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마트에서 산 동지팥죽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23. 05:06

마트에서 산 동지팥죽

 


오늘은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음의 기운이 최고조에 이르는 날이다. 반면에 양의 기운은 최저점에 떨어지는 날이다.

무엇이든지 차면 기운다. 밤의 길이는 오늘을 정점으로 점차 짧아진다. 낮의 길이는 오늘을 저점으로 점차 길어진다. 마치 시소타는 것 같다.

오늘 올해 겨울들어 최고로 추운 날씨이다. 무려 영하 13도이다. 거리의 가로수는 앙상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절망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제까지 늘 패배의 연속이었다. 낮이 계속 짧아졌다. 나뭇잎은 다 졌다. 날씨는 점차 추워졌다. 죽음과도 같은 계절이 왔다. 이럴 때 동지는 한줄기 빛을 보는 것과 같다.

오늘 바닥을 확인 했다. 대세하락이 멈춘 것이다.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더구나 1월 1일이 되면 해가 바뀐다. 설날이 되면 심리적으로는 봄이다. 오늘은 작은 설날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 절에 가서 먹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만 두었다. 동지팥죽 한그릇 먹자고 엄동설한에 목숨걸고 갈 수 없다.

오늘 지하 구내식당에서 팥죽이 나왔다. 참으로 반가웠다. 오늘 팥죽을 못 먹고 지나간 듯 했으나 팥죽 한그릇 먹을 수 있었다. 새알도 들어 있었다. 식당 여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저녁시간이 되었다. 귀가길에 팥죽이 생각났다. 이마트에 가면 있을 것 같았다. 일층에 가면 갖가지 조리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팥죽을 팔고 있었다. 봉지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일인분에 420그램이다. 네 봉지에 9,900원이다. 한봉지에 2500원 꼴이다. 더구나 보너스로 누룽지닭백숙죽을 하나 더 준다. 이를 4플러스1이라고 해야 할까?

 


집에서 동지팟죽을 해 먹었다. 조리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끓는 물에 봉지 째 데우는 것이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도 된다.

마트에서 파는 동지팥죽에 새알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점심 때 먹던 맛과 같다. 절에서 먹던 맛 그대로이다. 절에 간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 동지팥죽을 두 번 먹었다. 오늘 못먹고 지나는 줄 알았는데 먹게 되었다. 팥죽을 먹었으니 동짓날을 동짓날답게 보낸 것이다.

이제 승기를 잡았다. 오늘이 지나면 계절 역전이 시작된다. 대세하락기에서 대세상승기로 반전된다. 침체된 마음도 밝아지는 것 같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에도 심적으로는 이미 봄이다.

2023-12-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