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사 거북바위와 비자림
개천사 거북바위와 비자림
이틀간 자리를 비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메일을 열어서 확인한 것이다.
일이 있으면 전화가 왔을 것이다.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담당자들이 전화를 한다. 아무런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은 것을 보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이박삼일 남도여행을 다녀 왔다. 화순에 있는 휴양림 두 곳에서 머물렀다. 부처님오신날을 포함한 여행이다. 이렇게 자리를 이틀 비울 때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노트북을 가져 가는 것이다.
노트북은 움직이는 사무실과 같다. 여행지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다.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노트북을 챙긴다.
노트북을 챙길 때 준비하는 것이 있다. 전원장치와 마우스는 기본이다. 여기에 키보드를 챙겨야 한다. 노트북 자판을 사용하기가 불편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랜케이블’을 챙겨야 한다.
휴양림 ‘숲속의 집’에는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랜케이블을 챙겨야 한다. 숲속의 집에는 랜코넥터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랜코넥터가 없는 경우에는 TV 연결 코넥터를 제거하고 랜케이블을 연결하면 된다.
노트북을 가져 가면 마음이 든든하다. 움직이는 사무실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하다. 저녁에 ‘숲속의 집’에서도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이박삼일 여행에서 노트북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져 가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안정된다.
이박삼일 남도여행 첫째 날은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 갔다. 둘째날은 화순의 세량지, 개천사, 운주사에 갔다. 그리고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과 죽록원에 갔다. 셋째날 돌아오는 날은 부처님오신날로서 금산사에 갔다.
햇살 빛나는 백권당의 아침이다. 여행을 다녀왔으면 여행기를 작성해야 한다. 한번 보고 마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삶의 흔적, 삶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 오래된 것이다.
개천사는 우연히 가게 되었다. 5월 14일 오전 운주사 가는 길에 이정표가 보여서 차를 돌렸다.
개천사, 잘 알고 있는 절이다. 그러나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고 있다.
개천사 주지스님은 매우 부지런한 사람 같다. 개천사에서 일어났던 일을 페이스북에 올려 놓는다. 계절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일까지 올려 놓는다. 특히 거북바위와 비자림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
개천사 하면 거북바위와 비자림이다. 이 두 가지가 머리에 남아서 개천사에 가보기로 했다.
개천사는 한적한 곳에 있는 작은 절이다. 주소는 ‘전남 화순군 춘양면 변천길 389번지’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에 천불전과 종무소 전각이 있다. 딱 세 동만 보인다. 당연히 대문도 없고 담도 없다.
개천사는 전형적인 시골절이다. 그리고 가난한 절같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개천사에 울긋불긋 연등이 걸려 있다. 부처님오신날 산사음악회가 열린다는 플레카드도 보았다.
개천사에서는 일년에 몇 차례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이는 스님의 페이스북을 보고 안 것이다. 또한 개천사에서는 일년에 몇 차례 비자림걷기 행사가 열린다. 이 또한 페이스북을 보고 안 것이다.
절에 가면 먼저 부처님에게 신고해야 한다. 부처님 전에 삼배 올리는 것이다. 삼배를 올릴 때는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참모임에 귀의합니다.”라며 세 번 절한다.
법당에는 부처님 딱 한분만 모셔져 있다. 다른 절에서는 협시불로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마치 남방 테라와다불교의 법당을 보는 것 같다.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 남방 테라와다불교권 국가에서는 부처님 한분만 모신다. 이 세상에 부처님은 오로지 한분인 것이다. 정법이 살아 있는 한 한분의 부처님을 모실 수밖에 없다.
“수행승들이여, 하나의 세계에서 두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이 동시에 출현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A1.285)
앙굿따라니까야 ‘불가능의 품’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다. 이 세상에 태양은 오로지 하나만 있듯이, 정법이 살아 있는 이 세상에서는 오로지 하나의 부처님만 있는 것이다.
법당에서 나왔다. 마당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마 내일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지스님으로 보이는 스님도 보았다.
개천사에 왔으면 거북바위와 비자림을 보아야 한다. 페이스북에서 스님은 기회만 되면 홍보했다. 학습효과가 있어서일까 먼저 거북바위로 향했다.
법당에서 거북바위까지는 300미터 걸린다. 마치 원시림 같은 숲속 계곡길을 따라 가자 현장이 나타났다.
개천사에 거북바위가 있다. 이는 주지스님이 세상에 알렸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안내판에 따르면 자연석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거북바위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거북 등 모양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거북 머리모양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멀리서 보면 틀림 없는 거북이 형상이다.
거북바위에 전설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안내판에 따르면 도선국사의 예언에 따른 것이다.
도선국사가 개천산에서 도를 닦았다. 어느 날 거북바위를 보고서 이 거북이가 개천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들을 누르고 강력한 새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래 전부터 지역민들 사이에 전설적으로 전해져 내려 왔다고 한다.
개천사 거북바위는 이제 명소가 되었다. 스님의 노력에 의해서일까 거북바위는 향토문화유산이 되었다. 거북바위는 2022년 11월 3일에 향토문화유산 제86호로 지정된 것이다.
