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수락산 정상에서 청량함이란

담마다사 이병욱 2024. 6. 17. 08:55

수락산 정상에서 청량함이란
 
 
육개월만이다. 정진산행 모임에 육개월만에 참여 했다. 매월 한번 있는 산행에 일정이 겹쳤었다. 이번 유월산행은 부담 없는 산행이 되었다.
 
수락산은 몇 년 전에 와 본 것이다. 기록을 찾아 보니 2021년 10월이다. 삼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정진산행의 대상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지하철과 전철이 연결되는 곳이면 어디나 대상이 된다. 이런 논리로 따진다면 동두천, 포천, 춘천, 천안도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 근교의 산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부분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등이다. 가장 멀리 간 곳은 하남시에 있는 검단산이다.
 
수락산 산행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이럴 때는 경험자의 의견대로 하는 것이 좋다. 서울학교와 고을학교 교장이기도 한 최연 선생의 말대로 수락산 동쪽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2024년 6월 산생에는 다섯 명이 참여했다. 정의평화불교연대 회원들이다. 김광수 대표를 비롯하여 최연, 정재호, 임정미 선생이 참여 했다.
 

 
당고개역에서 집합했다. 버스를 타고 수락산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남양주시 수락산유원지 입구까지 버스를 십여 분 타고 가야 한다.
 

 
일요일 하늘은 맑았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는 청명한 날씨이다. 여름에 이런 날씨는 등산하기에 좋지 않다. 햇볕을 막바로 받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구름 낀 날씨가 좋을 수 있다.
 
등산이 시작되었다. 너댓시간 걸어야 한다. 요즘 속된말로 “빡세게”걸어야 하는 것이다.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걸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등산 온 사람들은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상당수 사람들은 한두 번 오고 만다. 여러 시간 쉬지 않고 걷기 위해서는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 상당수는 다리에 문제가 있어서 걷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노화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등산할 수 있는 상태라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등산 중에 설명이 있었다. 최연 선생은 이동할 때마다 이런 저런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것도 있다. 수락산은 김시습과 박세당과 관련 있는 산이라고 했다.
 
설명을 듣고 또 듣는다. 삼년전에도 들었다. 또 들어도 새롭다. 폭포에 대한 것이 그렇다.
 
수락산 동쪽코스에는 세 개의 폭포가 있다. 아래쪽부터 시작하여 옥류폭포, 은류폭포, 금류폭포라고 한다.
 

(옥류폭포)

 
 

(은류폭포)

 
 

(금류폭포)

 
 
폭포에는 물이 있어야 폭포라고 말할 수 있다. 수락산 세 개의 폭포에는 물이 없다. 비가 오지 않아 가물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온 다음날 갔다면 진짜 폭포를 보았을 것 같다.
 

 
수락산은 가파르다. 시작점은 해발 이삼백미터 된다. 수락산 정상은 640미터이다. 삼사백미터를 올라가야 하는데 한번도 내리막이 없는 오로지 오르막길만 있다.
 
수락산에 내원암이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절이 있다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 어떻게 이런 험한 곳에 절을 만들었을까? 그 옛날 헬리콥터도 없던 시절에 암자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내원암은 1794년 정조 18년에 칠성각을 지음으로서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모두 불타 버렸다. 현재의 대웅전은 1968년 건립한 것이다.
 

 
내원암은 칠성각이 유명하다. 현재 칠성각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 되고 있다.
 
수락산에 수락산장이 있다. 삼년전에 왔을 때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복원되어 있었던 것이다!
 

 
산장은 머물러 갈 수 있는 곳이다. 먹거리를 팔기도 하고 숙박시설도 되어 있다. 수락산장은 어떠할까?
 
수락산장의 역사는 깊다. 안내판을 보니 1970년에 지어진 것이다. 정부에서 산장건립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었는데 35개 가운데 하나이다.
 
수락산장은 1980년대 때는 무인산장이었다. 1995년부터 2017년까지는 개인이 인수하여 음식점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방치되었다.
 
방치된 산장은 다시 복원 되었다. 안내판을 보니 2023년 11월이다. 불과 칠개월전이다.
 

