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탑을 쌓아 놓은 것처럼, 차제매식 52 - 메밀코다리비빔막국수
고명탑을 쌓아 놓은 것처럼, 차제매식 52 - 메밀코다리비빔막국수
오늘도 밥상을 접한다. 오늘 점심도 먹어야 한다. 먹어야 산다. 살기 위해서 먹는다. 먹기 위해서 살지는 않는다.
오늘 점심은 밖에서 먹기로 했다. 요즘 일감이 뚝 떨어져서 외식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제매식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가보지 않은 식당에 가서 한끼 먹어 주고자 하는 것이다.
점심을 간단히 때울 수도 있다. 가장 만만한 것은 햄버거이다. 롯데리아 점심특가 데리버거 세트는 4,900원으로 충분하다. 호남부페식당에 가면 6천원에 먹을 수 있다. 이것이 최저로 먹을 수 있는 한계이다.
요즘 점심값은 8천원 생각해야 한다. 짜장면도 8천원은 되어야 먹을만하다. 짬뽕도 8천원이다. 냉면이 8천원인 경우도 있지만 9천원짜리가 많다. 월남쌀국수는 9천원이다. 부산가야밀면은 9천원이다. 설렁탕 한그릇은 8천원이다. 좀더 특별한 설렁탕은 11,000원이다. 갈비탕은 더 비싸다.
안양에서는 점심값은 8천원에서 9천원이 일반적이다. 차제매식하는 입장에서 가던 곳만 갈 수 없다. 이른바 단골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게 먹었어도 두 번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늘 점심은 코다리메밀국수로 먹기로 했다. 가격은 9천원이다. 이전에 곰탕집이었던 자리에 새로 오픈한 집이다. 그러고 보니 식당은 변화가 심하다. 얼마전까지만 영업하던 집이 어느 날 폐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폐업한 자리에 새로 단장하여 전혀 다른 종목으로 문을 연다. 코다리메밀국수집도 그런 집중의 하나이다.
차제매식 원칙에 따라 오픈한 식당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메인메뉴는 메밀막국수이다. 소뼈탕 만원짜리가 마음에 들었으나 주종목을 먹어 보기로 했다.
식당은 테이블이 열 개 이상으로 넓다. 그러나 점심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과연 얼마나 버틸지 걱정된다.
주문한 메뉴는 ‘메밀코다라비빔막국수’라는 긴 이름이다. 메밀과 코다리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고명으로 코다리가 얹혀져 있는 것이다.
면은 실패할 염려가 없다. 어느 면이든지 남김없이 먹을 수 있다. 짜장면, 냉면, 쌀국수, 막국수, 메밀국수, 칼국수, 심지어 라면에 이르기까지 어떤 면 종류이든 사람들은 면을 좋아한다. 이렇게 본다면 면으로 장사하면 실패할 염려는 없을 것이다.
메밀코다라비빔막국수가 나왔다. 긴 이름만큼이나 높이가 있다. 마치 여러 층의 탑을 쌓아 놓은 것 같다. 잘 비볐다. 양념이 골고루 섞여 들어가도록 비비고 또 비볐다. 이왕이면 맛있게 잘 먹어야 한다.
메밀과 코다리의 조화이다. 코다리는 씹는 맛이 난다. 비빔이라서 입안에 착 달라 붙는다.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일감도 없는 자가 비싼 식사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차제매식하여 한번도 가보지 않은 식당에 가서 먹어 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누구든지 이런 마음으로 지역에 있는 식당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아마 망할 식당은 없을 것이다.
식당의 장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었던 식당에서도 먹어 본 적이 있다. 물론 기록을 남겼다. 이제 같은 자리에서 두 번째 기록을 남긴다. 부디 오래 지속되었으면 한다.
2023-08-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