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중앙시장에서 충동구매한 아레카야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0. 29. 16:59

중앙시장에서 충동구매한 아레카야자
 
 
식물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늘도 내질러 버렸다. 거금 삼만원에 아레카야자를 구입했다. 도자기 화분에 옮겨 놓으니 키 높이가 된다.
 
요즘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 시간이 철철 남는다. 오전에 행선과 좌선, 그리고 글쓰기를 하면 다 지나간다. 점심 먹고 나면 무한정 시간부자가 되는 것 같다. 아직 일감은 없다.
 
일은 있다고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일감 없다고 안달복달 할 필요 없다. 어느 때 일감이 겹치기로 밀려 올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음에 따라 주문의 강도는 약해진다.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삶의 활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오늘 한식부페에서 먹은 것은 최상의 보양식이 되었다. 육고기는 없다. 그대신 생선조림이 나왔다. 육고기보다 생선이 더 잘 맞는다.
 
어제 점심 때의 일이다. 새로 오픈한 중식당이 있는데 개업기념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지역에 오래 산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볶음밥이 만이천원이다. 돌볶음밥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중식당의 새우볶음밥 팔천원에 비해서 부족했다. 결국 남기고 나왔다.
 
점심을 잘 먹으면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맛이 없어서 남기면 금액이 적어도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새로 오픈한 중식당은 자리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일년이 멀다하고 간판이 바뀐다.
 
오늘 점심을 잘 먹은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갑자기 식물욕심이 났다. 중앙시장에 가서 원하는 식물을 사고자 했다. 빈 도자기 화분이 많아서 채우고자 한 것이다.
 
식물도 생멸이 있다. 잘 자라다가도 어느 때 성장을 멈춘다. 그리고 시든다. 마침내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을 때 수명을 다한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처럼 유정물이 아니기 때문에 서운한 감정은 덜하다.
 
사무실 입주 17년동안 남은 것은 화분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도 대형 도자기화분이다. 식물이 죽으면 거기에다 새로운 식물을 심곤 했다. 도자기 화분은 그대로이지만 식물은 계속 바뀌어 왔다.
 
걸어서 안양중앙시장에 갔다. 백권당에서 다섯 정거장 거리이다. 그런데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별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철수 반대 서명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유’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단체 사람들이다.
 
나이가 거의 팔십은 되는 것 같다. 할머니가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서명을 권유한다. 내 차례가 되었다. 할머니는 “미군철수 반대 서명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때 장난끼가 발동되었다. 대뜸 “미군철수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에엑”하며 크게 놀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어서 “미군철수하면 나라가 위험해져요.”라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철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 가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철수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미군철수여부로 우파인지 좌파인지 편을 가를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에 가면 충동구매를 하게 되어 있다. 화원에서 아레카야자를 보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가격이다. 일미터가 훨씬 넘는 키에 삼만원이면 만족이다. 주인은 삼만오천원 받아야 하는데 삼만원 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레카야자는 잘 알고 있다. 키워 보았는데 잘 죽지 않는다. 물만 주어도 잘 자란다. 무엇보다 기상이다. 곧게 주욱 뻗은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하루 일과 가운데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은 사무실이다. 밤낮이 따로 없고 주말이 따로 없다. 명절 연휴 때도 나온다. 하루에 이만원 꼴로 들어가니 놀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아레카야자를 도자기화분에 옮겨 심었다. 오래 전에 죽은 유카 뿌리를 뽑아내고 심은 것이다. 이제 도자기화분은 새로운 파트너를 맞게 되었다.
 

(아레카야자로 교체 전의 도자기 화분)

 

(아레카야자로 교체 후의 도자기 화분)

 
 
화분정리를 했다. 난화분 숫자를 줄였다. 과습으로 인하여 뿌리가 썩은 것은 따로 모아 놓았다. 나중에 살아 남은 뿌리와 합하여 분갈이 하면된다. 그리고 분갈이를 하는 등 화분을 재배치 했다. 이런 것도 일이다. 해 놓고 보니 산뜻한 느낌이다. 하루종일 앉아 있는 곳을 가꾸고 꾸미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식물키우기는 정성을 필요로 한다. 식물은 물만 준다고 자라는 것은 아니다. 바람도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 준다. 선풍기 두 대를 가동하고 있다. 또 하나는 식물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명상공간에 있는 식물은 햇볕이 부족해서 식물등을 설치해 주었다.
 

(식물등과 선풍기)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면 식물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다양한 식물이 있으면 보는 맛이 있다. 더구나 싱싱한 녹색을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중앙시장에서 충동구매한 아레카야자도 보면 볼수록 마음이 뿌듯해지는 것 같다.
 
하루일과 대부분을 식물과 함께 보낸다.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람 키보다 더 높게 자란 여인초에서 잎파리가 펴지는 것을 보면 불가사의하기도 하다. 물만 주었을 뿐인데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적을 보는 것 같다.
 

(여인초)

 
 
식물 키우기 17년 되었다. 오로지 이 한 자리에서 17년동안 수많은 식물을 키웠다. 또한 수많은 식물을 보내기도 했다. 식물도 세월에 따라 세대교체를 한다.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 오면 활력이 넘친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새로운 식물을 들여다 놓으면 분위기가 바뀐다. 커피를 마시면서 식물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낙(樂)이다.
 
 
2024-10-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