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1267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지금 시각 오전 7시 4분, 하얀 여백을 대하고 있다. 오늘은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자판을 쳐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글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자판 치기에 달려 있다. 오늘 새벽 잠에서 깼을 때는 세 시대였다. 잠 자다가 자주 깨면 좋지 않다. 한번 잠이 깨면 잠들기 힘들다. 법정스님은 한번 깼으면 다시 잠들지 말라고 했다. 새벽에 밀린다팡하를 읽었다. 앞으로 한달 이내에 다 읽어야 한다. 교정본이다. 그럼에도 쓰기본능은 멈출 수 없다. 기억해 두고 싶은 문구를 새기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일등이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일등이고 집에서 나오는 것도 일등이다. 백권당에 도착하는 것도 일등이다. 준비해 간..

담마의 거울 2024.05.09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일까?

우리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일까?  흔히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고 한다. 마치 공공재를 공유하는 것처럼 업도 공유함을 말한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공업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긍정적인 것이 있고 또 하나는 부정적인 것이 있다. 환경문제와 책임문제를 들 수 있다.  환경론자들은 늘 지구의 위기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 공업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어떤 이가 “한국의 불교가 이렇게 타락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고 말한다면 공업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업은 행위에 대한 것이다. 초기경전에서 업은 세 가지, 즉 신체적 행위, 언어적 행위, 정신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이는 모두 개인에 해당된 것이다. 그런데 공업론에 따르면 공..

담마의 거울 2024.05.07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나는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살고 있다. 그러나 과거는 지나간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잡을 수 없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시간을 붙들어 매기 위한 몸부림인지 모른다. 헤라이클레토스의 함정 요즘 밀린다팡하를 읽는다. 교정본 ‘시간의 품’을 보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하여 상속(相續: santati)으로 설명하고 있다. 불교는 기독교와 다르다. 또한 불교는 기독교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철학과 다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스철학에서도 무상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무상관과 다르다. 상속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헤라이클레이토스는 ‘누구도 같은 강을 건널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모든 것이 지속적인..

담마의 거울 2024.05.05

나는 정말 나일까?

나는 정말 나일까? 가능하면 엄지치기 하지 않으려 한다. 피곤한 일이다. 스마트폰 작은 글씨를 치다 보면 눈도 침침하고 에너지도 소모된다. 글이 긴 것이 큰 이유이다. 오늘 아침 엄지치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백권당에 갈 수 없다. 오늘 정오 이전에 조카 결혼식장에 가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다. 요즘 밀린다팡하 읽기에 푹 빠져 있다. 교정본을 보는 것이다. 두 달 이내에 다 보아야 한다. 800페이지에 달한다. 생업도 하면서 글도 쓰면서 좌선도 하면서 이것저것 의무적으로 하는 것을 하면서 동시에 봐야 한다. 밀린다팡하를 보면 새겨 두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이제까지 의문했던 것이 모두 풀리는 것 같다. 마치 불교가 한권으로 총정리된 것과 같다. 밀린다팡하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교정작업에 참..

담마의 거울 2024.05.05

수행자는 한송이 타오르는 불꽃

수행자는 한송이 타오르는 불꽃  스님의 개가 태어났다. 이를 축하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 측은한 느낌이 든다. 개는 개로서 개의 일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님의 개는 일년도 안되어서 새끼를 뱄다. 스님은 작년 추석전에 새끼 밴 사실을 알았을 때 탄식했었다.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산에 들어 왔는데 또다시 인연 맺은 것에 대하여 자괴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스님의 강아지는 모두 다섯 마리이다. 공통적으로 점이 있어서 점박이라고 칭할 수 있다. 얘네들은 어디서 왔을까? 얘네들의 아비 개는 어떤 개일까? 흔히 경멸할 때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말한다. 아비가 누군지 모르고 태어난 것에 대한 경멸이다. 그러나 경멸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

담마의 거울 2024.04.26

범부는 장애를 가진 것과 같아서

범부는 장애를 가진 것과 같아서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성스런 시간이 있다. 그것은 아침 글 쓰는 시간이다. 흰 여백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마치 시험을 보는 것 같다. 오늘은 잘 쓸 수 있을까? 스토커 꼬깔리까 머리맡에 쌍윳따니까야를 읽고 있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있으면 새기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게송이 와 닿았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려서누가 그것을 올바로 규정할 것인가?헤아릴 수 없는 것을 헤아리는 자는생각건대 장애가 있는 범부에 불과하네.”(S6.7)  이 게송은 ‘꼬깔리까의 경 1’에 실려 있다. 외톨이 하느님(Brahma) 쑤브라흐만이 수행승 꼬깔리까 앞에서 읊은 것이다. 수행승 꼬깔리까는 악인이다. 악인의 대명서 데바닷따의 제자이기도 하다. 수타니파타 ‘꼬깔리야의 경’(Sn...

