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첫눈이 왔다구요?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1. 18. 07:59

첫눈이 왔다구요?
 
 
에스엔에스마다 첫눈을 알린다. 그러나 안양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 없다. 다만 기온이 영하 3도로 올가을 들어서 최저의 날씨를 기록하고 있다.
 
안양에 첫눈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제 “첫눈이 내려요~~ㅋ”라는 카톡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때가 정오무렵이다. 그러나 눈은 금방 그치고 말았다고 한다. 당연히 쌓이지도 않았다.
 
어제 정오무렵 서울 조계사에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 온 김진태 선생을 조계사 마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첫눈의 조짐도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도시의 기온은 대체적으로 높다. 여름에도 높고 겨울에도 높다. 설령 눈이 내린다고 해도 많이 내리지 않는 한 내리는 과정에서 녹아 없어질 것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어제 밤에 눈이 왔었나 보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수도권에서는 눈이 오다가 지상에 닿기 전에 모두 녹아 버린 것 아닐까?
 
수도권에서는 눈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낙엽은 수북이 쌓였다. 오늘 이른 아침 백권당으로 가는 길에 보는 은행나무는 옷을 다 벗은 듯 하다.
 
도시에서 가로수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느티나무이고 또 하나는 은행나무이다. 느티나무가 나목이 된 것은 오래 되었다. 이제 은행나무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글쓰기하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은행나무는 11월 20일을 전후해서 우수수 진다는 것이다.
 
오늘은 11월 18일이다. 시기적으로 은행나무 잎이 질 시기가 되었다. 마침내 현상을 보았다. 오늘 아침 일터로 가는 길에 본 것이다.
 

 
오늘 아침 6시 30분에 길에 나섰다. 해는 짧아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 같다. 6시 30분임에도 어둑하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는 달랐다. 비산사거리 가로의 은행나무 잎이 져서 바닥에 잔뜩 깔려 있었다. 눈 대신 낙엽이다.
 

 
안양천으로 들어섰다. 매일 이 시간에 지나간다. 오늘은 어제와 달랐다. 은행나무 잎이 떨어져서 바닥에 수북했다. 확실히 계절이 바뀐 것이다.
 
글쓰기 하면서 지난 10여년동안 관찰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해마다 11월 20일을 전후하여 거리는 앙상해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2-3일 지나면 거리에는 앙상한 나목만 즐비할 것이다.
 
계절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는 것 같다. 때 되면 잎이 나고, 때 되면 꽃이 피고, 때 되면 잎이 진다.
 
거리에 벌거벗은 나목을 보면 마음도 추워지는 것 같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비바람이라도 불면 세상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집 없는 사람, 사람 없는 사람,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까?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다. 앙상한 가지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때 되면 눈을 뿌린다. 앙상한 가지에 눈이 쌓일 때 풍요로워진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귀한 자나 천한 자나, 행복한 자나 불행한 자 모두 마음이 충만 된다.
 
첫눈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밀집되어 사는 수도권에는 아직 눈소식이 없다. 눈이 쌓을 정도는 되어야 눈이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삼일 지나면 은행나무는 옷을 벗을 것이다. 나목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도 황량해질 것이다. 이럴 때 눈이라도 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연은 위대하다.
 
 
2023-11-1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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