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의 아침

담마다사 이병욱 2024. 8. 27. 15:26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의 아침

 

 


"저벅, 저벅" 발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 이른 아침 숲속 산책길에 사람은 없다. 다만 날파리떼가 얼굴을 공격한다.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의 아침이다.

 

 

 


자신의 발소리에 자신이 놀란다. 소리가 있어서 듣는 것은 물질적 현상이다. 들린 소리를 지각하는 것은 정신적 현상이다. 위빠사나 수행자라면 이와 같은 물질과 정신 두 가지를 구분해서 새겨야 한다. 걷는 중에도 위빠사나 수행할 수 있다.

 

 


자벅저벅 발소리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 흙을 밟아 볼 수 없는 도시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산중의 아침고요 시간에늗 들을 수 있다. 이런 시간을 얼마나 고대 했던가?

어제 도시를 탈출했다. 충북 보은에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간 것이다.이름하여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이라고 한다.

왜 충북알프스라고 했을까? 영남알프스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이런 이름은 처음이다. 산세가 유럽알프스처럼 험준한 것일까? 그런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알프스라 한 것은 어떤 이유알까?

 

 

 


알프스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유럽풍이다.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풍광이 다르다. 뾰족한 삼각지붕의 집이 있는가 하면 어린이 놀이터에는 풍차의 집도 있다. 휴양관과 숲속의 집도 유럽풍이다.

기회만 되면 자연휴양림을 찾는다. 호텔이 좋다 하지만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온갖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호텔은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정점에 있다. 반면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은 문명을 벗어나 있다.

 

 


숲속의 집을 통나무집이라고도 한다. 초창기 자연휴양림의 숲속의 집은 외관이 통나무집 형태이다. 그러나 완전히 문명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내부를 보면 주방이 있는 등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겉모습만 통나무집이다.

전국에 수십개 자연휴양림이 있다. 크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이 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이 있다. 둘 다 공통적으로 산중에 있다. 산중 풍광 좋은 곳에 휴양지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연휴양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부지런해야 한다. 인터넷예약인데 한꺼번에 몰린다.  누가 빨리 누르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떨어졌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대기해 놓으면 된다.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6인실 기준 '숲속의 작은집'의 이용비용은 10만4천원이다. 할인혜택을 받는 다면 반값에 들어갈 수 있다.

 


이제까지 수많은 자연휴양림을 다녔다. 이쯤되면 자연휴양림매니아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별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일박이일 머물면서 해외 있는 것처럼, 별장 가진 자처럼 사는 것이다.

자연휴양림은 공유재산이다. 마치 버스나 지하철같은 것이다. 누구나 비용을 지불하면 내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험하게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다음 이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것이라고 해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아파트가 자신의 소유라고 해서 못을 함부로 박아서는 안되는 것과 같다. 하물며 하루밤 머무는 휴양림은 어떠할까?

이 휴양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머물렀을 것이다. 주인은 매일 바뀐다. 이 다락방에도 누군가 잠을 잤을 것이다. 까다로운 사람들은 이런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랍들은 공유재로 생각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것이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자연휴양림은 고요하다. 무엇보다 차소리가 나지 않는다. 오토바이 파열음이나 폭탄음은 있을 수 없다. 오토바이 소음에서 해방 된 것을 보니 숲속의 집에 와 있는 것이 실감난다.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의 집 구조는 뾰족지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복층구조로 되어 있어서 다락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천정이 높다. 더구나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다.

피라미드는 안정적인 삼각형 모양이다. 피라미드 구조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치 동굴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다락방에서 잤을 때 잠을 잘 잔것 같다.

이른 아침 산책을 했다.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있어서 덥지 않았다. 8월 25일이니 이제 더위도 끝나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보니 보은의 아침 온도는 22도이다. 안양은 26도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2-3도 더 높다. 산중에서는 2-3도 더 낮다. 도시와 산중은 8-10도 차이 나는 것이다.

산속휴양림에서는 에어컨이 필요없다. 잘 때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였다. 올 여름 내내 에어컨을 켜고 산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제 떠날시간이다. 다시 도시의 열대야를 경험해야 한다. 오토바이 파열음과 폭탄음도 감내해야 한다.

 


기회만 되면 자연휴양림을 찾는다. 펜션도 좋고, 콘도도 좋고  호텔도 좋지만 나에게는 자연휴양림만한 것이 없다. 도시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해외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다. 별장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충북알프스 자연휴양림에서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보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다. 무려 2만원권 상당이다. 이 쿠폰만 내면 보은군 어디서나 식사를 할 수 있다. 보은군에서 휴양림을 운영하니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지자체에서 무료 쿠폰을 주는 것은 전략적이다. 쿠폰을 사용하면 한도 내에서 쓰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럴경우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쿠폰은 방문자들에게 소비를 촉진하게 하기 위한 전략자산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다.

아침은 늘 그렇듯이 너구리라면이다. 점심은 보은에서 쿠폰을 사용해야 한다. 귀가 길에 절 하나 들러야 한다. 불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어제는 법주사에 갔었더. 휴양림 가는 길에 말티재를 경유해서 갔다. 말티재에 대한 추억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수행여행 갔었을 때 이 꼬부랑길을 넘어 갔었다. 무려 50년전의 일이다.

말티재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굽이굽이 양장길이다. 저멀리 첩첩산중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해가 서서히 서쪽 하늘 끝으로 넘어간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전11시까지는 비워 주어야 한다. 다음 이용자를 위해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다음 휴양림은 예약되어 있다. 9월에 유명산자연휴양림에 간다.  휴양림 다닌 것에 대해서는 글과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나중에 책으로 만들 것이다.

2024-08-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