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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권 진흙속의연꽃 2020 II, 나는 얼마나 오만한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4. 4. 1. 10:15

123권 진흙속의연꽃 2020 II, 나는 얼마나 오만한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 망한다고 말한다. 골프와 선거에서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골프를 한번도 쳐보지 않았다. 골프연습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 가까이 있는 스크린골프연습장에도 가보지 않았다. 고개를 쳐드는 순간 망한다는데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자만하면 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선거에서 고개를 쳐드는 순간 망한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다고 해서 자만하면 망함을 말한다. 선거가 끝나는 그 날까지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선거철이다.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 했으나 총선 때가 되니 이런 다짐은 무너졌다. 결정적으로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
 
유튜브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전체를 볼 수 없다. 일부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반대 진영 유튜브도 본다.
 
보수유튜버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그들은 늘 우파 또는 좌파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들은 반대진영 사람들에게 민주진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종북좌파’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보수유튜버들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그들도 포기한 것 같다. 그들이 지지했던 리더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선거가 망한다는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하여 오만을 들었다.
 
오만이라는 말은 매우 부정적이다. 사전적 의미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방자하고 건방짐”을 말한다. 리더가 오만하고 방자하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리더의 덕목이 있다. 처세학에는 여러 덕목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초기경전에도 리더의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일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믿음이 있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계행을 지키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부끄러움을 알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창피함을 알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많이 배우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관대하고,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지혜를 갖추었다. 수행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겸손을 갖추었다. 수행 승들이여, 핫타까 알라바까는 이와 같은 여덟 가지 아주 놀랍고 경이로운 원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아라.”(A8.23)
 
 
이것이 리더의 조건이다. 이것이 리더의 덕목이다. 특히 여덟 가지 중에서 ‘겸손’에 주목한다.
 
겸손을 뜻하는 빠알리어는 ‘appiccha’이다. 이 말은 ‘easily satisfied; desiring little’의 뜻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바라는 바가 적다.”라고 번역했다.
 
겸손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에 해당된다. 크게 바라지도 않고 크게 욕심부리지도 않는 것이다. 지위가 있다고 하여 학식이 있다고 하여 가졌다고 하여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만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리더가 자만하고 교만하고 오만하면 심판 받게 되어 있다. 이번 사월총선은 오만한 리더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글을 쓴다는 것은 오만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은연 중에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표현 했을 때 사견이 될 수 있다. 타인에게는 받아 들일 수 없는 견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글은 근본적으로 구업(口業) 짓는 행위가 된다.
 
어떻게 해야 오만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아마 그것은 리더의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 리더의 조건이자 덕목이다. 리더는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함을 말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
 
글을 쓸 때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느낀다. 이런 글을 세상사람들이 보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자신의 견해가 강하게 반영되었을 때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부끄러움 없는 글을 쓰고자 한다. 먼 훗날 읽어 보았을 때 수긍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현재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마구 뱉어 놓았을 때 부끄럽고 창피할 것이다.
 
요즘 책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벌써 6년째 작업하고 있다. 그 결과 122권까지 만들었다.
 
책을 편집할 때 과거에 써 놓은 글을 읽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진심을 담아 쓰고자 했다. 또한 능력껏 쓰고자 했다. 이렇게 매일 쓰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부끄러움 없는 글을 쓰고자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책을 내기 위한 글을 쓴 것도 아니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를 쓰고자 한 것이다. 2020년 하반기 때 쓴 글도 그랬다.
 
책 제목을 ‘123 진흙속의연꽃 2020 II’로 정했다. 123번 책으로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일상에 대하여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목차에는 97개의 글이 있고 382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참회는 면전에서
2. 영화속 현모양처이야기 프라이즈위너
3. 여성불교운동가의 댓글을 받고
4. 그 사람의 장점만 보고 가고자
5. 부산 에피소드 인 커피
6. 매일 소주 한병 마시는 사람
7. 왜 사느냐고 물으면
8. 구일신일일신우일신 
9. 식물에게도 자애의 마음을
10. 향은 연기와 함께 재를 남기고 
11. 출가승의 흡연
12. 인생3기는 행복의 시기
13. 이사 가는 날에
14. 버리고 없애는 삶
15. 반속반승의 삶
16. 조금 베푼 것이 큰 것으로
17. 불행과 고통으로 이끄는 성직자의 탐욕
18. 미얀마스님의 범계행위 
19.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암기해야
20. 성원정사 천도재 
21. 죽음에 대한 명상 게송 
22. 포도 한박스 택배 받고
23. 혜송스님 수행기
23. 스님이야기는 재미있다
24. 하는 일 마다 성공하는 사람
25. 공영방송에서 본 십자가 목거리
26. 찬란한 아침 햇살에
27. 중앙시장에서 만원의 행복
28. 가르침의 밥상 
29. 군산에서 접한 식민지 문화유산
30. 선유도 해변의 조약돌 
31. 글쓰기는 고뇌의 산물
32. 컴퓨터 스피커 교체
33. 엘리베이터 엘이디 표지판 교체
34. 무늬접란을 분양받고
35. 설렁탕 한그릇 먹은 힘으로
36. 관양시장에서 추석 장보기
37. 사람들이 크게 웃어버리는 도(道)
38. 깊은 밤에 홀로 깨어
39. 자동차 스프레이 작업
40. 정규교육을 받지 않아도
41. 모기소리에 잠을 
42. 페이스북은 욕망과 분노의 배출구 
43. 과천이발소의 달마도
44. 분노의 일곱 가지 불이익
45. 오늘 해야 할 일감이 있음에 감사를
46. 우리계곡에서 고래바위계곡으로
47. 어머니와 6박7일 여행한 스님
48.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을 
49.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50. 따뜻한 절구커피 한잔
51. 미화원에게 따뜻한 절구커피 한잔
52. 번뇌는 눈물과 같은 것
53. 눈만 뜨면 집 밖으로 나가야
54. 고래바위계곡에서
55. 예당호 출렁다리
56. 고객의 부고를 받고
57.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58. 십삼년을 하루같이
59. 길거리 전도사를 만나거든
60. 생애 열다섯 번째 책
61. 결핍의 세월이 많아서 
62. 불편을 감수하는 삶 
63. 학인(學人)은 굶지 않는다
64. 안양8동 기부의 날
65. 마하위하라에서 만난 페이스북친구
66. 공주 까루나 재가복지센터
67. 새벽 두 시 반에 깨어 글쓰기
68. 남영동 대공분실
69. 반박자 느리게 살기

