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현스님의 깨달음 노래
중현스님의 깨달음 노래
열 시간의 천장사소풍이 끝났다. 당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저녁 7시 30분에 안양행 시외버스를 탑승함으로써 하루일과가 마무리 된 것이다. 당진에 사는 법우가 자신의 차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었다.
시간을 못맞출까봐 조마조마했다. 못타면 한시간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운전기사가 속도를 내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보은 법주사에서 당진까지 속도전한 것이다. 사람들은 해미에서 또 한번 내리고 고북에서 모두 다 내린다. 일부 사람들은 천장사에서 하루밤 자고 간다.
천장사는 누구나 하루밤 자고 갈 수 있다. 선방이 있어서 해제철에 가능하다. 결재철이라도 머물 수 있는 방은 있다. 왔다가 늦으면 자고 다음날 갈 수 있다. 천장사만의 최근 전통이라 볼 수 있다.
천장사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오늘 자신의 차로 온 부부의 거사가 그렇다. 종종 천장사에서 한달살이한다. 천장사를 훌륭한 수행처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천장사에서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국 선종의 중흥조 경허스님이 보림했던 절이다. 또한 이른바 삼월이라 하여 경허스님의 제자들인 혜월, 수월, 만공 스님이 수행했던 절이기도 하다. 이곳 수행도량에서 도인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것 아닐까?
전세버스로 이동할 때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스님이 마이크를 들고 사회보았다. 천장사에 자주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스님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내 소개를 할 때는 블로거라고 했다. 블로그명 '진흙속의연꽃'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최고 블로거라고 치켜 세워 주었다. 아마 블로그 나이가 19년이고 무엇보다 누적조회수가 팔백만명이 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든지 자주보면 얼굴이 익숙하다. 두 번 보면 구면이 된다. 세 번 보면 낯 익게 된다. 여기에 대화라도 하게 되면 급격하게 친하게 된다. 오늘 같은 성지순례의 경우 친교를 맺기 위한 절호의 찬스가 된다. 걸으면서 대화하다 보면 친해지지 않을 수 없다.
법주사에서 복천암까지는 걸어서 한시간 이상 거리에 있다. 복천암에서 봉고차를 내주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인원이 20명 이상이어서 몇 차례 왕복해야 했다. 일부는 걸어서 갔다. 비가 간간히 내리긴 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절에서 준비한 비옷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천암 가는 한시간 길은 대화의 길이 되었다. 처음 보는 법우와도 긴 대화가 이루어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화하다보면 파트너도 바뀐다. 결국 모든 사람과 한번씩 말하게 된다. 설령이 짦은 말일지라도 교감이 형성된다. 이럴때 공동체 의식을 갖는다. 천장사식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하나다'라는 공동체의식을 갖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잘 먹은 한끼의 식사는 삶의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늘 법주사입구 상가동에서의 버섯전골이 그랬다. 송이버섯, 능이버섯 등 다섯 종류의 버섯전골을 먹으니 몸에 변화가 일어 났다. 새벽에 등에 한기를 느껴 불편했으나 한끼 잘 먹은 식사로 인하여 말끔히 해소된 것이다. 참석자 가운데 평택에 사는 법우가 점심공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기좋은 산길을 대화하면서 걸은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복천암에 도착했다. 훈민정음 창제의 성지나 다름 없다. 차에서 중현스님으로 부터 들었기 때문에 더욱더 새로운 것 같다. 그러나 훈민정음과 관련된 유물이나 유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신미대사의 영정은 볼 수 있었다. 희고 긴 수염이 마치 산신같은 모습이다.
나한전에 모두 모였다. 중현스님에 따르면 기가 가장 센 명당자리라고 한다. 이곳에서 오분명상을 했다. 그리고 축원카드 낭송이 있었다.
스님은 이번 순례에 참석한 사람들의 축원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나왔다. 주소와 가족 이름이 열거 되었다. 이런 경우 누구나 흐믓해 할 것이다. 순례한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행사나 불공에 동참한 사람들은 모두 대상이 된다.
복천암순례가 끝나자 법주사로 향했다. 올여름 폭염이 절정일 때 와봤었다.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이슬비가 간간히 뿌림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호시절에 사람들은 여유있어 보인다.
보은 특산품은 무멋일까? 아마 대추인 것 같다. 본래 일정에는 보은대추축제 참관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도중에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갈 수 없었다.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 귀가길에 올랐다.
되돌아 갈 때도 중현스님이 사회를 보았다. 각자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다. 지루한 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일 것이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마이크가 주어졌다. 중현스님은 모든 소개가 끝났을 때 노래 한곡을 불렀다. 내포길을 걸을 때 뒷짐지고 부른 노래라고 했다. 이른바 '깨달음의 노래'라고 볼 수 있다. 음반으로 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음악이다.
내가 이야기할 시간이 되었다. 올해 천장사에 온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라고 말했다. 정월대보름, 방생법회, 아상카라스님초청법회, 백중법회, 그리고 이번 복천암순례를 말한다. 매주 오지는 못하지만 불교명절이나 특별법회가 있으면 참석한다. 올해 동지가 있는데 참석하면 여섯 번째 천장사행이 될 것이다.
당진에서 출발한 우등시외버스가 이제 안양에 이르렇다. 이 시각 서해안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다. 구름을 벗어난 만월이 계속 따라왔다. 전국 각지에서 온 법우들과 우의를 나누는 귀중한 하루가 되었다.
2024-10-1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