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483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행운목에서 꽃대가 네 개 나왔는데 11월도 끝자락이다. 11월 마지막날에 한파가 몰아 닥쳤다. 평소 같으면 운동삼아 걸어서 일터에 가야 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길고 춥고 외로운 계절, 견디기 힘든 혹독한 계절이 시작되는 것일까? 눈소식도 들려 온다. 그나마 다행이다. 11월은 헐벗은 달이 되는데 눈 옷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가로는 을씨년스럽다. 여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마음은 더욱 위축된다. 살을 애는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흔히 계절의 여왕을 5월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최악의 계절은 무엇인가? 11월이라고 본다. 왜 그런가? 앙상한 가지만 남기 때문이다. 삭풍에 옷깃을 여밀 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삶의 절망에 빠진다. 외롭고 고독하고 희망이 없는 겨울이 ..

현실을 외면하는 미학(美學)은

현실을 외면하는 미학(美學)은 일요일 아침 일터에 가는 길에 낙엽이 뒹군다. 플라터너스 넓적한 잎파리가 인도에 수북하다. 마치 시체를 보는 것 같다. 누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 태우는 냄새가 좋다고 했는가? 누가 낙엽을 인플레이션 지폐와 같다고 했는가? 그날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낙엽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플라터너스 낙엽은 푸대자루에 담겨 있다. 아무렇게나 방치 되어 있다. 생명기능이 끝난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병원 복도에서 흰푸대자루에 담겨 널부러져 있는 수십구의 사체자루를 보는 것 같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오월 광주의 그날이 오면 대학생들은 그렇게 외쳤다.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러나 왜 찔렀는지, 왜 쏘았는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는지 밝혀지지 않..

철지난 철쭉이 철없이

철지난 철쭉이 철없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바람 한번 불자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여기는 광명시 도덕산이다. 단풍이 불탄다. 시뻘겋게 불이 붙었다. 불타는 단풍에서 찬란한 슬픔을 본다. 11월이 지나면 지고말 것을. 철쭉꽃이 피었다. 11월의 철쭉이다. 철지난 철쭉이 철없이 피었다. 기상이변인가 변고의 징조인가. 허리아픈 환자처럼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딛었다. 밟히는 낙엽이 푸석거린다. 11월은 조락의 계절이다. 도덕산 정상에 올랐다. 저기 저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저 남녁에는 수리산이 보인다. 단풍이 지건말건 저 산은 그대로 있다. 붉은 단풍에서 찬란한 슬픔을 본다. 지고 말 단풍이다. 내년을 기약한다. 한번 간 사람은 오지 않네. 2022-11-12 담마다사 이병욱

도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도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한 일상이다. 갑자기 한가해 졌다.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오늘 오전 해야 할 일을 마치니 오전 10시가 되었다. A4로 5페이지 되는 글을 올리자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일도 없는데 책상에 앉아 있으면 유투브나 보게 된다.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중앙시장이다. 이번에는 중앙시장에서 회군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고자 했다. 일도 없는데 점심을 식당에서 먹는 것이 아까웠다. 일이 있으면 잘 먹어야 한다. 일 없으면 김밥으로 때울 수도 있다. 주로 5천원 이하로 때운다. 롯데리아 데리버거 햄버거 세트는 점심 특별가가 3,900원이다. 안양중앙시장 가는 길은 포근하다. 든든하게 입었기 때문이다. 등 뒤로 따스한 햇볕 기운을 느낀다. 등이 따스하면 만사가 편한 것이다...

꼰대보다 학인이 되고자

꼰대보다 학인이 되고자 지금 시각 4시 36분, 적당한 시간이다. 3시대면 너무 빠르고 5시대면 너무 늦다. 한가하고 여유 있는 새벽시간이다. 이렇게 엄지치기 하는 것도 행복이다. 새벽이 되면 이것저것 생각이 일어난다. 어제 있었던 일이 큰 것 같다. 일종의 저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반론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려러니 하려 한다. 주류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 생각한다. 불교인들은 판단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당연히 경전이다. 지금 부처님이 계시다면 물어 봐야 할 것이다.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이때 의지할 것은 경전밖에 없다. 마치 헌법 같은 것이다. 경전에 실려 있는 말씀이 판단 기준이 된다. 경전에 있는 말씀은 정견이다. 정견이 있으면 사견이 있기 마련이다. 경전 밖의 얘기를 한다면 사견이 된다...

