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공덕 지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
보시공덕 지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
한번 마음 냄으로 인하여 세상이 움직였다.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인지 모른다. 의도가 업이 된 것이다. 페친(페이스북친구) 서른네 명에게 꿀을 보냈다.
오일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글을 보아 주는 사람들에게 선물 하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즉각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글이 매우 길다. 오전 내내 쓴 글로서 보통 A4사이즈에 12폰트로 하여 6-10페이지에 달한다. 글이 너무 길어서 소제목을 붙인다. 이런 글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다.
사람들은 긴 글을 보지 않는다. 광속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여유롭게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또한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는 세상에서 긴 글은 패싱되기 쉽다. 그럼에도 긴 글을 올린다.
글을 쓸 때는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자 한다. 오랫동안 훈련되어 온 것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생기기전에 블로그에 글을 썼다. 쓴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영원히 남는 글을 쓰고자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이러다 보니 하루에 하나 이상 쓰기 힘들다. 엄격한 자기검열을 해야 한다. 여러 번 교정한다. 스스로 만족하면 올린다.
긴 글을 보아 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을 ‘백권당’으로 초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간이 돈인 세상이다. 바쁜 사람에게 오라고 할 수 없다. 초대하는 방법은 맞지 않은 것 같았다. 또 다른 방법은 찾아 가는 것이다. 일터나 사무실에 찾아가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언제 시간 내서 찾아가볼까?
마침내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선물을 보내는 것이다. 초대하는 것도 아니고 찾아 가는 것도 아니어서 서로에게 부담이 없다. 문제는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그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내 글을 자주 보아주는 페친에게 선물을 보내고자 마음 먹었을 때 즉각 행동을 개시 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 “안녕하십니까? 이병욱입니다. 늘 제글을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에 작은 선물 하나 발송하고자 합니다. 자비의 마음으로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 알려 주십시오.”라고 글을 남긴 것이다.
반응은 예상 했었다. 모두 다 동의하리라고는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부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페북메신저 보낼 때 미안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았다.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많이 배운 사람, 지위가 있는 사람이 그럴 것 같았다. 그러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교수로 정년퇴임한 분이 있다. 학식과 인품을 갖춘 그 사람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사람들은 받는데 익숙한 것 같지 않다. 받으면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마 공직사회의 구호 때문일 것이다.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라는 구호를 말한다.
블로거가 선물을 보내고자 할 때 어떤 이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적 이익을 취할 것이 없다. 긴 글을 보아 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마음을 내 본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도 나의 ‘자만’인지 모른다.
담마와나선원 빤냐와로 스님 법문에서 들은 것이 있다. 수행을 하다가 수행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바라밀공덕을 돌아보라고 했다. 바라밀공덕의 힘이 약했을 때 차고 나갈 힘이 없음을 말한다.
보시하는 것은 공덕이 된다. 바라밀공덕이 되려면 목숨 걸고 해야 한다. 가장 아끼는 것을 주어야 한다. 신체의 일부도 주어야 한다. 가장 수승한 것은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마치 물동이를 거꾸로 한 것처럼 남김 없이 주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람은 얼마나 될까?
수행 과정에서 어려운 고비가 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것은 바라밀공덕의 힘이 약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전생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생에서도 얼마든지 바라밀공덕을 쌓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탄경스님은 밥차를 끌고 다닌다. 이를 ‘다나밥차’라고 한다. 이제 해외까지 범위를 넓혔다. 오늘 페이스북에 스님의 글을 보니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밥이라 쓰고
情이라 말한다.
밥을 나눈지 벌써 여러해가 되었다.
처음 시작은 지금에 “다나”를 생각지도 못한 아주 작은 나눔이였다.
두유 한 개가 초코파이 세개로 그것이 다시 제과점 빵으로 다시 밥차로 발전해 왔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쌀을 나누어 주신 사찰과 스님들ㆍ후원을 해주신 후원자님들ㆍ지역에 정성껏 지어신 농산물 보내주신 분들ㆍ밥차 구입에 함께 해주신 스님들ㆍ항상 염려와 격려를 하시는 은사스님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어제 밥차를 마치고 지금은 태국행 비행기에 있습니다.
