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7천원짜리 점심백반, 차제매식 56 엄마밥상

담마다사 이병욱 2024. 3. 28. 14:44

7천원짜리 점심백반, 차제매식 56 엄마밥상
 
 
백반이 7천원이다. 점심값 7천원이면 저렴한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식당이다. 주저 없이 들어 갔다. 안양로 부근에 있는 ‘엄마밥상’이다.
 

 

 
왜 엄마밥상이라고 했을까? 들어가 보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있는데 한분은 나이가 팔십이 넘은 것 같다.
 
백반은 가장 흔한 메뉴이다. 백반은 주는 대로 먹는 것이다. 흰밥 한공기를 특징으로 한다. 대개 된장국과 함께 나온다. 뚝배기 된장국을 말한다.
 

 
식당은 썰렁하다. 점심시간이 약간 비켜 갔기 때문일 것이다. 오후 1시에 손님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식사가 나왔다. 반찬 가지수는 일곱 개이다. 국이 하나이고 밥이 하나이어서 모두 열 개가 되었다.
 

 
백반 메뉴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선 한 토막은 나올 줄 알았다. 소시지계란붙임 네 개가 이를 대신 했다. 멸치조림이 유일한 생선류이다.
 
스스로 선택한 메뉴이다. 값싼 것을 찾다 보니 백반 7천원이라는 문구에 끌렸다. 이왕 먹을 것이라면 맛있게 먹어야 한다.
 
밥이 잘 넘어 가지 않는다. 기름진 것과 비교했을 때 팍팍한 느낌이다. 그러나 다 비워야 한다. 반찬을 모조리 다 비우기로 마음 먹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점심 때 얼큰한 것이 먹고 싶었다.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았다. 메뉴를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가장 싼 것이 11,000원이고 좀 먹을 만한 것은 13,000원이었다.
 
만원 이상 점심을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새로 가는 식당에서는 먹을 수 있다. 그것은 식당순례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반경 삼사백미터 거리의 식당은 한번쯤 가서 먹어보기로 한 것이다.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생선구이전문점은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8천원이었다. 이런 가격만 생각하고 갔다가 깜짝 놀랐다. 식당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요즘 가장 저렴한 점심값은 7천원이다. 이는 한식부페 가격에 해당된다. 식판에 담아서 먹는 메뉴를 말한다.
 
짜장면과 짬뽕은 8천원이다. 김치찌개는 9천원이다. 순대국밥과 뼈다귀해장국도 9천원이다. 만원을 주면 복지리탕을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백반은 7천원이다. 천원 때문에 백반을 선택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점심값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쇄회로기판설계 단가는 변함 없다. 사업을 처음 시작 했을 때인 2007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핀당 천원이다.
 
수입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러나 물가는 갈수록 올라간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점심가격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여 배나 올랐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오늘 오전에 중앙시장에 갔었다. 한가해서 운동삼아 간 것이다. 돌아 오는 길에 냉이를 샀다. 길거리 좌판에서 산 것이다. 냉이 한바구니에 3천원이다.
 

 
노점 좌판에 파는 먹거리 가격은 변함 없다. 콩나물 한바구니에 천원이다. 갖가지 종류의 채소는 이삼천원이 고작이다. 점심값은 계속 오르지만 노점좌판의 채소값은 코로나 이전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오늘 백반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백반이다. 옛날 학교 다닐 때 먹던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백반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럼에도 옛날 생각해서 주문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천원 싼 것이 결정적이다.
 
밥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역꾹 집어 넣었다. 반찬을 모두 다 먹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남기면 죄악이 될 것 같았다.
 
어떤 스님이 글을 남겼다. 굶어 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밥을 굶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점심값이 없어서 당황한 적은 있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인 2007년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
 
직장 다닐 때 점심은 제공되었다. 점심은 당연히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먹은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되었을 때는 달랐다. 모두 내 돈으로 사먹어야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일감이 없었다. 은행 잔고는 줄어들었다. 마침내 바닥을 쳤다. 그런 것도 모르고 점심을 먹었던 것이다.
 
반찬을 남김없이 다 비웠다. 남기면 안될 것 같았다. 남기면 주인 보기에도 좋을 것 같지 않았다.
 

 
오늘도 점심 한끼 먹었다. 매일 먹는 점심이다. 주로 지하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싼 맛에 먹는다.
 
구내식당에서 식권 열 장에 칠만원이다. 현금을 주면 열한 장을 준다. 한끼니 당 6,360원이다. 이것 만큼 싼 것이 없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는 열한 장에 오만원이었다는 사실이다. 한장에 4,540원 했다. 불과 사년만에 무려 70%가 오른 것이다. 중심상권에서 먹으면 만원은 주어야 한다.
 
요즘 선거철이다. 야당대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인당지원금을 25만원 주자고 제안했다. 앞으로도 이런 정책이 자주 시행됐으면 좋겠다.
 
오랜 만에 밖에서 먹었다. 맛집에서 먹을 수도 있었으나 새로운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이는 식당순례를 하기 위한 것이다. 자영업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역식당을 돌고 있다. 한번 가서 먹어 주는 것이다. 오늘은‘백반7천원’이라는 글씨에 끌려서 들어갔다. 맛을 불문하고 깨끗이 비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런 것도 도와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제매식 56번째이다.
 
 
2024-03-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