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500

무덤무상

무덤무상 봄이 왔구나. 아파트 화단에 매화가 피었다. 비로서 봄이 왔다. 오늘부터 봄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다. 얼마나 카운트 했던가. 동지 때 부터 입춘, 설날에 이르기 까지. 마침내 봄은 오고야 말았다. 남국 갔던 사람들이 돌아 온다. 봄이 온 것이다. 이번에는 따뜻한 고국에서 보내려나 보다. 뜨거운 여름에는 서늘한 나라로 떠나겠지. 이 세상을 감인토라 한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모진 추위와 더위를 감내한다. 여기 말고 갈 데가 어디 있을까? 축복의 계절이 돌아 왔다. 이대로 가만 있을 수 없다. 뒷산이라도 가봐야 겠다. 바리바리 주섬주섬 먹을 것을 챙겼다. 봄이 오면 가는 곳이 있다. 연례행사처럼 찾는 곳이다. 비산3동 백운사 뒤에 있는 잣나무 숲이다. 거기에 지체 높은 가문 무덤군이 있다...

마트에서 산 동지팥죽

마트에서 산 동지팥죽 오늘은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음의 기운이 최고조에 이르는 날이다. 반면에 양의 기운은 최저점에 떨어지는 날이다. 무엇이든지 차면 기운다. 밤의 길이는 오늘을 정점으로 점차 짧아진다. 낮의 길이는 오늘을 저점으로 점차 길어진다. 마치 시소타는 것 같다. 오늘 올해 겨울들어 최고로 추운 날씨이다. 무려 영하 13도이다. 거리의 가로수는 앙상하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절망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이제까지 늘 패배의 연속이었다. 낮이 계속 짧아졌다. 나뭇잎은 다 졌다. 날씨는 점차 추워졌다. 죽음과도 같은 계절이 왔다. 이럴 때 동지는 한줄기 빛을 보는 것과 같다. 오늘 바닥을 확인 했다. 대세하락이 멈춘 것이다.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더구나 1월 1일이 되면 해가 바뀐다...

죽음같은 겨울비 내리는 날에

죽음같은 겨울비 내리는 날에 단풍나무 이파리가 바닥에 가득하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에 거의 대부분 떨어졌다. 대량학살을 보는듯 하다. 은행나무 이파리는 11월 18일 경에 떨어졌다. 조금씩 찔끔찔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떨어졌다. 그때도 대량학살을 보는 듯 했다. 은행나무 잎이 지면 가을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 같다. 대개 11월 20일 전후에서 일시에 진다. 그럼에도 단풍나무 잎은 남아 있다. 마침내 오늘 비바람이 부는 날 종말을 맞이 했다. 비오는 날 거리는 앙상하다. 나목이 되어 버린 거리는 을쓰년스럽다. 빛나는 도시의 거리임에도 우수의 마음이 든다. 하물며 빈촌의 거리는 어떠할까? 부지런한 사람들은 월동준비를 한다. 눈이와도 비바람이 불어도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든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은 노..

첫눈이 왔다구요?

첫눈이 왔다구요? 에스엔에스마다 첫눈을 알린다. 그러나 안양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 없다. 다만 기온이 영하 3도로 올가을 들어서 최저의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 안양에 첫눈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제 “첫눈이 내려요~~ㅋ”라는 카톡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정오무렵이다. 그러나 눈은 금방 그치고 말았다고 한다. 당연히 쌓이지도 않았다. 어제 정오무렵 서울 조계사에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 온 김진태 선생을 조계사 마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첫눈의 조짐도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도시의 기온은 대체적으로 높다. 여름에도 높고 겨울에도 높다. 설령 눈이 내린다고 해도 많이 내리지 않는 한 내리는 과정에서 녹아 없어질 것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어제 밤에 눈이 왔..

불타는 하늘

불타는 하늘 8월 폭염의 하늘은 아름답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밋밋하다. 구름이 있어서 하늘을 장엄한다. 구름은 하늘의 꽃이다. 구름은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낸다. 어제 모락산 위에 형성된 구름은 신비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커다란 산이 우뚝 솟아나 있는 것 같았다. 히말라야 연봉이 연상되었다. 구름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시시각각 형상을 달리한다. 장쾌한 산맥도 조금 있다 보면 스러져 있다. 그래서 구름을 덧없다고 했을 것이다. 청산은 그대로 있다. 구름은 조화를 부린다. 산도 되었다가 사람 형상도 만들어 낸다. 때로 거대한 유에프오(UFO)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해도 석양의 구름만한 것이 없다. 여름날 석양의 구름은 장엄하다. 도시의 서쪽 하늘을 벌겋게 달군 노을은 불구덩이 같..

