. 주로 고북면 사람들 같다. 부처님오신날이나 백중, 동지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오는 마을 사람들이다. 어쩌면 진정한 천장사 주인일지 모른다.

 


일요법회 멤버들이 반겨 주었다. 벨라거사가 눈에 띄었다. 무척 반가웠다. 한동안 보지 못했다. 2년 된 것 같다. 지난 4월 방생법회 때도 보지 못했다. 왠일인지 궁금 했었다.

보이지 않으면 일이 있음에 틀림 없다. 벨라거사도 일이 있었다. 몸에 탈이 난 것이다. 그로 인해 6개월 집에만 있었다고 한다.

 

 


태평거사가 반겨 주었다. 오늘 봉사자로 활동했다. 신도들을 실어 나르는 운전봉사를 한 것이다. 거사 부인은 연등접수 담당을 했다.

 


일요법회팀 멤버들이 봉사활동 했다. 주로 부부팀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은 네 팀이 활약했다. 모두 아는 사이이다. 그것도 10년 이상 되었다. 부부팀이 많아서인지 모임은 탄탄하다.

천장사 일요법회모임은 부부팀이 많다. 현재 다섯 팀이 있다. 서산에 한팀, 당진에 한팀, 홍성에 한팀, 평택에 한팀, 서울에 한팀 있다. 그리고 서산, 인천, 대전 등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자주 모이다 보니 매우 친밀해졌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부처님 보러 절에 가지 스님보러 절에 가나?"라는 말이다. 절에 갈 때 법당에 가서 조용히 삼배만 하고 나오는 케이스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스님이 있다면 스님보러 절에 갈 것이다. 스님다운 스님을 말한다.

천장사에는 도반 보러 간다. 부처님도 아니고 스님도 아니라 도반 보러 절에 가는 것이다. 그 먼거리도 마다 하지 않고 달려 간다. 오늘처럼 5시간 걸려도 가는 것은 반겨 주는 도반들이 있기 때문이다.

 


천장사 사람들은 인정이 있다. 공통적으로 부부팀이 인정 있다. 친형제 보다 더 반가운 것 같다. 서울의 벨라거사, 당진의 정덕거사, 서산의 석우거사, 홍성의 수월거사, 평택의 태평거사가 인정이 넘친다. 이밖에도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천장사 일요법회모임은 왜 이렇게 탄탄할까? 주지스님이 자주 바뀌어도 모임이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부부팀이 많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부팀은 다섯 팀이다. 여기에 몇 팀 더 있다.

두번째 이유는 신도회장의 리더십이다. 두루두루 원만한 성격이어서 모두 믿고 따른다. 또한 스님과 신도와의 가교 역할에 능숙하다.

세번째 이유는 주인의식이다. 천장사는 우리절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절에 대소사가 있을 때 빠짐없이 참여하고 자원봉사하는 것도 내절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장사는 작은 절이다. 천장사는 가난한 절이다. 그럼에도 자부심은 있다. 한국 선종의 고향이라는 프라이드를 말한다. 경허스님이 이곳에서 보림 했다. 지금도 경허방이 남아 있다. 만공스님이 이곳에서 출가해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수월스님의 방광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천장사는 소설로 잘 알려진 절이다. 최인호의 소설 '길없는 길'의 무대가 된 곳이 이곳 천장사이다. 그래서인지 이제 단체로 찾는 성지가 되었다. 한국선종 성지순례코스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주지스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중현스님을 말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광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광주불교환경연대 이해모 기획실장 만난 얘기를 했다.

 


이해모 실장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있다. 중현스님은 광주불교환경연대 지도법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님은 아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두루두루 해박한 지식이 있다. 또한 스님은 광주에서 '산에들에'라는 환경모임을 이끌었다고 한다.

천장사에 도착 했을 때 법요식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점심공양 후에 관불식도 하고 등도 하나 달았다.

 


오늘 얼마나 왔을까? 먼저 온 사람에게 물어 보니 오늘 80명 왔다고 한다. 연등은 내가 36번째이다. 법당 천정에는 꼬리표가 많다. 작은 절임에도 연등 단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연등에 대부분 꼬리표가 달려 있다.

 


천장사는 작지만 알찬 절이다. 무엇보다 가족적 분위기이다. 가면 언제든지 반갑게 맞아 주는 도반들이 있다. 절에 부처님 보러 가고, 절에 스님 보러 간다고 하지만 나는 도반들 보러 천장사에 간다.

 

 


천장사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 천장사에 가면 정이 있다. 배웅할 때는 모두 나와 손을 흔들어 준다.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약하는 것이다. 이런 세월이 10년 넘었다.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시간 걸려도 달려 간다. 세상에 어디 이런 절 있을까? 천장사에 다녀 오면 마음이 충만된다.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다. 이런 절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오늘 받은 것이 많다. 팔목염주와 목걸이 염주를 받았다. 또한 떡을 받았다. 절편, 백설기, 가래떡 등 푸짐했다. 과자 세트도 받았다. 일요법회 멤버들이 준비 했을 것이다. 절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모임이 사랑스럽다.

 


천장사 일요법회가 부활된다. 작년 토요일로 바꾸었는데 토요일은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다시 일요일로 원위치 한 것이다. 토요일 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요일 법회가 열리면 참석할 것이다.

천장사에 매주 가지 못한다. 특별한 날에는 가고자 한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 그곳에는 정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정이다. 우정은 다름 아닌 멧따(metta)이다.

멧따를 자애라고 번역한다. 자애는 사랑과는 다른 것이다. 사랑은 남녀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 강하지만 자애는 우정에 대한 것이다. 천장사 도반들에게서 느끼는 정은 우정이다.

이 세상에서 우정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랑이 좋다고 하지만 사랑보다 우정이다. 천장사에 다녀 오면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오늘 천장사 도반들과 우정어린 부처님오신날을 보냈다.


2023-05-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