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아파트 숲의 여명

담마다사 이병욱 2023. 6. 20. 14:26

아파트 숲의 여명

 


지금시각 새벽 4시 38분이다. 잠에서 깨어 더 자려 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열대야에 가까운 열기 때문일 것이다.

선풍기를 켰다. 리모콘이 있는 선풍기이다. 소음이 거의 없는 성능 좋은 것이다. 이런 새벽에 무엇을 해야 할까?

잠에서 깨면 더 자려하지 말라고 했다. 충분히 잔 것일 수 있다. 아침 6시까지는 누워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생을 잠으로 보낼순 없다.

깨어 있기로 했다. 깨어 있는데 사띠만한 것이 없다. 정신적 신체적 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러나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무언가라도 하나 해야 한다.

 


동이 트는 새벽을 관찰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새벽 4시 25분이었다. 창밖은 캄캄하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가 이틀 남았기 때문에 급격하게 밝아 올 것으로 보았다.

동이 트는 새벽이다. 창 밖은 온통 아파트 숲이다. 고층에서 바라 본 세상은 콘크리트 빌딩뿐이다. 수직으로 뻗은 타워형 아파는 기세가 좋다. 인공구조물도 때로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날이 밝았다. 4시 54분과 4시 38분은 완전히 다르다. 4시 28분과 비교하면 어둠에서 밝음으로 극적전환이 이루어졌다. 불과 30분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잠만 자면 볼 수 없는 것이다.

 


5시가 되었다. 날이 완전히 밝았다. 아래 어린이 소공원에는 불이 다 꺼졌다. 밤에서 낮으로 바뀌는 신호로 보인다. 이제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한낮에는 돌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강렬하다. 본격적인 불볕더위, 무더위의 시작을 예고 하는 것 같다. 이런 때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마치 부지런한 농부가 새벽에 일어나 일 하는 것과 같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살아 있음을 느낀다. 아침이 되었을 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얼른 샤워하고 아침을 먹고 달려 가야 한다.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갈 곳이 있다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다.

2023-06-20
담마다사 이병욱

'나에게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타는 하늘  (0) 2023.08.08
장엄하게 스러지다  (0) 2023.07.26
존중하면 존중 받는다  (0) 2023.06.02
영산홍 만발한 명학공원에서  (0) 2023.04.14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1) 2023.04.13