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불타는 하늘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8. 20:28

불타는 하늘
 

8월 폭염의 하늘은 아름답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밋밋하다. 구름이 있어서 하늘을 장엄한다. 구름은 하늘의 꽃이다.
 
구름은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낸다. 어제 모락산 위에 형성된 구름은 신비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커다란 산이 우뚝 솟아나 있는 것 같았다. 히말라야 연봉이 연상되었다.
 


구름은 오래 가지 못한다. 시시각각 형상을 달리한다. 장쾌한 산맥도 조금 있다 보면 스러져 있다. 그래서 구름을 덧없다고 했을 것이다.

청산은 그대로 있다. 구름은 조화를 부린다. 산도 되었다가 사람 형상도 만들어 낸다. 때로 거대한 유에프오(UFO)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해도 석양의 구름만한 것이 없다.
 


여름날 석양의 구름은 장엄하다. 도시의 서쪽 하늘을 벌겋게 달군 노을은 불구덩이 같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는다. 잠시 볼 일 보고 나면 사라지고 없다. 허망하게 스러진 것이다.

자연에서 무상을 본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에서 무상을 본다. 무상을 본다고 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을까?

누구나 무상을 본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무상을 본다. 나이가 들어 늙어지면 인생무상을 본다. 무상하다고 하여 센티멘탈해진다면 자아를 가진 자가 무상을 보는 것이 된다.
 


불타는 서쪽 하늘을 본다. 불구덩이가 스러질 때 인생의 황혼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무아의 행자는 석양에서 무상을 지각한다. 마치 손가락 튕기는 순간에 무상을 지각하는 것과 같다.

무아의 행자는 슬퍼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애초부터 슬픔이라는 말은 시설되지 않는다. 이제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2023-08-08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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