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는 언제 그치려나
이 비는 언제 그치려나
밤새 비가 내린다. 이 비는 언제 그치려나. 병목안캠핑장에 비가 내린다.
늦은 나이에 만용부렸다. 캠핑 간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비 소리와 함께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지기를 받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비소리를 들었다. 잠자기 좋은 음악이라고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들으며 잠 잘 것을 생각했다.
봄비는 하루종일 내린다. 어제 아침부터 오늘 새벽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내린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산골짜기 밤은 춥다. 원시인이 된 것 같다. 편하고 안락하고 불편함을 모르고 살던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들다. 화장실도 자주 갈 수 없다.
비는 여섯 시에 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제 한시간 남았다. 스마트폰 첫화면 예보대로 그칠까? 알 수 없다.
세상은 서서히 밝아질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급격히 밝아질 것이다. 비도 그칠 것이다. 싱그러운 오월 신록의 아침에 찬란한 햇살이 비치면 살맛 날 것 같다.
세상은 커다란 정신병동이다. 한가함이 큰 이유이다. 일을 하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는다. 편한함만 추구하는 삶이 되었을 때 갖가지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산다. 공중에 붕 떠서 안락한 삶을 산다. 땅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지기도 멀어진다.
대지는 어머니와 같다. 모든 존재는 땅에 의지해서 산다. 땅에서 나서 땅에서 죽는다. 땅을 밟으면 기운을 느낀다. 땅에 누우면 지기를 받는다. 자연속에 있으면 안락하다.
비가 내린다. 새소리 나는 것을 보니 새벽이다. 여섯 시에 그친다고 했는데 그칠 것 같지 않다. 세상은 늘 예측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초록의 대지에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지기에 목마른 자가 만용을 부렸다. 안양 병목안캠핑장의 새벽이다.
2024-05-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