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세 번 맞는 도시의 보름달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0. 18. 14:58

세 번 맞는 도시의 보름달

 

 

마천루에 보름달이 떴다.

도시의 보름달이다.

아파트 숲 불빛 보다

더 밝은 수퍼문이다.

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게 한다.

 

 

여기는 비산동 쌍개울 휴게소,

탁자에 앉아 만월을 바라다 본다.

나에게 소원은 없다.

보름달이 세 번 뜨면

소원성취하리라 했다.

 

오늘은 우안거 해제날이다.

재가불자가 스스로 안거에

들었다고 해서 재가우안거이다.

오늘 보름달이 세 번째로 떴다.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던가.

 

뜨거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앉아 있었다.

앉아서 명색을 새기고자 했다.

구십일을 하루같이 있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눌렀다.

사미터 백권당 행선대를

얼마나 많이 왕래 했던가.

명색을 새겼을 때

더 이상 나는 없었다.

이 세상에 정신과 물질만 있었다.

 

백권당 금강좌,

나의 소중한 안식처이다.

이곳에 앉으면 세상에서

고귀한 자가 되는 것 같다.

 

모든 땔감의 불은

불꽃과 광명과 광채는 똑같다.

세상에 미천한 존재도

금강좌에 앉아 있으면

청정의 불꽃으로 빛난다.

 

보름이 세 번 오길 바랬다.

마침내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마침내 해내고야 말았다.

우안거를 끝낸 자는

커다란 달을 바라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달을 보며 감상에 젖었을까.

청량한 가을밤, 도심 마천루에

커다란 달이 떴다.

 

 

2024-10-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