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비산 안양천 물오리가족

담마다사 이병욱 2024. 5. 10. 04:52

비산 안양천 물오리가족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신록 우거진 초목만이 생명은 아니다. 유정중생에게도 생명의 계절이다.

오늘 경이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생태하천에서 물오리가족을 본 것이다. 귀가길 비산 안양천 징검다리에서 보았다.

 


물오리가족은 여덟이다. 이제 갓부화한 새끼는 일곱 마리이다. 징검다리를 건너 저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이다.

저편은 잔잔한 호수와도 같다. 먹이가 더 많은지 모른다. 그러나 새끼들은 징검다리의 거센물살을 건너지 못한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어떻게 도시의 하천에 물오리가 살게 되었을까? 때로 컬러풀한 청둥오리도 보인다. 흰색의 백로도 목격된다.

 

 

 

생태하천에는 갖가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어른 장딴지만한 물고기도 보인다. 이들 생명체는 어디서 왔을까?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사는 곳은 아니다. 산이나 들에 가면 갖가지 생명체가 살고 있다. 하늘에는 갖가지 종류의 새가 날아 다닌다.

 


자연에서 사는 생명체는 자연스럽다. 누가 보건 말건 때 되면 짝짓기 해서 새끼를 낳는다. 난생은 알을 낳는다. 여기에 인간은 개입되지 않는다.

자연스럽지 않은 유정중생도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를 말한다. 주인이 돌봐 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아니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줄에 묶여 있다.

어느 스님은 개와 함께 산다. 스님의 개가 새끼를 낳았다. 스님은 강아지 다섯 마리가 어미 젖을 빨고 있는 사진을 공유했다.

스님의 개가족을 보니 짠한 느낌이 되었다. 강아지로 태어나 개로 일생을 사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젖을 빨고 있는 모습에서 윤회의 두려움을 보았다.

개는 인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목줄을 한 대가로 먹을 것은 보장된다. 주인은 과연 개의 목숨이 다할때까지 책임질까?

개의 목줄은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스님은 자유를 말한다.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하는 것이다. 과연 개에게도 자유가 있을까?

스님은 개의 자유를 존중해 주었다. 개가 발정기가 되었을 때 내버려 둔 것이다. 축생이 번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은 개의 가족과 함께 산다. 어미개와 강아지 다섯마리와 사는 것이다. 홀로 사는 스님에게는 어쩌면 강아지들 커나가는 낙에 사는 것인지 모른다.

생태하천에 사는 유정중생은 의연해 보인다. 사람 도움을 받지 않는 삶이다. 스스로 먹이를 해결한다. 때가 되면 짝짓기해서 알을 낳고 부화시킨다.

 


오늘 물오리가족을 발견한 것은 행운이다. 이런 행운을 놓칠 수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촬영했다. 동영상도 찍었다.

작년 여름에도 물오리가족을 보았다. 일년 지났으므로 다 컸을 것이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혹시 작년에 태어난 물오리가 또다시 가족을 구성한 것은 아닐까?

개와 물오리, 그리고 개의 가족과 물오리 가족은 매우 비교된다. 전자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후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들 중생들의 운명은 어찌될것인가?

늘 태어남만 보는 것 같다. 죽음은 보기 힘들다. 물오리가족도 언젠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개의 가족 역시 언젠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태어난다.

 


생명 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사는 유정중생은 아름답다. 설령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일지라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 것이다.

 


매일 오가는 길에 개를 본다.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오는 개이다. 개에게 옷을 입혀 놓은 것이 많다. 목줄한 개를 보면 연민을 넘어 우울해진다. 그러나 생태하천에서 본 물오리가족을 보는 것은 기쁨이다.

2024-05-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