 
복원된 수락산장을 가 보았다. 내부를 보니 아직 다 완성된 것이 아니다. 머리가 백발인 산장지기에 따르면 칠월부터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한다. 헬리콥터로 자재를 실어 날라 공사를 하는 것이다.
 
수락산장에서 동쪽을 바라 보았다. 툭 터진 것이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산장지기는 산장에서 살 것이다. 이렇게 공기 좋고 풍광 좋은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신선의 삶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엇보다 소음이 없어서 좋겠다. 도시에서 오토바이폭탄음에 시달리는 자는 이곳이야말로 신선이 사는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날씨가 무척 더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산에 들어가면 갈수록 날씨는 서늘해졌다. 왜 그럴까? 정면으로 뙤약볕을 맞지 않은 것이 큰 이유이다. 숲이 우거져서 등산로에는 키가 큰 나무가 많아서 햇볕을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서늘해진 것이다.
 
여름에 더우면 어디로 가야 할까? 강으로 가야 할까 바다로 가야 할까? 여름에 더우면 산으로 가는 것이 좋다. 숲에 있으면 서늘하다. 고도가 높으면 더욱더 서늘해진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여름에 푸른 하늘은 햇볕을 직격으로 맞는다. 땡볕에 노출되는 것이다. 여름 산행할 때 고역을 치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시원해졌다.
 

 

 
마침내 정산에 도달했다. 수락산 정산은 아니지만 능선 정상에 선 것이다. 서쪽으로 도봉산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남양주시가 보이는 능선이다. 그곳에 자리가 하나 있었다.
 
산행을 하면 간식을 먹어야 한다. 두 시간 가량 다리가 뻐근하게 가뿐 숨을 쉬며 올라 왔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 소나무로 둘러 쌓인 위치가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가지고 온 것을 꺼내 놓았다. 김밥, 빵, 떡, 과일 등이다. 여기에 막걸리도 준비 되어 있다.
 
산행에서 클라이막스는 어떤 것일까? 정상에 오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상에서 간식 먹는 것만 못할 것이다.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먹기만 하는 사람이다. 유위도식하는 사람이 있다. 일 하는 사람이 먹는 것이다. 산행은 유위도식에 해당된다.
 
힘들게 일한 다음 식사를 하면 먹는 맛이 난다. 힘들게 산에 올라와서 동료들과 간식을 먹을 때 진심이 된다. 더구나 서늘한 바람까지 분다. 아래 세상에는 찜통더위에 시달리지만 산정에 있는 사람들은 신선놀음 하는 것이다.
 
산에 오면 서늘하다. 이를 청량하다고 말할 수 있다. 땀을 흘리고 난 다음 느끼는 청량감이다. 그런데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을 보니 열반도 청량한 것이라고 했다. 성자들이 도의 순간에 반조 했을 때 열반에 대하여 “형성들이 사라져 소멸하여 고요하고 시원한 법이다.”(1권, 561-562쪽)라고 아는 것을 말한다.
 
열반을 시원하다고 한다. 이는 열반이 청량함을 말한다. 왜 그럴까? 애써 열반에 도달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애써 정상에 도달하려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본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힘겹다. 한발한발 옮길 때마다 온 힘을 싣는다. 가파른 곳은 두 손과 두 발로 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서 마침내 정상에 섰을 때 청량감을 느낀다. 열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열반을 체험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마하시 사야도의 ‘위빳사나 수행방법론’과 같은 논서를 통해서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열반과 관련하여 이런 표현이 있다.  이는 “위빳사나 도를 수순의 지혜지 구족하게 닦으면 출세간의 도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겨나게 된다.”(1권, 563쪽)라는 구절을 말한다.
 
위빠사나 수행은 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좌선과 행선을 해서 정신과 물질을 구분해서 보는 법부터 해야 한다. 이후 생멸의 지혜 등 16단계로 진행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지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 대하여 ‘수순의 지혜(nuloma ñāna)’라고 했다.
 
수순의 지혜는 위빠사나 16단계에서 12번째 지혜에 해당된다. 종성의 지혜 바로 전단계를 말한다. 성자의 흐름에 들어가기 직전의 세간의 지혜에 해당된다.
 
