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데, 처마와 처마가 맞닿아 있는 구인사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18. 15:39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데, 처마와 처마가 맞닿아 있는 구인사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 이 말은 구인사 소개 글에서 본 것이다. 나무위키에서 본 것이다. 구인사 경내에서는 보지 못했다. 구인사 팜플렛에서도 보지 못했다.

구인사 다녀 온 사람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 전달해서 들은 것 중의 하나는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다. 이 말처럼 강력한 메세지가 어디 있을까?

어제 구인사를 다녀왔다. 단양소노문에서 일박을 하고 난 다음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가장 먼저 단양팔경이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도담삼봉이 떠올랐다. 화보에서 봤던 것이다. 이른 아침 차를 몰았다.

 


도담삼봉은 숙소에서 십키로 가량 떨어져 있다. 교과서 등에서 보던 강 가운데 있는 섬이 보였다. 섬 에는 정자도 있었다. 한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단양은 처음 와 봤다. 우리나라 여러 지방이 있지만 아직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단양은 강원도 첩첩산중에나 있는 곳과 다름 없다. 소백산맥을 넘으면 영주이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산이 뾰족뾰족하고 강은 협곡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다. 한국의 장가계라고 하면 지나칠까? 오지중의 오지라 아니할 수 없다.

 


단양은 단양팔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옛말이 되어 버렸다. 입간판을 보니 12경이 되었다. 도담삼봉, 만천하스카이워크, 단양강 잔도, 수양개빛터널, 사인암, 옥순봉, 구담봉, 온달관광지, 소백산자연휴양림, 다누리아쿠아리움, 구경시장, 다리안 관광지를 말한다. 현대에 지어진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도담삼봉이 으뜸이다.

도담삼봉만 보고 갔더라면 아쉬웠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석문을 봤기 때문이다. 도담삼봉을 바라보고 좌측에 정자가 있는데 석문 가는 곳이다.

 


석문을 처음 봤을 때 ""하고 탄성이 나왔다. 사람 하나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천연 바위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집채 만한, 아니 빌딩만한 공간이 뻥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중국의 경승지에서 볼 수 있는 하늘문이 연상되었다.

삼천리방방곡곡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교통의 발달로 인하여 차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전국적으로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길만 있으면 산간오지 그 어디에도 갈 수 있다. 도담삼봉에 있는 석문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상상이상이 되었을 때 감동이 밀려 온다. 단양에 있는 구인사도 그런 곳 중의 하나이다. 불자는 여행가면 반드시 절 한 곳은 가야 한다. 다음 코스는 구인사로 했다.

 


벼랑에 지언진 암자를 보면 불가사의 하다. 깊은 산중에 지어진 절도 불가사의 하다. "어떻게 이런 곳에 불사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계곡 전체를 온통 가람으로 채워 넣은 구인사도 불가사의한 곳 중의 하나이다.

 


계곡에 지어진 전각은 처마와 처마를 맞대고 있다. 또한 바위 벽 바로 옆에 전각이 있어서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난개발 된 것 같다. 그러나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보는 것 같다. 각 전각은 있어야 할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구인사에 가면 점심이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심공양시간에 맞추어 출발했다.

 

 

마침내 구인사에 이르렀다.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너무 멀다. 기본요금 3300원만 받는 택시를 이용했다. 그 다음부터는 공양식당을 찾아서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갔다.

 


공양식당은 거의 꼭대기에 있었다. 마치 점심식사를 목적으로 온 것인양 물어물어 올라갔다.

점심공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메뉴는 매우 단순하다. 밥과 김치, 된장국뿐이다. 김치는 생김치, 데친 김치, 묵은 김치 세 종류뿐이다. 그래도 허기 졌으니 꿀 맛이다. 세 종류의 김치를 밥에 비벼 먹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점심을 먹고 느긋한 마음으로 관람하고자 했다. 절에 왔으니 먼저 부처님을 뵙고자 했다. 그러나 부처님 보기가 쉽지 않았다. 조사전에는 개산조가 있고, 관음성지답게 관세음보살이 있었다. 대웅전에 해당되는 설법보전에 부처님이 있었지만 바라춤을 추는 등 큰 제사가 진행중이었다. 아무 법당이면 어떤가? 관세음보살이 있는 법당에서 불법승 삼보에 예경하고 잠시 입정했다.