타인은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

타인은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 전화를 받으면 이름이 뜬다. 스마트폰 주소록에 이름을 등재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름만으로 부족해서 상호도 써놓는다. 그것도 부족해서 그 사람의 특징도 써놓는다. 스마트폰시대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전화 벨이 울렸을 때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한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면 실례가 된다. 번호가 뜨는 전화나 가능한 것이다. 한번이라도 만난적 있다면 그 사람의 특징과 함께 주소록에 등재해 놓는다. 천명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그사람하고 거래한지 꽤 오래 되었다. 오륙년 된 것 같다. 어쩌다 한번 연락이 와서 일을 해주었다. 반갑게 응대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수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무실로 찾아 오겠다고 했다. 그사람은 나이가 많다.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살리는 국밥 한그릇

나를 살리는 국밥 한그릇 먹어야 산다. 잘 먹어야 버틴다. 잘 먹은 점심 한끼는 오후에 힘을 내기에 충분하다. 오늘 병천순대에서 국밥 한그릇 먹었다. 요즘 원칙이 깨지고 있다. 한번 간 식당은 다시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맛의 갈애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단골을 만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역내 식당을 메뉴불문, 가격불문하고 모두 가보고자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병천순대집을 매일 가고 있다. 그것도 11시에 간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오니 10시만 넘으면 허기진다. 대개 11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일등으로 간다. 맛에도 진실이 있는 것일까? 병천순대는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아우내장터의 국밥이다. 그 옛날 장터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의 맛이다. 국물 한방울 남김없이 깨끗..

아시안하이웨이 청간정에서

아시안하이웨이 청간정에서 여기는 아시안하이웨이 청간정, 하늘이 열렸다. 태고의 바다 위에 해가 떴다. 하늘에는 가슴 설레는 장엄한 구름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기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은 아득하다. 인공의 구조물이 아무리 거대하다고 해도 저 높은 바위산만할까? 성형인간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한송이 청초한 꽃만할까? 인간의 성품이 아무리 고결하다고 해도 저 푸른 하늘만하겠는가? 저 하늘과 저 바다와 저 바위산은 인간이 있기도 전에 있었다. 세상의 주인은 자연이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도시는 암덩어리와 같다. 사람들은 암의 도시에서 오늘도 내일도 투쟁한다. 저 바위 산은 말이 없다. 저 하늘과 저 바다는 태고적 모습 그대로이다. 구름은 형성되었다가 흩어진다. 암과 같은 존재의 인간들은 오늘도 내일도..

도시의 새벽노을

도시의 새벽노을 늘 시간에 쫓긴다.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 오지 않는다. 시간을 영원히 붙잡을 수는 없을까?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는 사진 촬영밖에 없는 것 같다. “순간에서 영원으로”라는 말이 있다. 사진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문구이다. 한번 사진을 찍어 놓으면 영원히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눈을 떴을 때 동녘 하늘을 바라 보았는데 굉장한 새벽노을이 될 것 같았다. 차를 일터로 모았다. 건물 꼭대기층에서 새벽노을을 찍기 위해서였다. 급히 차를 몰았다. 신호등도 무시했다. 꼭대기층에 도착한 것은 새벽 5시 55분이었다. 그러나 새벽노을은 끝물이었다. 그 대신 사방이 새벽노을이었다. 이런 것은 처음 보는 것이다. 주로 동쪽에서 새벽노을과 해마중을 했다. 오늘은 날이 청명해서..

매일매일 일상이 새로운 것은

매일매일 일상이 새로운 것은 지금이 몇시인지 모른다. 밖은 캄캄하다. 새벽 세 시인지 네 시인지 알 수 없다. 시각은 중요하지 않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잠시 멍하게 있었다. 멍때리기 해보았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어서서 걸었다. 암송하기 위한 것이다. 예전에 오래 전에는 "개경게 무상심심미묘법"하며 천수경이나 금강경을 암송했다. 15년도 더 된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빠다나숫따"라며 먼저 경의 제목과 함께 "땀망 빠다나빠히땃따"라며 빠다나경(정진의 경, Sn3.2) 25게송을 암송한다. 나에게 있어서 새벽예불은 경을 암송하는 것이다. 한번 외운 것을 평생 써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을 외운다. 그러다 보니 3개월에 한개의 경을 외우는 것 같다. 지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