장엄하게 스러지다

장엄하게 스러지다 장마철이 끝나간다. 한달가량 계속된 우기가 끝나간다. 하루 걸러 비가 내렸다. 비 내리지 않는 날은 흰 뭉게구름이 일었다. 하늘이 도화지가 되어서 수묵화를 그렸다. 북쪽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가이 없다. 무한의 창공은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낸다. 시시각각 형상은 변해 간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내가 태어가기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서쪽 하늘은 벌겋게 달구어졌다. 구름이 피어 오르는 맑은 날, 저녁 노을은 장엄하다. 거인의 장렬한 최후를 보는 듯 하다. 저 산은 그대로 있는데 하늘은 변화무쌍하다. 저 아파트단지는 그대로인데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오늘 같은 날을 기다렸다. 이 날을 기다렸다. 도시에서 이런 날은 드물다. 하늘은 그대로 가만 있지 않는다. 시시각..

아파트 숲의 여명

아파트 숲의 여명 지금시각 새벽 4시 38분이다. 잠에서 깨어 더 자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열대야에 가까운 열기 때문일 것이다. 선풍기를 켰다. 리모콘이 있는 선풍기이다. 소음이 거의 없는 성능 좋은 것이다. 이런 새벽에 무엇을 해야 할까? 잠에서 깨면 더 자려하지 말라고 했다. 충분히 잔 것일 수 있다. 아침 6시까지는 누워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생을 잠으로 보낼순 없다. 깨어 있기로 했다. 깨어 있는데 사띠만한 것이 없다. 정신적 신체적 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나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무언가라도 하나 해야 한다. 동이 트는 새벽을 관찰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새벽 4시 25분이었다. 창밖은 캄캄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가 이틀 남았기 때문에 급격..

존중하면 존중 받는다

존중하면 존중 받는다 존중, 오늘 새벽 이 말에 사무쳤다. 나는 타인을 존중하는지, 나는 존중 받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존중 받고 싶어 한다. 이럴 때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가사가 떠오른다. 이렇게 본다면 사랑받는 자가 존중받는 자가 된다. 존중은 가장 먼저 가족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간에 존중이 있으면 긴장과 갈등이 있을 수 없다. 특히 부부간에 존중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올해 부처님오시날 천장사에 갔었다. 천장사 일요법회모임은 부부팀이 많다. 그 중에 서울에서 온 부부팀이 있다. 놀랍게도 거사가 보살에게 존대말을 하고 있었다. 존중은 존칭에서도 드러난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존대말을 해 주는 것이다. 아마 존대말을 받았을 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꿈의 계절이다. 울긋불긋 영산홍이 절정이다. 공기는 맑고 청정하다.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하다. 이제 막 신록이 시작되고 있다. 여린 잎파리는 연두색이다. 연두의 세상이 되었다. 이런 봄날은 축복받은 계절이다. 가난한 자도 나이 든 자도 살 맛 나는 계절이다. 명학공원에는 하릴없는 노인들이 소일하고 있다. 명학공원과 문예회관을 배회하고 있다. 햇살이 좋아 경행하듯이 거닌다. 영산홍 꽃 속을 거닐면 천상에 온 것 같다. 오로지 이때만 누릴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의 행복이다. 저 멀리 명학공원에서 일단의 사람 무리가 보였다. 문예회관 마당에서 어슬렁 거리다 본 것이다. 어떤 일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릴없는 노인처럼 다가가 가 보았다. 여인들이 가득 있었다. 모자를 ..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아참 오늘 할 일이 있지?" 오늘 일터에 가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제 메일로 받아 놓은 것이다. 갑자기 삶의 활력이 돋는다. 요즘 일감이 뜸하다. 예전 같지 않다. 이 일도 그만 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일감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는다. 일감이 없을 때는 시간부자가 된다.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때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 글을 쓰면 시간이 잘 간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두세시간은 보통이다. 쓰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려 놓았을 때 일시적으로 강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아침에 잠에서 깨었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글을 쓴다. 경전을 읽고 논서도 읽는다. 그런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