수순의 지혜에 도달되면 도약이 있게 된다. 범부에서 성자로 계보가 바뀌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첫 번째 도의 지혜를 성취하고자 하는 이는 위빳사나 수행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해야 할 특별한 것이 없다.”(Vism.22.3)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여기에서 ‘이미 무르익은’이라고 할 때 수순의 지혜, 종성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앞부분 위빳사나 도들을 이미 생겨나게 했고 구성요소들이 이미 무르익었기 때문에 그 도의 순간에 열반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도 특별히 애쓰지 않고, 번뇌를 제거하기 위해서도 특별히 애쓰지 않고서 앞부분 도의 힘에 의해 저절로 열반을 대상으로 해서 생겨나고, 번뇌들도 사라지게 한다. 이것을 두고 '이미 무르익은'이라고 말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개울을 뛰어넘으려 하는 이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달려와서 둑 근처에서 훌쩍 뛰어넘으면 그 다음에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 개울을 넘어서 반대 둑에 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위빳사나 수행방법론 1권, 575-576쪽)
 
 
열반의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아직 열반을 체험해 보아서 알 수 없지만 비유를 들면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개울넓이뛰기 비유’에 대한 것이다.
 
반야심경은 대승경전의 정수이다. 반야심경 말미에 보면 “가떼 가떼 빠라가떼 빠라 상가떼”라 하여 저 언덕으로 건너가자고 말한다. 그런데 저 언덕에 건너가려면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초월해야 하는가? 힘껏 내닫는 것이다. 그러면 몸이 날아서 저 편에 있을 것이다.
 
애써 힘들게 노력하는 것이 위빠사나 수행이다. 그런데 한번 몸을 날리면 저절로 날아 간다는 것이다. 힘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혜가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다. 지혜가 인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울넓이뛰기 비유’에 대하여 마하시 사야도는 위빳사나 수행방법론에서 “매우 어려운 내용이다. 주석서와 그 의미를 설명한 부분을 반복해서 읽기 바란다.”(1권, 576쪽)라고 써 놓았다.
 
정상에서 청량감을 느꼈다. 산행동료들과 간식을 먹으면서 최상의 행복을 맛보았다. 신선놀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래 머물 수 없다. 이제 하산 해야 한다.
 
하산은 등산에 비하여 쉽다. 앞만 보고 가면 된다. 이럴 때 지팡이가 있으면 좋다. 스틱으로 먼저 딛고 발을 내리면 힘이 분산된다.
 
등산하는 것에 대하여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위빠사나 수행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다. 왜 그런가? 오로지 앞만 보고 가기 때문이다. 특히 내리막길이 그렇다.
 
내리막 길에서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앞에 발을 디딜 것만 보아야 한다. 번뇌가 일어날 수 없다. 마치 싸띠(sati)하는 것과 같다.
 
싸띠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여 새기는 것부터 시작된다. 호홉을 새길 때도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다. 행선을 할 때도 정신과 물질을 구분한다. 신체적 과정과 정신적 과정을 빠짐 없이 새기는 것이다. 이렇게 새기다 보면 잡념이 치고 들어 올 수 없다. 번뇌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산행할 때 내리막 길은 새김의 절정이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가 난다. 오로지 앞만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한시간 가량 내려 오다 보면 한시간 좌선하는 것과 같고 한시간 행선하는 것과 같다.
 

 
산의 정상에서 청량감을 느꼈다. 정상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때가 없다. 그래서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내려 올 때 마음이 가볍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열반도 그런 것이 아닐까?
 
열반은 궁극의 경지이다. 애써 힘들게 위빠사나 수행을 해서 도달하는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열반에 도달하면 청량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마치 애써 등산 하는 자가 정상에서 청량감을 맛보는 것과 같다.
 
산행이 끝난 다음에 다시 한번 청량감을 맛 보았다. 산행 뒤풀이 때 맥주 마신 것을 말한다.
 

 
애써 힘들게 일한 자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언젠가 TV에서 ‘극한직업’을 보았다.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는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일일결산을 한다.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산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24-06-1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