거북바위 주변은 공원처럼 가꾸어 놓았다. 거북이 알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있다. 또한 새끼 거북이 개천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가는 모습도 있다.
개천산 거북바위 목 부위에 천원짜리 하나가 놓여 있다. 누군가 다녀갔나 보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이를 보자 동참하고 싶었다. 천원짜리 한장을 그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합장을 했다.
개천사 거북바위는 해발 497미터의 개천산을 향하여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세월에 올라갈까? 그러나 한발한발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 우화도 있지 않은가?
산길에서 거북바위를 보자 마음이 들떴다. 앞에서 보았을 때 틀림 없는 거북이 형상이다. 이런 거북이 모습을 보자 다음과 같은 경전 구절이 떠 올랐다.
“수행승들이여,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구멍이 하나 뚫린 멍에를 바다에 던져 넣는다. 동풍이 불면 그것은 서쪽으로 떠내려가고, 서풍이 불면 그것은 동쪽으로 떠내려가고, 북풍이 불면 그것은 남쪽으로 떠내려가고, 남풍이 불면 그것은 북쪽으로 떠내려간다. 그런데 그곳에 눈먼 거북이가 백년 마다 한 번씩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큰 바다에 구멍이 하나가 뚫린 멍에를 던져 넣었는데 그때에 눈먼 거북이가 백년 마다 한 번씩 떠오른다. 수행승들이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눈먼 거북이가 백년 마다 한 번씩 떠올라서 그 구멍이 하나가 뚫린 멍에에 목을 끼워 넣을 수가 있겠는가?”(M129)
맛지마니까야 129번경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다. 이른바 ‘맹구우목’의 비유이다.
한번 축생으로 태어나면 인간으로 태어나기 힘들다. 왜 그런가? 축생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부처님은 “축생에서 죽어서 인간 가운데 태어나는 뭇삶들은 매우 적고 축생에서 죽어서 지옥 가운데 다시 태어나는 뭇삶들은 매우 많다.”(S56.124)라고 했다.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맹구우목으로 비유로도 설명된다. 이렇게 본다면 차라리 인간으로 있을 때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른다. 그래서 부처님은 악처에 떨어지기 전에 거룩한 진리, 즉 사성제를 보라고 했다. 인간으로 있을 때 “ ‘이것은 괴로움이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이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다.’라고 명상해야 하고,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길이다.’라고 명상해야 한다.”(S56.124)라고 말씀하셨다.
개천사 거북바위는 힘겹게 개천산 정상을 올라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았을 때 맹구우목의 비유가 떠올랐다. 인간의 몸 받았을 때 사성제를 아는 것이다. 악처에 떨어지면 인간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차라리 지금 인간의 몸일 때 사성제를 알아 깨닫는 것이 더 빠른 길임을 알게 해 주는 것 같다.
거북바위를 보았으니 다음은 비자림을 보아야 한다. 개천사 뒤에서 자생하는 비자나무군락이다.
거북바위 가는 길에 특이한 나무를 보았다. 마치 전나무처럼 생겼다. 그러나 죽죽 뻗지 않고 가지가 옆으로 퍼졌다. 잎사귀가 전나무처럼 생겨서 전나무의 일종인줄 알았다.
비자림은 가북바위에서 동쪽으로 가면 나온다. 개천사를 바라보고 오른쪽에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비자림에 들어가자 비자나무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기 떄문이다. 거북바위 계곡에서 보았던 그 나무도 비자나무였던 것이다.
비자나무, 처음 들어 보는 나무이름이다. 그러나 이곳 개천사 주지스님이 페이스북에 홍보를 너무 열심히 해서인지 알게 되었다.
개천사에 왔으면 당연히 비자림을 구경해야 한다. 비자림 없는 개천사를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자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비자나무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식물백과서전에 따르면, “비자나무는 현재 남해안 및 제주도에서 드물게 자라는데,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비자나무는 늘푸른 바늘잎을 가진 큰 나무로 어릴 때 생장은 매우 느리나 크게 자라면 두세 아름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으로 세로로 길게 갈라지고 잎은 납작하며 약간 두껍고 끝은 침처럼 날카롭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작년 백양사에 갔었다. 안내판에 비자나무 숲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비자나무는 백양산과 내장산도에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자나무의 북방 한계선에 해당된다.
나무에도 품격이 있다. 비자나무를 보자 위풍당당해 보였다. 위로 죽죽 뻗은 것이 기개가 있어 보였다. 더구나 가지가 옆으로도 죽죽 뻗어서 기세가 좋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 했다.
비자나무는 귀한 나무이다. 국가에서 보호해야 할 천연기념물인 것이다. 예전에는 남해안에서 자라던 흔한 나무였는데 이제는 귀한 나무가 되었다. 이런 비자나무군락이 개천사 뒤에 있다.
개천사는 작은 시골절이다. 그러나 개천사만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거북바위와 비자림이다. 이 두 가지가 개천사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거북바위와 비자림을 보고자 개천사에 들렀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마치 산책하듯이, 마치 등산하듯이 산길을 걸었다. 특히 아름들이 비자나무 숲을 보았을 때는 마음이 뿌듯했다. 세상에 보지 못하던 나무를 보게 된 것이다. 개천사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05-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