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언제까지 밥상 받을 것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21. 13:51

언제까지 밥상 받을 것인가?

 

 

오늘 점심은 집에 와서 먹었다. 혼자 차려 먹은 것이다. 당연히 뒷정리도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밥상을 받아 먹을순 없다.

 

일인사업자로 시간이 자유롭다. 근무지 이탈해도 된다. 일반전화도 핸드폰으로 연결 해 놓았기 때문에 핸드폰 소리만 잘 들으면 된다. 멀리 하루밤 자고 올 때는 노트북을 가져 간다. 이때 노트북은 움직이는 사무실이 된다.

 

점심은 물론 저녁도 해 먹는다. 먼저 오는 사람이 먼저 저녁준비하기 식이다. 나중에 온 사람은 뒷정리하면 된다. 이러다 보니 시장 보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요즘 새로 생긴 야채가게에 자주 다닌다. 만안구청 안양로에 있는 막둥이네가 그곳이다. 제철 먹거리로 풍성하다. 호랭이콩을 5천원 주고 샀다. 하지 감자를 3천원에 샀는데 꽤 무겁다. 완숙토마터를 5천원어치 샀다.

 

 

하루에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이 또 있다. 이마트 안양점이다. 아파트 동 현관에서 불과 100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매번 가게 된다. 주로 행사상품을 구매한다. 전단지에 있는 것들이다.

 

가능하면 사먹지 않으려고 한다. 점심 때도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닌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 이유이고, 또 하나는 종교적 이유이다.

 

식당을 가지 않으면 당연히 식사비용이 절감된다.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만원 가까이 깨진다. 매번 밖에서 식사하면 한달에 드는 비용이 꽤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밖에서 먹지 않는 이유는 하심에 있다. 대우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내 돈 내고 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매번 밖에서 먹으면 매번 대우 받는 것이 된다. 더구나 뒷정리도 하지 않는다. 숟가락 들었다가 숟가락 놓는 것으로 끝난다. 식사 비용에 따라 대우도 달라질 것이다. 술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우 받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돈만 있으면 대우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우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렇게 10, 20, 30년 산다면 어떻게 될까? 한번도 뒷정리 하지도 않고 오랜 세월 살았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정년이 되어서 퇴직한 사람들이 있다. 한평생 대우만 받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집에서도 대우 받고 직장에서도 대우 받은 것이다. 식사를 예로 든 것이다. 당연히 설거지와 같은 뒷정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평생을 살다 어느날 퇴직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년이 되어서 퇴직했을 때 무능력자가 되기 쉽다. 자신의 손으로 아무것도 해 본적이 없을 때 무능력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단지 결재하는 것으로 그치고 지시하는 것으로 그치는 삶을 살다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십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 두었다. 더 이상 취직이 되지 않아 개인사업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원맨컴퍼니의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야 했다. 이메일 개통하는 것도 홀로 했다. 도메인 만드는 것도 홀로 했다. 전자세금계산서 작성하는 것도 홀로 했고 부가세 신고하는 것도 홀로 했다.

 

일인사업자는 만능이 되어야 한다. 일도 홀로 해야 하고 영업도 홀로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홀로 하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홀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익숙하다.

 

밥상을 받으려고만 드는 사람이 있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 주어야 밥을 먹는 사람을 말한다. 직장 다닐 때는 가능할지 모른다. 은퇴해서 집에 있음에도 밥상을 받으려 한다면 무능력자라고 볼 수 있다. 먹는 것조차 자신의 힘으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것이다.

 

얻어 먹었으면 치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능력자는 설거지도 안할 가능성이 높다. 무능력자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는 것 외 아무것도 없다. 하는 일없이 밥상만 받으려 할 때 좋아할 사람 없을 것이다.

 

 

이제 밥상을 받기보다는 밥상을 차릴 줄도 알아야 한다. 장을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반찬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밥상을 차릴 줄 알면 자연스럽게 뒷정리도 할 줄 알 것이다.

 

언제까지나 대우 받고 살 수 없다. 사람들은 대우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뒷정리 같이 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싫어한다. 밥상 차리는 사람 따로 있고 밥 먹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다.

 

바지에 단추가 떨어졌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에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그러나 밥상을 홀로 차려 먹을 정도라면 홀로 해결해야 한다. 단추달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밥상을 받아 먹는 사람은 공덕이 될 수 없다. 도둑으로 먹거나 부채로 먹는 자가 밥상을 받는 자이다.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공덕이 된다. 절에서 공양주 보살은 공덕 짓는 사람이다.

 

밥상을 차리면 공덕이 된다. 누구에게든지 밥상을 차리는 자가 되어야 한다. 밥상만 받기만 하다 보면 얻어 먹는 것이 되어 거지가 된다. 이제는 밥상을 받기 보다 밥상을 차려야 할 때이다.

 

 

2023-06-2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