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미나리냉면으로
오늘 저녁은 미나리냉면으로
요즘 날씨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냉면이다. 날씨가 갈수록 뜨거워지다 보니 냉면생각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사먹을 수 없을 것이다. 벌이도 시원치 않다면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점심 때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닌다. 아무래도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갖춘 것이 큰 이유가 된다. 그런데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면 경제적 이점뿐만 아니라 정신적 이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하심(下心)이다.
흔히 자신을 내려 놓으라고 말한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스스로 밥을 차려 먹으면 자신을 낮추는 것이 된다.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면 낮추는 삶이 된다. 누구에겐가 밥상을 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차려 준 밥만 먹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자가 그런 것 같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차려 준 밥을 먹는 것이다. 밥상에서 숫가락만 들면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하심이 나올 수 없다.
밥을 스스로 해 먹거나 반찬을 스스로 만들어 먹으면 낮추는 삶이 될 것이다. 더 좋은 것은 타인을 위해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봉사하는 삶이 된다. 공덕이 되는 삶이 된다. 밥상을 받으면 공덕을 까먹는 것이고, 밥상을 차리면 공덕이 되는 삶이다.
냉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식당에 가면 된다. 자리에 앉고 난 후 몇 분 되지 않아 냉면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돈의 힘이다. 돈이 있으면 정승처럼 살 수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정승처럼 살 수 없다. 한평생 정승처럼 산다면 남는 것은 우월적 자만일 것이다. 자만은 불선심이다. 자만을 가지면 불선업을 짓는 것이다. 스스로 챙겨 먹는다면 자만을 만들 수 없다.
요즘 집에서 냉면을 만들어 먹는다. 냉면 재료를 사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마트에서 네 개 단위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 있다. 육수와 면이 별개로 되어 있는 것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한다면 열 개가 들어 있는 것을 인터넷 주문 하면 된다.
어제 저녁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처음 하기가 어렵다. 한번 하고 나면 그 다음 부터는 매우 쉽다. 냉면 만들기도 그렇다.
먼저 식재료를 준비 해야 한다. 오이를 어슷하게 썰어서 채를 만들어 놓는다. 열무김치가 있으면 곁들일 때 열무냉면이 된다. 삶은 계란은 고명용으로 사용된다.
냉면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면을 끓은 물에 30초 가량 담근다. 찬물에 행군다음 물기를 제거하여 놓는다. 면을 용기에 넣고 찬 육수를 붓는다. 육수는 제공된 것이다. 여기에 참기름, 식초, 겨자를 넣는다. 김치국물도 좋다. 결정적으로 미나리가 들어간다.
냉면은 차게 하여 신맛으로 먹어야 한다. 여기에 코를 톡 쏘는 겨자가 있으면 좋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나리를 생채로 넣으면 겨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마치 강력한 향신료가 되는 것 같다.
냉면에 미나리 생채를 넣어서 먹은 것은 새로운 발견이다. 향신료처럼 톡 쏘는 맛이 있어서 식욕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를 ‘미나리냉면’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처럼 뜨거워지는 계절에는 냉면을 먹으면 입맛이 돈다. 반드시 식당에서 먹으라는 법이 없다. 냉면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 이 때 타인을 위해서도 만든다면 하심 플러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해도 미나리 냉면만한 것이 없다.
미나리를 씹을 때 톡 쏘는 맛은 겨자 못지 않다. 미나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냉면 재료가 되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에도 미나리냉면을 만들어 볼까?
2023-06-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