 


무엇이 이토록 대가람을 만들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신심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회자 되어 온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말일 것이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절은 많다. 어느 유명기도처로 알려진 암자에 가면 "소원한가지는 꼭 들어 줍니다"라고 노골적으로 써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 없다. 막연한 것이다.

구인사도 소원 이루어지는 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인사 경내 그 어디에도 그런 글은 보이지 않는다. 구인사 홍보물에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입에서 입으로 소문난 것 같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삼일기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구인사 소원성취는 삼일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삼일은 어떤 의미일까? 추론해 본다. 아마 잠자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는 일박이일 템플스테이 시간표를 보고 추정한 것이다.

 


일박이일 시간표를 보니 잠자는 시간이 없다. 관음정진 시간은 22시에서 다음날 03시까지 이다. 꼬박 5시간 동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며 정근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근이 끝나는 새벽 3시에 곧바로 새벽예불이 3시부터 있다는 것이다. 철야정진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구인사 삼일기도 소원성취는 가능한 것일까? 삼일동안 잠도 자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정근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왜 그런가?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간절이 바란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도는 간절히 하라고 했나 보다. 수행도 간절히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간절함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목숨걸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구인사에서 개산조 상월조사는 거의 부처님 수준 같다. 부처님보다 개산조를 더 숭배하는  것 같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조사전에 개산조를 불상처럼 모셔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개산조는 이곳 골짜기에서 초암을 짓고 목숨걸고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아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개산조의 정신을 받들어 기도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목숨걸고 기도하듯이 절절하게 기도하는 것인지 모른다.

 

 

 


구인사에는 회색 법복을 입은 노보살들이 많다. 또한 경상도 억양이 많은 것 같다. 어느 전각을 보니 놀랍게도 법당 바닥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옆에는 가방 등 사물이 있다. 아마 밤샘 철야기도 해서 그런지 모른다. 숙소가 있어서 숙소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앉아 있는 자리가 기도처이자 숙소가 되는 것 같다.

 


기도는 간절히 하라고 했다. 기도는 목숨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없을 것이다.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밤새 관세음보살 정근 했을 때 몽중가피라도 받을지 어떻게 아는가?

구인사 기도는 관음정근으로 알고 있다. 일종의 사마타수행이라고 볼 수 있다.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며 끊임없이 관음정근 했을 때 마음은 청정해질 것이다. 마음이 하나의 대상이 집중되었을 때 번뇌가 잍어날 수 없다. 어쩌면 기도가 이루졌는지 모른다. 육근이 청정해졌기 때문이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대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불가항력적인 문제에 봉착되면 좌절한다. 자신의 힘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우는 사람도 있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울어서 해결될 문제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울면 될 것이다. 울어서 해결될 문제라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울면 될 것이다. 어린 아이와 같은 방식이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죽은 자 앞에서 운다고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울면 울수록 더 슬퍼질 뿐이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현자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 한가지 걱정이 있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질까?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어서 정말 좋겠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현자들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가 있다. 다리를 다쳤을 때 시간 지나면 해결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을 먹어도 일주일이고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다. 이런 것은 문제도 아니다. 기도할 것도 없고 걱정할 것도 없다. 진짜 문제는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사고와 팔고에 대한 것은 시간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다. , , , 사 문제는 나의 손을 떠난 것이다. 애별리고와 원증회고, 구부득고, 오취온고 역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 , , , , 의 육근을 청정하게 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며 밤새 관음정근하는 이유라고 보여진다.

 


불교의 기도는 수행에 가깝다. 유일신교처럼 절대자와 계약하거나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기도일 것이다. 불교에서 기도는 사마타수행에 가깝다. 이는 사마타명상주제 40가지 중에 하나인 불수념에 해당되는 것이다.

 


불수념은 부처님을 늘 생각하는 것이다. 대개 부처님의 열 가지 공덕에 마음을 집중한다. 이렇게 대상에 집중하면 선정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관음정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도는 간절히 해야 한다. 수행도 간절히 해야 한다. 무엇이든지 목숨걸고 하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걱정만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했을 때 기도는 다 이루진 것과 같다. 내가 변화 되었을 때 세상도 변화된다. 삼일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2023-06-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