다나 밥차는 이제 태국 ㆍ네팔ㆍ스리랑카에도 밥차와 나눔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다나”는 세상 곳곳 그 어디라도 힘들고 고통에 있는 그들과 함께 합니다.
구화 탄경합장”
스님을 잘 알고 있다. 2004년 불교에 처음 입문 했을 때 지도법사였다. 그때 스님은 능인선원에 있었다. 금강회에서 법문도 했었다. 그후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스님을 작년 불교박람회 때 만났다. 스님에게 “왜 밥차 끌고 다닙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스님은 “공부 했으면 실천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이를 바라밀행으로 보고 있다.
페친들에게 선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년전에는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보냈다. 거의 백명에게 발송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선물은 어떤 것이 좋을까? 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의외로 책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직접 경험해 보아서 알고 있다.
작은법회 모임 총무를 3년 맡았다.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선물을 준비했다. 회비에서 나오는 것이다. 불교 수행관련 책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어떤 이가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면서 먹거리로 하라고 했다.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은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책이 좋다고 해서 남들도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때는 먹거리만한 것이 없다. 법우 중에 가락시장에서 굴비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굴비세트를 구입해서 모두에게 선물했다.
이번에 준비한 선물은 꿀이다. 동서식품에서 나온 아카시아벌꿀이다. 사양꿀이 아니라 ‘진짜꿀’이다. 이는 내가 수년간 먹어 보아서 안다.
사무실 가까이에 동서식품대리점이 있다.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10%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이번에 산 것은 600그램짜리 아카시아벌꿀이다. 한박스에 12개 들어 있는데 세 박스 샀으니 36개 산 것이다.
꿀을 샀으니 이제 포장해야 한다. 사이즈를 보니 우체국택배용 ‘포장박스 1호’가 적당할 것 같았다. 안양6동 사설우체국에서 40매 구입했다.
꿀을 포장해야 한다. 완충재가 필요 했다. 다이소에서 방호용 ‘뽁뽁이’를 두 롤 구입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둘둘 말아 1호 박스에 대각선으로 놓으면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포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주소를 써 넣어야 한다. 확보된 주소와 전화번호를 타이핑 작업 했다. 프린터로 출력하고 가위로 자르고 풀을 붙였다. 이렇게 포장이 완료 되었다.
포장된 박스를 우체국으로 이동했다. 양이 많아서 세 번에 걸쳐서 옮겼다. 주소는 이미 인터넷 주소사이트에서 검색해서 확인한 것이다. 페친에게 주소를 받았지만 다시 한번 돌려 본 것이다. 우체국 담당자는 단지 타이핑만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요즘 택배는 총알 배송되는 것 같다. 배송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받았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아카시아꿀 600그램 짜리와 박스와 택배비용까지 합하여 개당 22,000원 들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 메신저에 민감한 것 같다. 아마 전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도 있다. Y선생은 “저는 메시지를 모두 무시하는데 이선생님이 보내신 거라 읽어 봅니다(홈화면에 떴습니다).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라고 답신을 보내 왔다.
페이스북친구의 친밀도는 얼마나 될까? 아마 오프라인의 40년지기나 50년지기보다 더 밀접할 것이라고 본다. 왜 그런가? 매번 보기 때문이다. 또한 매번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페친은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볼 수 있다.
Y선생은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선생은 받고 난 다음에 “보시통장, 세상에서 가장 좋은 통장일 겁니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에 “공덕 지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신했다.
Y선생은 진실한 분 같다.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저는 앞으로 선생님께 배울 것이 많아서 거절(사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스님이나 불교 학자에게 배우는 것보다 재가불자(특별한 분이지만)인 선생님께 더 배우고 싶습니다.” 라며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혔다.
Y선생은 내글을 계속 봐 왔던 것 같다. 보시통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에서 몇 차례 언급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보시통장은 어떤 의미인가?
보시전용통장을 만든 것은 올해 4월의 일이다. 갑자기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만든 것이다. 사업자통장은 늘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망설여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보시전용통장을 만들어 놓으면 마음 놓고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시전용통장을 만든 것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수입이 없다면 꿈도 꾸기 힘들 것이다. 일감 받은 것에서 일정액을 보시통장으로 이체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혼자서 통장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돈관리를 따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보시전용통장을 만들어 놓으니 이력관리가 된다. 선원에 보시하는 것, 절에 보시금 내는 것, 구호단체에 소액 기부하는 것 등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 축의금이나 부조금도 포함된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이다. 2007년에 만났으니 17년 친구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김동수열사와 같은 학과 같은 학번 친구였다.
