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신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담마다사 이병욱 2024. 5. 5. 10:10

신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조카 결혼식이 강남에서 열렸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여유 있게 출발 했다.

 

라플레이스, 웹 청첩장에 표시 된 장소이다. 도착해 보니 언젠가 와 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결혼식이 열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 장소에서 식도 열리고 식사도 함께 하는 곳이다.

 

결혼식은 주례 없이 열렸다. 이제 주례 없는 혼례식은 대세가 된 것 같다.

 

 

부모세대는 주례가 있었다. 긴 주례가 특징이다. 교회에서는 목사가 긴 이야기를 했다.

 

혼례식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축하하러 온 사람들이다. 식장에서 스포트 라이트는 신랑신부에게 맞추어져 있다. 신랑신부에게는 최고 날이나 다름 없다.

 

결혼식은 인생의 꽃이다. 결혼식은 인생의 절정이다. 식을 올리는 것 자체가 인생의 승리이다.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 된 자만이 결혼식을 할 수 있다. 개인의 능력도 있어야 하고 부모의 지위와 재산도 있어야 한다.

 

 

누구든지 행복한 결혼식을 바란다. 친지들과 친구들에 의해서 축복 받기를 바란다. 결혼식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날이다.

 

인간만이 결혼식을 올린다. 축생에게는 결혼식이 없다. 그렇다면 짝짓기 하는데 있어서 이렇게 선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결혼식은 주례도 필요 없고 사회도 필요 없다. 주례 대신에 부모가 덕담을 한다. 사회는 예식장에서 서비스 해 준다.

 

사회자가 말했다. 여기 오신 분 모두가 증인이 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혼례식 없이 둘이서 결혼 했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헤어질지 모른다.

 

 

조카의 성장 과정을 알고 있다. 처의 작은 오빠 딸이다. 참으로 귀엽게 생긴 딸이다. 그러나 안쓰러웠다. 성장과정에 있어서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신부아버지가 축사를 했다. 대부분 짧게 한다. 그러나 이날 길게 했다. 그것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신부아버지가 강조한 것이 있다. 그것은 대화에 대한 것이다. 원리원칙적인 대화를 지양하라고 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를 하라고 했다.

 

신부아버지는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신랑신부에게 각인 시키고자 했다. 자신이 말한 것을 복창하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은 처음 보았다.

 

신랑아버지는 길게 이야기 했다. 그것은 이혼 당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어쩌면 재혼에 따른 것인지 모른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유튜브에서 종종 이혼전문변호사들 이야기를 접한다. 이구동성으로 재혼은 깨지기 쉽다고 말한다. 파경 확률은 무려 70프로가량에 이른다고 한다.

 

재혼을 해서 지금까지 유지해 온 것은 인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가 있을 때 마다 슬기롭게 넘긴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부 아버지는 가능하면 마음의 상처로 남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몸개그 하는 것처럼 하여 위기를 모면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한 때 잘못된 판단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신부도 승리자이고 신부 아버지도 승리자이다.

 

어제 결혼식은 가슴이 뭉클 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퍼포먼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래와 율동이다.

 

 

신부 어머니와 신부 남동생과 신부 여자이종사촌이 무대에 섰다. 신부 남동생은 별표 모양의 안경을 썼다. 신부 여자이종사촌은 나비모양의 안경을 썼다. 신부 어머니는 한복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세 명은 가벼운 율동을 했다. 노래도 함께 했다. 어떤 노래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세 명이서 마치 라인댄스 하듯이 가볍게 몸놀림 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낳아준 엄마도 있고 길러준 엄마도 있다. 모두 똑 같은 엄마이다. 길러준 엄마는 시집가는 딸에게 노래와 율동을 보여 주었다. 남동생과 이종사촌도 노래와 율동을 보여 주었다. 신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2024-05-0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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