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음식, 차제매식 55 현카츠 정식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2. 30. 15:16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음식, 차제매식 55 현카츠 정식
 
 
아침에 계란 하나 더 먹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어도 배고프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먹는 아침식단이 있다. 그것은 딱 세 조각이다. 찐 계란 하나, 찐 고구마 작은 것 하나, 그리고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한 조각이다. 매일 똑 같은 것이다.
 
오늘은 계란 한 개를 더 가져 왔다. 평소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 찐 계란 하나가 나비효과를 불러 왔다. 점심 때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다.
 
점심시간에 빠알리 공부를 했다. 어제에 이어 14과를 예습했다. 동사 미래형에 대한 것이다. 연습문제까지 풀어 보았다. 그러다 보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어떻게 해서든 점심을 먹어야 했다. 면 종류로 가볍게 먹고자 했다. 눈발 날리는 거리를 걸었다. 마침 눈에 들어 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신규 오픈 된 돈까쓰집이었다.
 
돈까쓰를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새로 오픈 한 곳이기 때문에 팔아 주자고 마음 먹은 것이다.
 
백권당 주변에 있는 식당을 순례하고 있다. 이를 차제매식이라고 말한다. 마치 탁발자가 차제걸이하는 것처럼 식당을 돌면서 먹어 주는 것을 말한다.
 
차제매식에는 원칙이 있다. 한번 간 식당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수많은 식당을 다 가볼 수 있다. 더구나 새로 문을 연 식당은 영순위가 된다.
 
돈까쓰 집 상호는 ‘현카츠’이다. 만안구청 맞은편 이면도로에 있다. 명학역 중심상권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다. 입지조건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이삼주 전부터 개업을 알리는 문구가 있었다. 12월 말에 오픈 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이 마침 그날인 것 같았다.
 
돈까쓰 집에 들어갔다. 오후 1시가 넘어서인지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테이블이 여섯 개에 지나지 않는 작은 식당이다.
 

 
주문은 컴퓨터로 받는다. 이른바 키오스크로 하는 것이다. 요즘 이런 주문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메뉴를 보았다. 이왕이면 가장 비싼 것을 팔아 주고 싶었다. 차제매식에 있어서 가격은 불문이다. 현카츠 정식A로 주문했다. 우동이 있는 메뉴이다. 한세트에 12,000원이다. 기꺼이 지불했다.
 

 
가게주인은 젊은 청년이다. 삼십대로 보인다. 오늘은 가오픈이라고 했다. 내일 정식오픈하는 날인데 오늘 임시로 열어 본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예행연습 같은 것이다. 내가 오늘 세 번째 손님이라고 한다.
 
돈까쓰집은 모든 것이 셀프이다. 주문도 셀프이고 배식구에서 타가는 것도 셀프이고 퇴식하는 것도 셀프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를 연상케 한다.
 

 
돈까쓰 세트가 나왔다. 가장 관심 있게 본 것은 돈까쓰이다. 이 돈까쓰를 ‘현카츠’라고 한다. 현카츠는 어떤 것일까?
 
식당은 일본풍이다. 현카츠는 일본 돈까쓰와 관련 있을 것이다. 설명문을 보니 돼지고기 등심을 72시간 숙성시킨 것이라고 한다.
 

 
돈까쓰를 보니 속이 약간 불그스레 하다. 마치 비프스테이크에서 덜 익은 부위를 보는 것 같다. 소스를 찍어 먹게 되어 있다. 소스에는 와사비도 있다.
 
돈까쓰를 하나 집어서 소스에 찍어 보았다. 설명문 대로 부드럽고 식감이 좋다. 쫄깃쫄깃한 것이 씹는 맛이 난다. 배가 부른 상태이지만 먹다 보니 계속 들어간다.
 
사람은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먹어야만 사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은 살기 위해서는 먹지 않을 수 없다. 설령 그것이 정신적 기능이 있는 동물일지라도 먹어야 하는 것이다.
 
생태계에서는 약자는 강자의 밥이 된다. 동시에 약자는 강자의 몸이 된다. 강자 역시 노쇠하면 다른 것들의 먹이가 된다. 돌고 도는 것이다.
 
잡식성이 있다. 잡식성 동물은 채식과 육식을 가리지 않는다. 개나 돼지, 닭은 아무것이나 먹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찮은 것을 먹고서도 성장을 하고 번식을 한다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본 것이 있다. 그것은 동물이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이다. 개, 고양이, 돼지 등 포유류는 새끼를 낳으면 젖을 먹인다. 그 젖은 다름 아닌 최고의 영양소이다.
 
새끼들은 어미의 젖을 힘차게 빨아들인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이런 것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기가 젖을 빠는 힘은 어머니가 더 잘 알 것이다. 온 힘을 해서 빠는 것이다.
 
어느 동물이든지 젖은 영양이 풍부하다. 새끼는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폭풍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 돼지는 인간이 먹다 남은 하찮은 것을 먹고서도 영양이 풍부한 젖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 젖을 먹고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은 폭풍성장을 한다.
 
음식은 사람을 지탱하게 해준다. 그런데 음식은 허기를 달래 주는 것 이상의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음식이 일단 몸으로 들어가면 소화가 된다. 음식이 분해 되어서 영양소로 쓰여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파문을 보는 것처럼 영양소는 또 다른 영양소를 만들어 낸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열 번 가량 진행된다.
 
음식은 한번 입에 들어가면 몸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낸다. 마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 같다. 물질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몸에 필요한 각종 호르몬도 만들어 낸다. 임산부에게는 젖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살도 되고 피도 되고 뼈도 되는 것은 기본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성스러운 것이다. 음식을 단지 즐기기 위해서 먹는다면 불선업이 된다.
 
음식은 단지 몸에 기름칠 하는 정도로 먹어야 한다. 계율로 먹는 것이다. 음식은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먹어야 한다. 사마타로 먹는 것이다. 음식은 목구멍에 넘기는 순간까지 새기며 먹어야 한다.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음식을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음식을 먹고 살지 않으려면 색계나 무색계 세상에 태어나야 한다. 특히 색계는 기쁨을 음식으로 먹고 산다. 남의 살을 먹고 사는 욕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오늘 점심은 새로 오픈한 돈까쓰 집에서 먹었다. 식사를 한 다음에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장사 잘 하십시오.”라고 격려의 말도 해 주었다. 이에 젊은 청년은 매우 고마워했다. 앞날에 성공과 번영이 있기를!
 
 
2023-12-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