70. 혜민스님의 소유
71. 백수의 정치경제학
72. 비상으로 완성되는 새의 일생
73. 스마트폰글쓰기 
74. 16번째 책을 내고 
75. 빠알리 팔정도경 외우기 시동
76. 우리는 왜 괴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77. 현명한 자는 매일매일 새로운 날

78. 책은 창작의 고통
79. 이 몸은 타자(他者)들의 이주민공동체
80. 새벽에 경전외우기
81. 호스피스 글을 보고서
82. 모두 잠든 주말 아침에
83. 세금계산서철 라벨작업
84. 자신의 적은 자기자신
85. 설레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86. 일이 있든 없든 집 밖으로
87. 감사패보다도 더 값진 조약돌
88. 월요일인가 싶으면 금요일
89. 이 도시를 사랑하리

90. 진어자(眞語者)와 광어자(狂語者)
91. 간판은 소리 없는 아우성
92. 읽기는 유쾌함, 쓰기는 상쾌, 외우기는 통쾌
93. 암송하는 즐거움

94. 박사 스님의 거친 입
95. 나는 작가가 아니라 블로거
96. 이제 그 사람을 놓아 주어야
97. 나의 2020년 성적표는

123 진흙속의연꽃 2020 II_24020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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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감정은 거의 비슷하다. 똑 같은 내용도 눈에 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삶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집과 일터를 왕래하는 삶이 변화가 없어서 때로 중복되는 듯한 글도 보인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길이 남을 글이 될까? 아마도 그것은 겸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다.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에스엔에스시대이다. 에스엔에스는 실시간 소통을 특징으로 한다. 여러 매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이 가장 인기 있다.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본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사진을 올릴 수 있다. 거의 대부분 자랑하는 글이다.
 
여행 간 것도 자랑이다. 가족 이야기를 올려 놓은 것도 자랑이다. 활동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자랑이다. 자랑 아닌 것이 없다. 성찰의 글은 발견하기 힘들다. 겸손한 글도 보기 힘들다.
 
자랑은 자만이기 쉽다. 자랑은 겸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자랑하는 글로 일관 했을 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라며 때로 불선심을 야기 하게도 한다.
 
페이스북에서 성찰하는 글을 찾아 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미지 관리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과 연예인이 대표적이다.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은 드러낸다. 그들이 써 놓은 글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가장 아름다운 글이 있다. 그것은 성찰하는 글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글로서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것이다.
 
자랑하는 사람 글은 시기와 질투를 야기한다. 또한 자만과 교만과 오만을 본다. 그러나 성찰하는 사람의 글은 누구나 공감한다. 왜 그런가? 자신을 낮추기 때문이다.
 
고개를 쳐드는 순간 망한다고 한다. 골프를 칠 때나 선거 때 고개를 든다는 것은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법 중에 국민정서법이 있다. 성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모두에게 통용되는 정서법이다. 누구든지 오만하면 총 맞아 죽기 쉽다. 어떤 총인가? 그것은 ‘눈총’이다.
 
세상에 눈총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지도자가 오만하면 총 맞아 죽는다. 눈총이다. 선거 때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이 자랑질로 일관한다면 역시 총 맞아 죽는다. 눈총이다.
 
사람들은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숨긴다.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세상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알고 있다. 그래서 “악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세상에 비밀은 없다. 사람이여, 진실인지 거짓인지 그대 자신이 안다네.” (A3.40)라고 했다.
 
자신을 속이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은 알고 있다. 자신보다 정신적 능력이 더 높은 존재는 일거수일투족을 지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이 알고 부처님이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다름 아닌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움은 내적인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해도 자신만은 숨길 수 없는 것은 내적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적 부끄러움은 신이 알고 부처가 아는 것이 된다.
 
가능하면 솔직하게 쓰고자 한다. 또한 있는 그대로 쓰고자 한다. 그러나 쓰다 보면 종종 자랑질 할 때가 있다. 이는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창피한 일이다. 이때 창피함은 외적 부끄러움에 대한 것이다.
 
오늘도 한편의 글을 썼다. 이번에는 책 만드는 것에 대한 글이다. 이런 것도 드러내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고개 쳐드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얼마나 오만한가?
 
 
2024-04-01
담마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