담마의 거울 2024.04.25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들

알아야 할 것과 몰라도 되는 것들 햇살 가득한 백권당의 아침이다. 일터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보리수를 살핀다. 부활한 보리수 잎이 갈수록 커간다. 새로 잎이 나기도 한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잎이 무성한 그날을 기다려 본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백권당표 절구커피이다. 손수 절구질해서 만든 커피를 말한다. 쓰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는다. 오늘 따라 입에 짝짝 달라 붙는다. 커피 중에 최상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최상은 어떤 것일까? “두 발 가진 자 가운데는 왕족이 네 발 가진 것 가운데는 황소가, 아내 가운데는 젊은 아내가 아들 가운데는 맏아들이 가장 낫네.”(S1.14) 이 게송은 하늘사람이 읊은 것이다. 부처님 당시 농경사회의 삶에 모습에 대한 것이다. 이를 세속적인 삶이라 말할..

담마의 거울 2024.03.30

여인은 감각적 욕망 그 자체일까?

여인은 감각적 욕망 그 자체일까? 엘리베이터에 그 사람이 탔다. 이른 아침 일터로 가는 길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군복 입은 사람이 탄 것이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지는 알고 있다. 경비실 뒤로 담배 피우러 가는 것이다. 소형아파트에 살고 있다. 스물두 평임에도 엘리베이터식이다. 층고는 무려 이십오 층에 이른다. 소형이어서일까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가 꽤 된다. 또 한편으로 독거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산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한때 피웠으나 혼자 일하면서 그만 두었다. 선천적으로 체질에 맞지 않음에도 다른 사람이 피우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 특히 회의가 끝날 때 강하게 당겼다. 직장 다닐 때의 일이다. 엘리베이터에 담배 냄새가 풍긴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다. 담배 피우는 사람에 대한 혐오의 마음이..

담마의 거울 2024.03.29

디지털논리 진리표로 본 진실과 허위의 언어적 개념

디지털논리 진리표로 본 진실과 허위의 언어적 개념 부처님법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를 한자어로 ‘백천만겁난조우’라고 한다. 천수경에서는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라 하여 개경게에서 발견된다. 부처님법에 대하여 무상(無上)이라고 말한다. 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부처님 법에 대하여 ‘무상정등각’이라고 한다. 이 말은 아눗따라삼마삼보디(anuttara sammāsambodhi)를 한역한 것이다. 부처님이 발견한 진리는 궁극의 진리이다. 이것 이상 더 이상 진리가 없음을 말한다.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는 진리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나는 신들과 악마들과 하느님들의 세계에서, 성직자들과 수행자들, 그리고 왕들과 백성들과 그 후예들의 세계에서 위없이 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바르게 원만히 깨달았다고 선..

담마의 거울 2024.03.21

액면 그대로 비추어 주는 진리의 거울

액면 그대로 비추어 주는 진리의 거울 하루하루가 위태위태하다. 잘못하면 부서질 것 같다. 아침이 되면 멀쩡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피로가 몰려 온다. 어제 저녁 으슬으슬했다. 몸살 기미가 보였다. 이럴 때 선 조치를 해야 한다.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었다. 그리고 전기매트를 다시 깔았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하루밤을 보냈더니 개운해졌다. 다시 새 아침을 맞았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다. 늘 그렇듯이 삶은 계란 하나, 삶은 고구마 작은 것 하나, 그리고 치즈 하나가 곁들인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원두콩을 절구질하여 원두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있다. 보리수가 살아나고 있다. 이제 하루다 달라 보인다. 이제 제법 잎으로서 형태를 갖춘 것 같다. 이대로 죽어 버릴 줄 알았는데 부활한 것이다. 자..

담마의 거울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