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에서 머무는 것도 여행보국(旅行報國)
현재시각 7시 12분 휴양림의 아침이다. 날씨는 잔뜩 흐려 있다. 이곳 단양의 날씨는 오전에 흐림으로 나와 있다. 해가 뜨면 안개는 사라질지 모른다. 이곳은 해발고도 600미터 소백산자연휴양림이다.
여행지에 노트북을 가져왔다. 본래 여러 날 여행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 이럴 경우 노트북을 가져가면 움직이는 사무실이 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올해 12월 라오스성지순례 갈 때도 노트북을 가져 가고자 한다.
오늘은 청송-단양 삼박사일여행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오전에 첵크아웃하고 나가야 한다. 곧바로 안양에 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주거래업체 9월 마감내역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금요니까야모암에 참석해야 한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여행지에서는 잠을 잘 자야 한다. 잠이 오지 않아도 누워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본다든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하면 운전에 지장을 준다. 운전할 때 졸리우는 것이 가장 해롭다.
잠자는 것도 요령이다. 잠이 오지 않아도 잘 줄 알아야 한다. 쉰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이다. 마치 ‘방하착’하는 것과 같다.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야 한다. 이는 다름아닌 집착을 내려 놓는 것과 같다.
휴양림은 산책하는데 묘미가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깊은 산중에는 사람이 없다. 홀로 터벅터벅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늘 소백산자연휴양림의 시계는 몇 백 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 아래 마을에서 본다면 산안개에 쌓여 있을지 모른다. 해발고도 600미터를 실감한다.
피톤치드길을 따라 걸었다. 잘 조성된 산책길은 호젓하다, 이런생각 저런생각하면서 발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이런 것도 ‘걷기명상’이 될 것이다.
지금은 우안거철이다. 재가우안거를 하고 있다. 안거철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재가자의 우안거는 출가자처럼 다 지킬 수 없다. 다만 안거정신만은 지키고자 한다.
기회 되면 여행해야 한다. 가능하면 움직여야 한다. 힘이 빠지면 돌아다니고 싶어도 돌아다닐 수 없다. 몸에 병이 있으면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한다.
저기 산이 있다. 사람들은 저 산을 올라간다. 그러나 게으른 자는 “올라갔다가 내려올걸 힘만들게 뭐하러 올라갑니까?”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면서 “술이나 마십시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세상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이나 코, 혀, 몸 등 감각기관은 즐기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조물주가 감각기관을 만든 것은 마음껏 즐기라고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즐기는 삶이 행복한 것일까?
즐김과 행복은 사실상 동의어이다. 빠알리어 수카(sukha)는 영어로 ‘pleasure’의 뜻도 있고 ‘happiness’의 뜻도 있다. 그래서 감각적 욕망을 즐기는 것도 행복이고, 선정을 즐기는 것도 행복이 된다.
부처님은 열반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도 즐기는 것이 된다. 그러나 열반의 행복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이다. 지각하지 못하는 행복이다. 그래서 최상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이런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조건이 바뀌면 즐거운 느낌은 괴로운 느낌으로 바뀐다. 그래서 어떤 느낌도 괴로운 느낌이 된다.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의 행복은 결국 괴로운 느낌으로 귀결된다.
최상의 행복은 열반의 행복이다. 그런데 열반은 명색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각할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것이 최상의 행복인 것이다.
불교인들은 최상의 행복을 추구한다. 당연히 열반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선정의 행복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선정의 행복도 뛰어 넘어야 한다. 나라는 개념이 사라졌을 때 최상의 행복이 된다. 행복도 없고 행복을 향유하는 자도 없는 것이 최상의 행복인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집에 머물러 있고자 한다. 왜 그럴까? 집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한다.
나가면 고생이다. 세상에서 집보다 편한 데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집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내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잠을 자는 것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 밖에서 자야 할 때가 있다. 숙박시설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것은 익숙치 않은 삶이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고 생각하면 불결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낯선 곳에서도 잘 잘 수 있어야 한다. 집 밖에서 자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은 여행을 자제할 것이다. 익숙한 것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에게 여행지에서의 하루밤은 매우 힘든 것이 될지 모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내가 잠시 머무는 곳이다. 내 소유의 집이라고 해도 내가 떠나면 누군가 살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내집이라 하여 못 하나 함부로 박아서는 안된다. 이런 경우 집은 공유재가 된다.
여행지에서 숙박업소는 공유재이다. 펜션, 콘도, 휴양림과 같은 숙박시설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하루 머물다 가는 곳이다. 이는 다름 아닌 공공재산이다,
버스나 지하철은 공공운송수단이다. 다수의 대중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이 없다. 반면 자가용은 자신의 것이다. 자가용은 자신만 탈 수 있다. 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가용만 타는 사람은 공공재 운송수단을 타는 것에 익숙치 않다. 아방궁과 같은 자신의 집에 머무는 사람은 바깥에서 자는 것에 익숙치 않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공유하는 삶과 멀다.
지연휴양림은 모두의 것이나 다름 없다. 오늘 방을 빼면 오후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 온다. 이렇게 오전 시간 내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내 시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나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힘이 있을 때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다. 해외에 장기간 머무는 방랑자를 말한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부러워해야 할까?
해외방랑자는 돈을 해외에서 쓴다. 한국에서 벌어서 외국에서 쓰는 것이다. 자신의 재산을 모두 다 쓰고 죽자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방랑하며 방랑기를 올리지만 동의하기 힘든 것은 외화가 줄줄 세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지나치면 탈 난다. 여행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 해외에서 방랑의 세월을 보내는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 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행지에 노트북을 가져왔다. 본래 여러 날 여행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 이럴 경우 노트북을 가져가면 움직이는 사무실이 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올해 12월 라오스성지순례 갈 때도 노트북을 가져 가고자 한다.
오늘 소백산자연휴양림을 나간다. 이틀 머물렀다. 이에 따라 단양상품권을 두 번 받는다. 어제 것 오만원은 모두 사용했다. 오늘 퇴실하면 오만원권 상품권을 줄 것이다. 이것을 단양시내에 가서 모두 소진하고자 한다.
국내여행은 여려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돈을 써도 국내에서 쓰기 때문에 낙수효과가 확실하다. 더구나 지자체에서는 상품권을 발행해서 소비를 유도한다. 휴양림과 연계해서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은 고도의 전략이라고 본다.
소백산자연휴양림 평일 가격은 10만원이다. 여기에 5만원권 상품권을 받았으므로 사실상 5만원에 숙박하게 되는 셈이다. 5만원 상품권을 받아 지역에서 사용하면 그 이상 쓰게 될 것이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에서는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같다, 해외에서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보다 이렇게 국내여행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 더 나아가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 해외방랑자가 되기 보다 국내여행자가 되어야 한다. 여행을 해서 이 사회에 보탬이 되고, 이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자연휴양림에서 머무는 것도 ‘여행보국(旅行報國)’이 된다.
2024-09-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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