사회친구와 저녁을 먹으면서 광주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마지막 날 결사항전에 참가할것인지 말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자신이 죽으면 어머니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고 한다.
광주사람들은 부채의식이 있는 것 같다. 그 친구는 김동수열사의 최후의 날만 되면 그때 살아남은 친구들과 소주를 마셨다고 한다. 첫 잔은 반드시 바닥에 털었다고 한다. “동수야, 미안하다.”라며.
사회친구에게 카톡이 왔을 때 조마조마 했다. 재작년 중병에 걸려서 치유 중에 있기 때문에 덜컥 한 것이다. 열어 보니 딸 결혼식을 알리는 것이었다. 안심이 되었다.
재작년 사회친구는 중병에 걸렸을 때 아들을 결혼시켰다.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일찍 여운 것이다. 그때도 덜컥 했었다. 이번에는 딸 결혼식이다. 이제 자녀를 다 여운 것이다. 웹청첩장에 축의금을 보냈다. 보시통장에서 나간 것이다.
보시통장의 용도는 다양하다. 모임이나 단체 회비를 내는 데도 보시통장을 활용한다. 민주당 권리당원이 됐는데 매달 5천원도 보시통장에서 나간다. 결혼식 축의금이나 장례식 조의금도 보시통장에서 나간다. 이번과 같이 페친들에게 선물보내는 것도 보시통장에서 나간다.
보시를 할 때 간접보시보다는 직접보시에 치중하고자 한다. 구호단체에 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직접 보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꿀을 보내는 것처럼 먹거리를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이다.
보시는 보시를 받아 주어야 성립된다. 이번에 꿀을 보낼 때 의사를 물어 보았다. 답이 없는 경우는 보내지 않았다. 상대방의 입장도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누구든지 선물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서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물은 주어서 기쁘고 또한 받아서 즐거운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좋은 것이 선물이다. 그래서일까 자애수행 최종단계는 선물을 주는 것이다.
여기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다. 사랑을 고백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선물을 주는 것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쵸코릿을 선물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또한 화이트데이 때도 선물한다. 백번, 천번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직접 주는 것이 더 효과 있음을 말한다.
선물은 원한의 마음도 녹일 수 있다. 이는 청정도론 자애수행에서 “소유물을 배풀어야 한다. 이와 같이할 때 반드시 그 사람에 대한 원한이 가라앉는다.”(Vism.9.39)라고 했다. 그래서 “보시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를 길들이고 보시는 일체의 이익을 성취하게 하는 것, 보시하는 것과 사랑스러운 말로써 머리를 들고 그리고 머리를 숙인다.”(Vism.9.39)라고 했다.
보시전용통장은 계속해서 충전된다. 이번에 77만원 썼다. 보시통장은 쓰라고 있는 것이다. 쌓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간접보시보다는 직접보시하고자 한다. 이번에 페친들에게 선물하는 것은 직접보시에 해당된다.
어제 고객사 재무담당에게 전화 한통 받았다. 세금계산서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6월달 것이다.
정신이 나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일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일이 끝났으면 계산서를 작성함으로 해서 끝난다. 그런데 계산서 작성한 것을 잊어 버린 것이다. 금액이 무려 428만원이다. 연수입의 10%가 넘는 거금이다.
마치 횡재한 것 같았다. 돈이 굴러 들어 온 것 같았다.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자통장에 다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반으로 나누어 보시통장에 입금하기로 했다.
이번에 라오스로 성지순례간다. 기간은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10일간이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회원들과 함께 한다. 모두 17명이다. 이 중에는 불교여성단체회장도 있다. 아는 사람이다.
2022년 스리랑카순례 이후 만 2년 만에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10일간의 비용이 무려 265만원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위해서 거금 쓰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이번에 페친 35명에서 쓴 75만원은 큰 금액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흔쾌히 수락해 주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로써 보시공덕을 짓게 되었다. 이에 “보시공덕 지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2024-10-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