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백권당은 적막강산

담마다사 이병욱 2024. 11. 6. 18:27

백권당은 적막강산

명상은 이제 생활화 되었다. 하루라도 명상을 하지 않으면 게운하지 않다. 일터에 와서 명상을 하지 않으면 마치 아침에 세수 안하고 출근하는 것과 같고, 마치 이빨 닦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것과 같다.

오늘 아침에도 삼십분 좌선을 했다. 물론 좌선 전에 반드시 행선을 한다. 행선에서 형성된 집중을 그대로 좌선으로 가져가면 효과적이다. 그러나 마음 가짐에 달렸다. 명상이 망상으로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한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과거를 돌아 본다. 십년전, 이십년전, 삼십년전의 나의 아침 일상을 보았을 때 획기적인 일이다.

직장생활 했었을 때 하루 일과는 어땠는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신문을 펼쳐 들었다. 현관문 틈 사이로 들어 온 신문이다. 신문을 훑어 본 다음에 TV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했다. 삼십년전의 생활패턴이었다.

요즘에는 신문도 보지 않고 뉴스도 보지 않는다. 신문은 아마 이십년전에 보지 않은 것 같다. 뉴스는 정권이 바뀜에 따라 오락가락 했다. 원치 않는 정부가 들어서면 뉴스를 보지 않았다. 원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열심히 뉴스를 보았다.

요즘 나의 일상은 어떠한가? 신문은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뉴스는 전혀 보지 않는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모니터의 한줄 뉴스도 애써 외면한다. 왜 그런가? 나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음악도 듣지 않는다. 이미우이음악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으나 그것 마저 끊었다. 경을 소재로 한 기쁨 넘치는 음악도 결국은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된다. 이러니 유튜브도 끊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를 끊은 것은 평론가의 세 치 혀에 놀아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자주 듣다 보면 계속 듣게 되는데 결국 의존하게 된다. 요즘 말로 가스라이팅되는 것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고정 시간이 있어서 그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의 즐길거리를 찾는 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갈애이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갈애이다. 즐길거리를 찾아 이 채널 저 채널 가 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갈증뿐이다. 이럴 경우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낫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유튜브에 있다. 대부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이다. 이런 경우 몰라도 된다. 때로 유익한 것도 있다.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인 것이다. 이런 경우 몰라도 된다. 결국 유튜브의 모든 정보는 몰라도 되는 것들이다.

유튜브에도 건질 것은 있다. 마치 쓰레기 더미 속에서 쓸만한 물건이 몇 개쯤은 있는 것과 같다. 들을만한 법문 같은 것이다. 그러나 법문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더 전승되어 온 경전만은 못할 것이다.

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유튜브를 끊으니 시간이 무한정 남는 것 같다. 시간부자가 되었을 때 이것 저것 하고자 한다. 유튜브에 눈이 팔려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 책만들기, 화분정리하기, 마늘까기 등 일을 찾아서 한다.

도심에 있어도 산중에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유튜브를 끊으니 백권당은 적막강산이 되었다. 창 밖에서 나는 차 지나가는 소리는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전철 지나가는 우뢰와 같은 소리는 우당탕 퉁탕 물소리처럼 들린다.

한가한 평일 오전이다. 아침 햇살은 잠시 비춘다. 시간을 재보니 고작 1시간 반에 지나지 않는다. 아침 7시 반에 들어서 9시에 끝나는 것이다. 창이 관악산이 보이는 북동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권당에 새로운 반려식물이 들어 왔다. 그제 고양 화원에서 사온 인도보리수이다. 이제까지 선물로만 받다가 직접 인터넷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보리수는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어서 희귀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나 동남아시아, 스리랑카에 가면 흔한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동네 마다 있는 느티나무 같은 것이다.

보리수가 있어서 든든하다. 오늘 아침에도 백권당에 들어오자 마자 보리수부터 살폈다. 창 측 가장 명당 자리에 올려 놓았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이다.

고양 화원 주인으로부터 들은 것이 있다. 절대 과습하지 말라고 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있는 식물은 물을 자주 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아서 말랐을 때 주라고 했다. 또한 화분을 들었을 때 가뿐할 때 주라고 했다.

오늘은 보리수에 물을 주기로 했다. 화분을 들어 보니 가뿐하다. 물을 머금으면 묵직하다고 했다. 정수된 물을 준비했다. 하루 전에 떠 놓은 것이다.

물 뿌리개에 머그잔 한컵 정도 물을 담았다. 조심조심 정성스럽게 골고루 뿌려 주었다. 물이 화분 아래로 빠져 나올 때까지 주었다. 그리고 화분을 들어 보았다. 물 무게로 묵직했다. 앞으로 물이 마를 때까지 내버려 두면 된다.

백권당에는 수많은 화분이 있다. 난화분까지 합하면 서른 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눈길이 자주 가는 것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보리수는 일순위가 된다. 책상에 앉아 있다 보면 늘 보리수로 눈길이 간다.

요즘 일이 없다. 일감은 드믄드믄 있다. 끊어질만하면 있기도 하다.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 마음의 여유가 있다. 이런 때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오늘은 과습된화분을 손 보고자 한다.

2024-11-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